기독교 사립학교들의 연합체인 ‘사학법인 미션네트워크’(사학미션)가 사립학교법 재개정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사학미션은 지난 13일 서울 장충동 앰배서더서울풀만호텔에서 포럼 및 정기총회를 개최하고 ‘한국교회 100만 성도 서명운동’을 전개하기로 하는 등 사학법 재개정에사활을 걸기로 했다.

사학미션이 사립학교법 재개정에 이처럼 강한 의지를 천명하고 나선 건 사학의 인사권과 자율권 침해로 기독교학교의 건학이념이 흔들리고 있는 데다 학부모의 교육 선택권 또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개정된 사립학교법은 제53조의2 제11항에서 “사학이 교원 임용을 위해 공개전형을 실시할 때 “필기시험을 포함해야 하고, 이를 시·도교육감에게 위탁해 실시해야 한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시·도교육감의 승인을 받은 경우 필기시험을 다른 시험으로 대체하거나, 위탁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사학미션은 이 조항이 교원 임용에 대한 사학의 자율권을 명백히 침해한다고 보고 있다.

사학미션은 개정 사학법이 사학을 보호하기는커녕 사학의 존립에 중대한 침해를 가져왔다는 판단에 따라 2022년 해당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과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그러나 언제 나올지 모르는 헌재의 판단만을 마냥 기다리고 있기에는 지금 기독교사학이 처한 위기가 너무나 심각하다는 게 사학 측의 일관된 지적이다.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헌재의 신속하고 공정한 판결을 요청하면서 “헌법이 명시한 교육의 자주성을 구현할 수 있도록 사립학교법 재개정에 나서겠다”며 분명한 의지를 밝힌 것에 그간의 절박한 심경이 고스란히 담겼다. 한국교회 100만 성도 서명운동을 전개하기로 한 것도 여론을 응집해 정부와 국회를 압박하겠다는 계산이다.

사학미션이 발표한 성명에서도 언급됐지만 개정 사립학교법은 교원 임용에 있어 일방적으로 사학에 불리한 법 조항으로 인해 ‘악법’이란 별칭이 붙었다. 사학을 보호하고 발전을 견인해야 할 사립학교법이 모든 사학을 범죄자 취급해 피해를 주고 있을 뿐 아니라 학생들의 학습권에까지 불가역적 피해가 돌아가게 만드는 현실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 2021년 8월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사립학교법 일부 개정 법률안’은 사립학교 정교사 신규채용 시험 중 필기시험을 반드시 교육청에 위탁하여야 한다는 조항으로 인해 그동안 논란의 중심이 돼 왔다. 공립학교 정교사가 되려면 교육청이 주관하는 임용고시를 치르게 돼 있으나 사립학교 교사 채용 필기시험까지 교육청이 주관하는 건 사실상 사학의 고유 권한인 인사권의 침해라는 게 핵심 쟁점이다.

많은 사학재단이 개정 사립학교법 재개정에 목을 매고 있는 건 이 때문이다. 재단의 건학이념을 반영해야 하는 사학의 특수성 측면에서 필기시험을 교육청에 위탁하는 건 사실상 교원 인사권을 사학에서 관에 넘기는 것이나 다름없다. 건학이념이 무너진 사학이 존립할 근거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에선 개정 사학법이 사립학교 채용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대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기여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사학법인이 공동으로 정교사 채용을 위한 필기시험을 담당했을 때 재단관계자가 문제를 유출하는 부정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에 이를 바로 잡기 위해선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로 인해 이미 몇몇 사립학교에선 법 개정 이전부터 필기시험을 교육청에 위탁하고 있다.

사실 사립학교 채용 비리 문제는 일각에서 꾸준히 거론돼 왔다. 2019~2020년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된 사학재단 채용 비리 신고가 108건으로 집계될 정도면 그냥 지나칠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법이 사립학교 채용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대에 목적이 있다 하도라도 모든 사학에 일률적이고 강제적으로 적용하는 건 곤란하다. ‘벼룩 한 마리 잡자고 초가삼간 태운다’는 말이 있듯이 몇몇 비리가 드러난 사학 때문에 사학의 자율성을 훼손하고 고유권한인 인사권에 국가가 개입하는 건 본말이 전도됐다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사학미션이 사학법 재개정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으나 21대 국회가 불과 한 달여 남은 시점에서 문제가 된 법 조항이 고쳐지기를 기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지금으로선 22대 국회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그러나 헌재의 위헌 심판이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나온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일부 비리가 발생한 사학에 제재를 가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법이 건전하게 운영되는 대부분의 사학에 피해를 끼치는 결과를 낳는다면 어떻게 해서든 막아야 더 큰 피해를 방지할 수 있다.

교육청 1차 시험 위탁이 사립학교의 자율성과 인사권을 침해하며, 건전한 사학까지 말살시킬 것이란 교계의 목소리는 엄살이 아니다. 선교사들에 의해 세워져 오늘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대부분의 미션스쿨은 국가와 사회가 바라는 숱한 인재를 배출하면서 사회의 지탄을 받을만한 부정한 행위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런데도 이 땅의 모든 사학들이 위탁 시험으로 인해 건학이념에 알맞은 인재를 뽑지 못하게 되고, 결국 기독교의 정체성을 잃게 돼 존립이 위태로운 지경에 처해 있다. 이는 한국교회 뿐 아니라 국가 사회적으로도 복구하기 어려운 손실이다. 그런 점에서 개정 사립학교법은 반드시 재개정되는 게 순리고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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