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저출산, 인구 절벽 위기 해법의 하나로 정부가 도입한 ‘디지털 노마드 비자’가 해외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CNN은 최근 보도에서 이 비자가 “원격 근무자들에게 최대 2년간의 체류를 허용하며, 한국 내에서의 원격근무와 휴가를 가능하게 한다”며 급격한 한국의 저출산에 따른 인구 위기의 대안으로 평가했다.

법무부는 ‘디지털 노마드’(워케이션) 비자를 올해 1월 1일부터 시범 운영중에 있다. 세계를 여행하면서 원격으로 일하는 해외기업의 고소득 인력을 국내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CNN은 “한국의 디지털 유목민 비자는 여행 그 이상”이라며 “일부 한국 전문가들은 출산율이 엄청나게 낮은 국가에서 노동력을 늘릴 수 있는 가능한 방법으로 믿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외 언론이 이 비자에 주목하는 이유는 한국의 노동시장이 외국인들에게 열리는 매우 중요한 단계의 하나로 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이 취업 비자가 더 많은 외국인을 한국으로 데려오기 위한 더 큰 그림의 일환으로 평가하고 있다.

‘디지털 노마드’ 비자가 관광 목적의 무비자 입국과 다른 건 우선 체류 기간을 1년에서 최장 2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가족 동반 체류가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다만 한국에서의 취업·영리활동은 제한된다. 국내 취업을 위해서는 별도의 취업 비자를 받아야 한다. 자격요건도 비교적 높아 비자 신청 대상자는 외국 회사로부터 연간 8500만원 이상의 급여를 받는 증명을 해야 하고 당연히 범죄 기록도 없어야 한다.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는 ‘디지털 유목민’으로도 불린다. 이 용어는 '디지털(digital)'과 '유목민(nomad)'을 합성한 신조어로, 인터넷 접속을 전제로 한 디지털 기기(노트북, 스마트폰 등)를 이용하여 공간에 제약을 받지 않고 재택·원격근무를 하면서 자유롭게 생활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대개 이런 사람들은 회사에 정규직으로 고용되어 있기보다는 프리랜서나 파트타임 및 스타트업인 경우가 많으며 이사와 이직이 자유롭다는 특징이 있다.

‘디지털 노마드’라고 하면 흔히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노트북 하나 들고 해변이나 코워킹 스페이스 등에서 원격으로 작업하는 사람들, 카페나 식당에서 국적에 관계없이 소통하며 현지의 문화를 즐기는 낭만적인 이미지다. 동남아시아의 이름난 휴양지뿐 아니라 가까운 홍대, 이태원 등에만 가도 이런 사람들을 흔히 만날 있다.

일(work)과 휴가(vacation)를 결합한 워케이션(workcation)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를 넘어 이 새로운 근무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그동안 원격 근로자는 해당 국가의 관광비자를 이용하는 사례가 많았으나 이젠 세계적 관광지들이 나서 각종 혜택을 주며 이들을 경쟁적으로 유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자 ‘디지털 노마드 비자’를 발급하는 국가도 급증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발리를 비롯한 인도네시아 섬으로 이주하는 원격 근무자들을 위해 ‘디지털 노마드 비자’를 발급해 주고 최장 5년의 장기 체류 허가와 함께 면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디지털 노마드 비자’를 주는 유럽의 대표적인 국가다. 이탈리아가 이 비자에 공을 들리는 건 국가와 지역 사회에 많은 혜택을 줄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이탈리아는 관광산업에 의존하는 국가이자 유럽에서 65세 이상 노령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여서 경제 발전에 모든 걸 기대하기 힘든 구조다. 정부가 나서 해외의 젊은 인재를 끌어들이려는 이유다.

BBC 등의 언론은 이탈리아 등 여러 나라가 젊은 디지털 노마드를 끌어들이는 궁극적인 목표가 단순히 손님이 아니라 국내에 자리를 잡고 거주하도록 하는 데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즉 저출산 고령화의 실질적인 대안이란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런 외국의 시도들은 멀게만 느껴졌다. 그러나 출산율이 2022년 0.78명에서 2025년 0.65명으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등 인구 절벽의 위기가 닥치자 사정이 달라졌다. 정부가 올해부터 ‘디지털 노마드’ 비자를 시범 운영하게 된 건 당장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뾰족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에 입국하는 외국인들이 관광 목적이 아닌 또 다른 목적으로 장기간 체류할 길이 열렸다는 건 우리 사회에 새로운 바람을 예고한다. 한국은 그동안 K-Pop, 인터넷 선진국의 이미지로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나라로 꼽혀왔다. 이런 나라에 입국 요건이 한층 완화됐다는 건 외국인에게 충분히 매력적이다.

과제도 있다. 외국이 수도권에 거주한다면 당장 주택 등 높은 거주비용을 부담하는 게 만만치 않다. 경제적인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도 장벽은 있다. 우리 사회가 과거와 같이 배타적이진 않지만, 혈통에 대한 뿌리깊은 인식이 차별로 나타날 수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2020년 3월 ‘한국 사회의 인종차별’ 조사 결과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민자 10명 중 7명이 한국 사회에 인종차별이 존재한다고 답했다.

반면에 한국에 들어와 오랜 기간 머무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이 보여줄 장점은 차고 넘친다. 한국에 온 외국인 중에는 친절함을 넘어 한국 특유의 정을 느꼈다는 사람들이 많다. 무엇보다 한국교회가 지닌 복음의 열정을 이들 외국인 가슴에 심어 줄 수 있다면 이보다 좋은 선교의 기회가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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