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구 박사
정성구 박사 ©기독일보 DB

가을의 끝자락이다. 산과 들에 곱게 물들었던 울긋불긋한 단풍이 떨어지고 곧 겨울이 닥쳐 올 것이다. 겨울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은 눈과 얼음이 참으로 신나겠고, 시인은 겨울의 설경과 아름다움을 노래할 것이다. 하지만 겨울은 생명의 약동이 없고 중단된 상태이다. 또 한 해를 마감하는 스산한 계절이기도 하다. 이제 겨울의 매서운 추위는 사람들을 움츠리게 하고 동식물은 동면에 들어간다. 지금 한국이야 난방이 잘 되어 있어 따뜻한 방에서 지내지만, 가난한 서민과 힘들게 사는 어려운 이웃들에게는 연탄 한 장도 귀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부터 2천 년 전 로마, 특히 사도 바울이 갇혔던 로마의 감옥은 죄수가 견디기는 심히 어려웠을 것이다. 당시 로마의 감옥은 난방도 없고, 방풍도 안 되고, 죄수가 입는 옷이 체온을 보호해 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대개 죄수들은 겨울에 얼어 죽어가는 것이 보통이었다. 여기 로마의 감옥에 복음을 증거하다가 들어온 늙은 죄수 사도 바울이 갇혀 있다. 추위보다 더한 것은 고독이었다. 바울은 수제자 디모데가 너무 보고 싶었다. 다가올 겨울을 생각하면서 가죽 종이에 쓴 성경과 드로아가보의 집에 맡겨 놓은 코트가 그리웠다. 바울은 디모데에게 인편으로 편지를 보내어 「겨울 전에 어서 오라(Come before Winter)」라고 했다. 겨울이 되면 지중해가 얼어버리기 때문에 배가 다닐 수도 없다. 어쩌면 바울은 마지막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예견했을 것이다. 그때 디모데가 서둘러 왔더라면 스승인 바울을 만났겠지만, 차일피일하다가 겨울이 되고 지중해가 얼어서 뱃길이 끊겨 스승 바울을 더 이상 만나지 못했다면 천추의 한이 되었을 것이다.

디모데후서 4장의 이 내용을 가지고 「Come before Winter」라는 제목의 설교를 한 교회에서 30년 동안 하신 목사님이 있다. 그분은 바로 미국의 대 목회자요, 미국 북 장로교회 총회장을 지낸 설교가인 클라렌 멕카트니(Claren McCartney) 목사님이었다. 그는 매년 11월 마지막 주일은 꼭 「겨울이 오기 전에」란 설교를 했는데, 멕카트니 목사님의 설교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미국 각지에서 비행기를 타고 그 설교를 들으려고 피츠버그 제일 장로교회로 모여들었다. 나는 평생을 신학대학원에서 <칼빈주의 사상>과 <개혁주의 설교학>을 가르쳤던 이유로 멕카트니 목사님의 설교를 참 좋아했고, 그의 삶과 설교를 연구했었다. 그래서 30년 전부터 멕카트니 목사님의 모든 자료가 소장되어 있는 미국 펜실베니아 주, 비버폴에 있는 제네바대학(Geneva College, 1848년 설립)을 자주 다녔다. 제네바대학은 피츠버그의 개혁장로회신학교(RPTS)와 더불어 스코틀랜드의 언약도(Covenanters)들의 신앙을 따르는 칼빈(John Calvin)과 낙스(J. Knox)의 신학과 신앙을 철저히 사수하는 학교이다. 제네바대학의 도서관 이름은 아예 멕카트니 도서관(McCartney Library)이라 명명했다. 멕카트니 도서관의 기념 방에는 멕카트니가 사용하던 책들과 설교자료와 육필 원고가 가득 차있다. 멕카트니 목사의 자료에는 휴지에다 번득이는 설교 영감을 기록한 것도 있다.

제네바 대학은 1848년 세워진 신학, 기독교 교육학을 비롯해서 인문, 사회과학 등 20여 개 학과에 1,400여 명이 공부하고 있다. 각 과는 공히 기독교세계관 곧 칼빈주의 세계관으로 가르치고 있다. 그 학교는 나의 평생에 칼빈주의 운동한 공로를 인정해서, 1996년에 나에게 명예 문학박사(D.Litt) 학위를 수여하였고, 나는 그 날 <교회와 세상과 하나님의 나라>란 제목의 강연을 한 추억도 있다. 그리고 이 학교 교수였던 J. G. 보스 교수는 1,900년대 초의 프린스턴 신학교의 성경신학의 아버지 겔할더스 보스(Geerhardus Vos) 박사의 아들로, 한부선 선교사와 함께 만주에서 한국인들을 위해 선교사로 일했다. 일제의 신사참배 강요로 장로회 총회가 1938년 신사참배를 가결하자, 신사참배를 반대한 성도들의 많은 수가 만주로 건너갔다. 박윤선 목사도 당시 만주 신경노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 한부선 선교사와 J. G. 보스 선교사의 신앙의 지도로 500여 명의 한국 성도들이 신사참배에 반대하는 신앙고백을 썼고, 이것은 독일의 바르멘 신앙고백(Barmen Confession)과 맞먹는 <한국의 언약도 서약>이었다.

나는 지난 3년 전 멕카트니 목사의 흔적을 찾으려고 그가 목회하던 피츠버그 제일 장로교회를 방문했었다. 피츠버그 시내에 있는 제일 장로교회당은 참으로 아름답고 예술적이었고 웅장했다. 나는 멕카트니 목사가 11월 마지막 주일마다 30년 동안 「Come before Winrer」를 외쳤던 강단에 올라가 보니 감개무량했다. 그런데 나는 교회 직원에게 물어보았다. 지금 주일 출석이 얼마나 모이는가 했더니 고작 200명이라고 했다. 그 옛날 멕카트니 목사가 목회할 때는 2,000명이 넘었었다. 그런데 이제 200명의 성도들만 모인단다. 이것이 미국 장로교회의 현주소였다. 이미 미국교회에 겨울이 온 것이다. 멕카트니 목사님의 「겨울이 오기 전에 어서 서두르라!」 는 메시지를 미국교회는 깨닫고 있는지? 그리고 한국교회도 「겨울이 오기 전에」 하나님께 더 가까이 가고 있는지… <인생의 겨울이 오기 전에>, <교회의 겨울이 오기 전에> 우리가 서둘러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 한국교회도 미국교회처럼 부흥의 시기가 지나가고 폭설이 내리는 엄동설한이 올지도 모른다. 또 한국도 이 땅에 사회주의자들과 거대한 반한 세력들로 말미암아 국가가 돌이킬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질지도 모른다. 나라의 겨울, 교회의 겨울, 인생의 겨울이 오기 전에 서둘러 준비하자.

오늘도 나는 제네바 대학교에서 어렵게 구한 멕카트니 목사의 불멸의 설교 「Come before Winter」란 70년 전의 육성 설교를 듣고 있다.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성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