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법인 통일과나님이 24일 오후 광화문 센터포인트에서 ‘재중 탈북민 강제북송! 정부와 국제사회, 어떻게 해야 하나? ’라는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
이영환 대표가 항저우 아시안 게임을 전후로 이행된 탈북민 강제북송 경로를 설명하고 있다. ©노형구 기자

중국이 항저우 아시안 게임을 전후로 탈북민 수백 명을 북송한 사건 직후 현재 중국 교도소에 구금된 탈북민이 1천여 명에 달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재단법인 통일과나눔이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센터포인트에서 ‘재중 탈북민 강제북송! 정부와 국제사회,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한 가운데, 이 자리에 참석한 이영환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대표는 소식통을 인용해 이 같이 밝혔다.

이 대표에게 정보를 제공한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이 국경봉쇄 해제를 공식화한 지난 8월 27일 직전까지 중국 변방대 구류장들과 교도소에 갇혀 있던 탈북민은 총 2000여 명에 달했다. 이 대표에게 정보를 제공한 소식통은 1990년대 말부터 현재까지 탈북민 구출 업무를 해왔고, 또 북한이 국경을 전면봉쇄한 지난 2020년 1월 21일부터 3년간 중국 동북부 11개 구금시설 상황을 수시로 파악해왔다고 한다.

소식통은 또 중국이 항저우 아시안 게임 전후로 지난 8월 29일, 9월 18일, 10월 9일 3차례에 걸쳐 강제북송한 탈북민은 총 620여 명이라고 했다. 이들 대부분은 여성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나머지 1000여 명은 중국 교도소에 남아있고, 이 밖에 400여 명은 행방불명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수백 명 규모 또는 외부로 노출되는 탈북민 강제북송은 당분간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다만 중국 공안들이 현재 탈북민 체포를 지속하는 상황에서 중국 내 변방대 구류장이 탈북민들로 모두 채워진다면, 향후 대규모 북송 위기가 재현될 수 있다는 게 소식통 주장이다.

아울러 항저우 아시안 게임을 전후로 강제북송된 탈북민 이동 경로도 파악됐다. 먼저 탈북민들은 중국 변방대에서 북한 보위부 구류장을 경유한 총 5개 경로(단동시-신의주, 장백현-혜산시, 화룡시-무산군, 도문시-온성군, 훈춘시-경원군)로 나눠 북송됐다. 이후 평안북도 신의주 집결소, 양강도 혜산시 집결소, 함경북도 청진시 집결소로 결집했다.

재단법인 통일과나님이 24일 오후 광화문 센터포인트에서 ‘재중 탈북민 강제북송! 정부와 국제사회, 어떻게 해야 하나? ’라는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
이영환 대표 ©노형구 기자

이영환 대표는 강제북송된 탈북민들이 처할 위험에 대해 북한인권시민연합이 2000-2005년까지 최종 탈북자 20명의 증언을 토대로 작성한 보고서를 인용해 전했다. 이 대표는 “북한 국경지역 보위부는 이송된 탈북여성들을 대상으로 도착 즉시 알몸으로 손을 머리 위에 얹고 앉았다 일어나기를 반복하는 기합을 기본적으로 100회 이상 시킨다”며 “탈북민들은 보위부원들에게 나무몽둥이로 구타를 당하고 잠도 못잔 채 조사를 당한다”고 했다.

또 “탈북민들은 통상 새벽 5시부터 밤 10시까지 양반다리에 두 손을 얹고 허리를 바로 세우는 부동자세를 취하는 기합을 받는다. 몸이 움직이면 쇳대, 몽둥이 등으로 손등을 세게 맞는 게 다반사”라며 “보위부원들이 수감자들끼리 강제로 싸우게 하거나, 수감자를 지목해 다른 수감자를 폭행하게 하는 경우도 빈번하다”고 했다.

아울러 “6평 크키의 방에 탈북민 수십명씩 과밀화돼 누워 잘 수 없다. 또 식수 및 세척수 부족 등 위생 여건 열악으로, 생리를 피할 수 없는 여성들은 집단적으로 고통이 극심하고, 벼룩이 창궐해 수면이 불가하다”고 했다.

특히 “탈북 전 거주지 보위부로 이송돼 본격 조사가 이뤄지는 예심 절차에선 한국인 접촉, 교회 출석 여부, 한국행 시도 등이 확인된 탈북민들은 처형, 정치범수용소 수감 등 중형을 받는다”며 “상대적으로 낮은 수위의 처벌인 노동단련형을 받을 경우, 대부분 쇠약해진 몸 상태로 노동강도를 견디지 못해 질병에 걸리거나 사망하기도 한다”고 했다.

재단법인 통일과나님이 24일 오후 광화문 센터포인트에서 ‘재중 탈북민 강제북송! 정부와 국제사회, 어떻게 해야 하나? ’라는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
백범석 교수 ©노형구 기자

이어진 발제에서 백범석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유엔 인권이사회 자문위원회 부위원장)는 “중국이 1982년 비준한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난민협약)에 따르면, 탈북민은 강제 송환시 고문, 자의적 구금, 강간, 강제실종 등 혹독한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 난민협약상 보호대상이 된다. 그러나 난민인정절차 등 구체적 사항을 자국 입법 재량에 맡기는 난민협약상 한계가 있다. 때문에 탈북민의 인도적 보호 여부는 중국 정부의 정치적 의지에 의해 결정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2023년 현재 중국은 고문방지협약(1988년 비준) 등 6개 핵심 국제인권조약에 가입한 상황이다. 특히 고문방지협약 제3조는 강제송환금지 원칙을 규정한 국제관습법이다. 난민인정여부와 관계 없이 인간이라면 모두 적용받는 해당 조약은 고문 및 비인도적 처우와 관련 추방 및 송환에 범죄인 인도까지도 명시적으로 금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매년 유엔 총회 및 인권이사회 북한인권결의를 통해 탈북민 강제북송시 북한에서의 고문 및 기타 비인도적 처우는 주요 인권침해 사안으로 지적돼 왔다”며 “때문에 중국 정부의 재중 탈북민 강제북송조치는 국제법에 반하는 행위다. 그러나 이런 비판을 통해 중국정부를 움직여 해결방안을 찾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했다.

그는 “중국정부는 2000년대 초반 유엔난민기구 사무소 등에 진입한 일부 탈북민에 한해 국제여론 등을 고려, 제3국 추방형식으로 서방국 망명을 용인한 사례도 있다. 우리 정부도 조용한 외교를 통해 탈북민 강제북송 문제 해결에 나선 적도 있다”며 “하지만 재중 탈북민의 인권 상황 증진이나 실제 강제 북송을 막기 위한 성과나 결과는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고 했다.

백 교수는 “정부는 탈북민 강제 송환문제는 인류 보편의 인권문제임을 대외적으로 천명해야 한다. 즉 중국 정부가 강제북송 등 강경책을 자제하고 탈북민의 기본적 안전을 보장하도록 실질적 방안 마련을 촉구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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