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를 등지는 젊은 세대가 늘고 있으나 타종교와 비교할 때 젊은 세대 신자는 개신교가 월등히 많다는 조사 결과가 최근 소개됐다. 목회데이터연구소가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의 의뢰로 ‘2023 한국인의 종교생활과 신앙의식 조사’를 한 결과 2030 MZ세대의 경우 전체 종교 중 개신교가 거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의하면 종교인구 분포는 불교 16.3%, 개신교 15.0%, 가톨릭 5.1% 순이었다. 그런데 전체 종교인 수 중에 개신교인 수는 불교에 이어 2위지만, 20대 57.9%, 30대 60.3% 등 29세 이하와 30·40대에서 거의 두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타종교에 비해 젊은 개신교인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건 고무적인 현상이다.

연구소는 이런 조사 결과를 토대로 다음 세대로 가면 한국 종교 중 개신교가 지배적인 종교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앞으로 종교인구가 줄고 개신교 인구 또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미래 사회의 부패를 막고 건강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현재의 교회학교 학생 한 사람, 청년 한 사람을 기독교 사상과 가치관으로 무장된 사람으로 키우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진단했다.

갈수록 교회를 떠나는 청년들이 늘고 있는 현실에서 2030 MZ세대 개신교인 비율이 전체 종교인 중 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는 분명 희망적인 지표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기독교 내부로 시선을 돌린다면 다른 종교와 단순 비교해 위안을 찾는 자체가 별 의미 없어 보인다.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중 개신교인 비율은 2012년 22.5%에서 2022년 15.0%로 줄었다. 이 추세를 감안해 향후 10년 뒤를 예상하면 최악의 경우 10%대까지 감소할 수 있다. 어디까지나 지금의 감소 속도가 그대로 유지될 경우를 가정한 것이지만 향후 10년 뒤에 개신교인이 우리 국민 10명 중 1명에 그칠 거란 전망은 아무리 추론이라도 암담하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자신이 신봉한 종교가 무엇이든 간에 이를 버리고 무종교인으로 돌아서는 비율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타 종교와 비교해 볼 때 그나마 젊은 개신교인이 좀 많다고 위안거리를 삼을 때가 아니다.

이번 조사에서 기독교인이든 불교인이든 자기가 믿던 종교에서 떠난 사람들의 가장 큰 이유가 ‘종교에 관심이 없어서’였다는 점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어느 종교든 그 종교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 길거리에서 열심히 복음을 전해도 받아들이는 사람이 손사래 치며 관심이 없다고 하면 소용없는 노릇이다. 그 뒤가 ‘기독교에 대한 불신과 실망’ 이란 응답이었는데 만약 종교에 대해 무관심하게 된 원인이 기독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쌓인 탓이라면 정말 심각한 문제다.

연구소는 이런 조사 결과를 토대로 “아무리 교회 이미지를 좋게 하여도 종교적 무관심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개신교인 인구의 하락 속도를 둔화시킬 수 있을지언정 하락 자체를 막기는 어렵다고 할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교회가 달라지고 새로워져도 이 추세를 막기는 역부족이란 뜻이다.

그런데 위기의 요인이 종교에 대한 전반적인 무관심에만 있는 건 아니다. 통계청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2023년 6월 2분기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출생아 수는 5만6087명으로 집게 돼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여성 1명당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출생아 수가 0.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3% 감소한 수치다. 이 수치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천62명(6.8%)이 감소한 것으로 2021년 기준 OECD 국가 38국 중에 평균 출산율이 1명이 채 안 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심각한 저출산 현상은 곧바로 다음 세대 학생 수의 감소로도 이어지고 있다. 같은 날 교육부가 발표한 ‘2023년 교육기본통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치원과 초·중등 학생 수는 578만3612명으로 전년 대비 9만6156명(1.6%)이 감소했다. 이런 추세 속에서 서울 도심뿐 아니라 수도권에서도 입학생이 없어 문을 닫는 초등학교가 속출하고 있다. 한때 들어가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던 유치원도 원생이 급감하며 옛말이 됐다.

문제는 이런 여파가 고스란히 교회에 밀려들고 있다는 점이다. 교회학교 운영을 중단한 교회가 한둘이 아니다. 내로라하는 대형교회들마저 겨우 명맥을 유지하는 수준이다. 이대로 가면 한국교회 중 절반 이상은 텅 비게 되고 유지가 힘들어 문을 닫게 될 공산이 크다.

지금 대부분의 교회는 출산율 하락으로 생긴 구멍을 노령층이 대신 채우는 형국인데 그런 식으로 교회를 얼마나 오래 지탱할 수 있겠나. 그런데도 한국교회는 위기감이 아직 피부에 와닿지 않은 듯한 모습이다. 교회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주축인 중장년층 이상이 아직은 건재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우매한 판단이다.

저출산 문제는 국가적인 정책이 뒷받침돼야 하는 사안이지만 국가가 나선다고 다 되는 일이 아니다. 아기를 낳아 기르는 모든 과정에 걸림돌을 제거하는 게 국가의 급선무라면 사회 각계는 출산을 장려는 환경과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특히 한국교회는 저출산 문제 극복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가만히 앉아서 교회 문을 닫을 순 없지 않은가.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