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예술의 ‘상업화’와 ‘개인주의화’는 많은 문제 야기
역사적으로 미술은 공적 역할 감당해 와
칼빈은 예술을 좁은 울타리 안에 가두지 않아...
‘공공선’은 그리스도의 가치
일부 기독교 시각이 조롱하는 ‘아름다움’은 하나님의 가치 반영해

아트미션
서성록 교수가 경동교회에서 개최한 제 21회 아트포럼에서 강의하고 있는 모습. ©이상진 기자

국내의 매우 제한된 기독 예술 연구 인프라 속에서 20년 이상 ‘기독 예술을 위한 포럼’을 연구한 단체가 있다.

아트미션(대표 천동옥 회장)은 지난 1일 제21회 ‘크리스천 아트 포럼’(Christian Art Forum)을 경동교회(담임 임영섭 목사)에서 ‘생명돌봄의 예술’이라는 주제로 개최했다.

미술인선교단체 아트미션은 1998 ‘복음을 전하는 사람들’이라는 이름으로 창립했다. 2000년에는 제1회 크리스천아트포럼 (시바멀티미디어그룹)을 개최했으며, 2002 아트미션으로 개명했다. 이들은 1999년 <마태1-8>전, 복음을 전하는 사람들 창립展 (모인화랑)을 시작으로, 2008년 10주년 <예술-희락>展 (인사아트센터)2013년, 15주년 기념 <길>展 (선화랑), 15주년 기념 작품집 발간2018년 20주년 기념 <소망, 기억하다>展 (관훈갤러리,서울) 등을 포함해 해 마다 정기 전시와 자선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다.

신앙과 예술의 통합과 기독교 예술의 학술적 연구를 위해 개최하는아트포럼에서는 ‘현대미술 구속과 부패 사이’, ‘미술의 회복을 꿈꾸며’, ‘기독교와 예술의 충만’, ‘이미지 & 비전’, ‘예술적 창조성과 영성’ 등 외에도 폭넓고, 다양한 기독교 예술의 주제와 예술비평적 이슈들을 다루고 있다. 최근에는 ‘기독교 예술의 사회적 책임’ 등 기독 예술의 공적 영역에 대한 논의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매년 격 월로 정기 모임 및 연 1회 포럼도 개최한다.

20년 간 아트미션과 함께하며 교육과 연구로 힘써온 서성록 명예교수(안동대, 한국미술평론가협회 회장)는 이날 ‘예술은 어떻게 세상을 이롭게 할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발표하며, ‘미술의 공공성과 크리스천의 공공선 추구’에 대해 다뤘다.

# 현대 예술의 흐름에 대한 문제제기

서성록 교수는 “예로부터 예술은 ‘진리에 이르는 길’로 인정되었지만, ‘계몽주의’ 이후 그 전통적 지위를 빼앗기고 ‘사적이며 주관적인 경험’ 속으로 축소됐다. 이전에는 예술이 지식의 한 형태로 객관적인 진리의 한 측면으로 여겨졌으나 원자들의 움직임으로 이뤄지는 우주에서 더 이상 아름다움은 객관적인 특성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과학은 객관적 사실의 영역에 속했고 아름다움은 주관적인 가치의 영역으로 밀려났다”고 했다.

이어 “현대 예술에서는 스타가 되길 소망하고 성공 신화에 몰두하는 모습, 표현적인 개성에 대한 암묵적인 찬양 등은 우리 사회에 편만한 개인주의 풍조가 만연하다”며 “아트 페어, 미술 경매, 사이버 미술시장 등 상업주의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여기서는 미술의 공적 기능보다는 경제적 기능에 더 충실한 면모를 노출한다. 덕분에 미술은 정작 예술적 가치보다는 경제적 가치가 부각된다. 이에 따라 예술 생산이 대성공을 꿈꾸는 상업적 모험에 집중되는 경향을 띤다. 자율적 개인주의의 가정이 그러하듯이 개인의 이익 추구가 공동체의 유대감보다 우선한다”고 했다.

그는 “그런데 여기에 무언가 중요한 것이 빠져있다는 인상을 준다. 공동의 목표를 향한 비전이 제고되고 각 개인이 중요한 가치로부터 분리되어 스스로 정한 목표를 추구하고 탐욕을 최고 추동력으로 삼는 것은 공동체를 위기로 이끌며 이는 내부로부터의 파괴를 의미한다는 지적이 그것이다”라며 “예술은 본래 의도된 관객보다 더 넓은 대중과 관련되어 인간됨이 무엇인지를 환기시키며, 이웃 됨을 조성하고 좋은 사회를 발전시켜 간다는 점에서 ‘공적’”이라고 했다.

# 공공예술의 대강의 역사적 흐름

서성록교수
샤르트르 성당의 스테인드 글라스 ©아트미션 제공

서 교수는 “공공 예술의 개념은 고대 문명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장구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예를 들어 고대 이집트인들은 대중에게 경외심과 존경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기념비적인 조각상과 부조물을 만들었고, 그리스인들과 로마인들은 그들의 신과 영웅을 기리는 조각품과 건축학적 특징으로 공공장소를 장식했다”며 “중세시대의 교회는 예술의 주요 후원자가 되어 프레스코, 스테인드글라스, 조각품 등을 설치했다. 고딕양식으로 건축된 샤르트르 대성당은 예술적인 스테인드글라스로 명성이 자자한데 창문을 장식하고 있는 스테인드글라스는 성경의 이야기와 성도들의 삶으로 디자인 된 수천 개의 색유리로 구성되어 있다”고 했다.

서성록 교수는 ‘20세기 공공미술’의 예로 설치미술가 크리스토(Christo)와 장 클로드(Jeanne-Claude)가 가 뉴욕 시의 센트럴 파크의 산책로를 따라 7,500개 이상의 샤프란 색상의 패브릭 천을 설치한 작품 ‘게이트’(the Gate)를 언급하며 “이 작품은 삭막한 철근 빌딩으로 둘러싸인 메가 시티를 작은 바람의 흐름에 따라 움직이는 낭만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도시로 변모시켰다”며 “짧은 전시 기간에도 불구하고 ‘게이트’는 의미 있는 공공예술이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과 함께 예술이 우리의 환경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서성록 교수
공공 미술의 건강한 예 ©아트미션 제공

이어 “공공 예술은 대규목 조각과 벽화에서부터 인터랙티브 설치 및 공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를 취하며 공원, 광장, 박물관, 및 기타 공공장소에서 볼 수 있다”며 “현대의 공공 예술은 종종 사회 및 환경 문제를 해결하고 문화적 다양성과 포용을 촉진하며 관광, 경제 개발 및 커뮤니티 정체성을 촉진하는데 사용되기도 한다. 전반적으로 공공미술은 우리의 삶과 환경을 바꾸는데 일정한 역할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근래에는 새로운 형태의 공공미술이 등장했는데 이것은 오브제 지향적인 공공미술을 넘어서 참여자와의 대화를 작업의 중심에 놓는 접근이다. 페미니스트 행동미술가수잔 레이시(Suzanne Lacy)가 창안한 ‘새로운 장르 공공미술’(New Genre Public Art)가 그것이다”며 “수잔 레이시의작업은 참여자와 함께 공동 작업을 하는 데서 특징을 찾을 수 있다. 그의 작품 ‘크리스털 튈트’는 65세 이상의 시니어 여성을 참여시킨 프로젝트로 참여자들이 개인적인 경험들을 나누고 관람자들은 발코니 너머에서 미리 녹음한 그들의 대화내용을 듣게 하는 식으로 진행됐다”고 했다.

서성록 교수
참여자 중심의 예술의 예. ©아트미션 제공

서 교수는 “교회의 제단화나 스테인드글라스부터 최근의 참여자 중심 예술까지 미술의 공공성은 시대마다 다른 철학을 띠고 등장한다. 그런데 공공미술 중에는 종종 특정 이념을 관철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거나 아예 전통적인 권위를 공격하려는 의도를 띠고 추진되는 것도 있다”며 “또한, 그런 ‘전복성’을 밑거름으로 삼는 것의 배경에는 근본적으로 예술에는 객관적 기준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으며 설사 존재하더라도 그 개념 자체를 부정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이는 인본주의적 사유방식, 즉 그들 스스로 정당화할 수 있는 것만을 수용하고 ‘계시와 전통’을 권위의 출저로 보기를 거부하는 전형적인 ‘계몽주의적 사고방식’을 보여준다”고 했다.

# 공공예술에 대한 신학자들의 견해

서성록 교수는 “종교개혁가 칼뱅(Jean Calvin)은 하나님께 받은 훌륭한 은사들을 나의 야망을 성취하는데 사용하지 말고 공동체를 위해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크리스천이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에 대한 기록은 아주 오래됐다”며 초대 교부 ‘요하네스 크리소스토무스’(Johannes Chrysostomus)의 말을 인용하여 “기독교의 가장 완벽한 규칙, 가정 정확한 정의, 최고점은 바로 공동선의 추구다. 왜냐하면 이웃을 돌보는 것만큼 한 사람을 그리스도 닮은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많은 기독교인을 당황스럽게 하는 역설이 존재한다. 그것은 불신자들이 신자들보다 이런 재능을 더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이라며 “제임스 헌터는 ‘아름다움과 지혜가 파편적으로, 혹은 타락한 모습으로 존재하는 곳에서 신자들은 이것들의 완전하고 완벽한 모습을 그리스도 안에서 발견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한다. 기독교인들은 아름다움의 발현에 무관심하고 심지어 그것을 조롱하지만, ‘미와 창의력’이 하나님과 그의 가치를 반영하고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했다.

그는 “한스 로크마커(Hans Rookmaaker)는 현대예술의 흐름과 그 속에 흐르는 정신을 검토한 다음 현대예술 속에 우리 시대를 이해하는 열쇠가 있으며 매우 엉뚱해 보이는 작품들이 실은 우리 문화에 팽배한 위기의 신호이며 이 작품들이 우리가 성스럽게 생각하는 모든 것의 무의미함을 선포한다고 진단한다”며 “그렇다고 그가 윤리적인 예술을 추천하거나 종교적인 예술을 대안으로 내놓은 것도 아니다. 그는 도덕적 가치를 강조할 수 있지만 도덕적 메시지가 들어있는 작품 활동으로 예술가의 정당성을 증명하려고 할 필요가 없고, 또한 예술가의 삶을 과감히 접고 전도하는 등 복음을 직접적으로 전하는 일로 성급하게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이데 대한 그의 답변은 명료하다. ‘예술은 우리의 이웃에게 아름다움과 기쁨을 주는 것으로 그 사명을 다한다.’ 예술이 삶이나 현실과 단절되어 버린다면 그 의미를 상실할 것이며 예술가가 상아탑 속에 갇혀 있지 않고 선지자나 제사장처럼 행세하려고 하지 않을 때, 그 사회를 위해서 의미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서성록 교수
삶을 나누는 공공미술의 예. 평균 연령 80세의 할머니들이 그림을 배우는 곳인 신풍미술관 모습. 평생 가족들 뒷바라지로 정작 자신의 삶을 돌보지 못한 할머니들을 위한 그림학교이다. ©아트미션 제공

서성록 교수는 “예술은 개인의 만족에 머물지 말고 사회에 유익을 주고 ‘좋은 삶’, 사회의 번영에도 도움을 주는 공동선의 추구에 힘써야 한다”며 “그렇다고 우리가 ‘비영리’를 고수한다거나, ‘인터렉션 모델’을 택하거나, 기성 제도로부터 ‘해방’을 외치는 ‘이데올로기’를 외치거나 특정 방법론을 택한다고 하여 ‘공적’이 되는 것이 아니다”며 “작품에 우리의 삶의 터전과 공동체를 돌보고 취약한 이웃을 배려한다면 충분히 ‘공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자신을 위한 자리를 차지하기보다 특정한 시간, 공간 속에 함께 거주하는 공동체의 삶을 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핵심은 공동선의 ‘핵심적 가치’를 어떻게 작품으로 ‘내재화’하는가이다”라고 했다.

그는 “그리스도인들이 문화에 참여할 때 간과하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거룩하거나 성별된 예술을 만드는 것이 따로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구약에서는 성소와 성막을 공교히 제작하는 일이 중요했지만, 이 일은 그리스도가 이 땅에 오신 이후 사라졌다. 창조적 능력은 하나님의 관대하심에 대한 분명한 증거이며, 종교개혁은 교회의 ‘후견 역할’에서 에술을 해방시킴으로, 처음으로 그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 아브라함 카이퍼의 주요 시각이다”라고 했다.

이어 ‘카이퍼’의 말을 인용하여 “칼빈주의가 종교와 신적 경배를 감각적 형식에서 해방시키고 그 활기찬 영성을 고무시키고 한편으로 일반 예술 약식을 창출했을 뿐만 아니라 물꼬를 터주었다고 적극적인 의미를 부여했다. 우주와 모든 세상이 하나님이 지으신 것이다. 칼뱅의 말처럼 ‘영광스러운 극장’인데 왜 좁은 울타리 안에 가두려고 하는가”라고 했다.

# 우리의 반응

서 교수는 “크리스천 미술가들의 무대는 열려 있고 테마는 무궁무진하다. 성경이 구체적으로 예술에 대해 명시하지 않은 것은 많은 부분을 예술가의 재량으로 남겨놓으셨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며 “우리는 하나님의 나라가 추상적인 것도 아니고 순수하게 내면적인 것도 아니고 개인적인 것도 아니라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하나님의 왕국은 관계적이고 사회적인 방식 못지 않게 물리적, 공간적, 상징적인 방식으로 형성된다. 그러므로 우리가 하나님의 나라의 대리인으로 ‘공공의 문제’에 참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이어 “인간은 자아를 개발하려고 애쓸 때나 자기 처지를 개선하려고 노력할 때, 혹은 아무 속박 없이 마음껏 탐욕을 부릴 때가 아니라,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서로 간의 유대와 책임을 경험할 때 성취감을 느낀다고 한다”며 “특히, 동시대의 예술이 사적인 영역에 묶여 더 큰 그림을 보지 못하거나 영적, 도덕적 마비로 카오스에 빠졌을 때, 크리스천은 이러한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극복해야 할지 ‘문화의 갱신’과 ‘사회적 변혁’의 차원에서 본분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번 ‘아트포럼’은 전 세계적으로 직면한 환경 생태 문제, 인권 문제, 생명 문제 등 창조계의 존귀한 생명 돌봄의 예술에 대해 2022년에 이어 또 한번 다뤘다. 또한, 경동교회 갤러리에서는 포럼의 연계 전시인 ‘생명돌봄의 예술’展을 8월 3일부터 개최했다.

아트포럼의 패널과 주제로는 신국원(총신대 명예교수)가 ‘생명 돌봄:회복된 문화-예술의 소명’, 라영환(총신대 신학과 교수)의 ‘샬롬으로서의 기독교 예술’, 서나영(총신대 스펄전 칼리지 교수)의 ‘예술과 생명:복음의 능력 그 아름다운 비밀’, 서성록(안동대 명예교수)의 ‘예술은 어떻게 세상을 이롭게 할 수 있을까?’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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