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구 교수
이승구 교수 ©크리스천투데이 제공

한국복음주의조직신학회 제44차 정기논문발표회가 13일 한국성서대학교에서 열렸다. 이날 이승구 교수(합신대)가 ‘공적신학의 근거로서의 일반은총’이라는 제목으로 기조강연을 전했다.

이 교수는 “공적신학의 근거를 일반은총에 둬야 하며, 그렇지 않을 땐 공적신학이 건전하지 않은 공적신학이 될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된다”며 “건전하지 않은 공적신학은 첫째, 기독교적 진리가 포기되는 형태다. 포스트모던사회의 다양성을 너무나 의식한 나머지 기독교의 진리를 궁극적인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잘못된 길로 가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어 “둘째, 세상의 과정에 따라 하나님이 변하실 수 있다는 것도 바른 작업이 아니”라며 “셋째, 상징과 개념, 은유만을 말하는 것도 하나님을 모호하게 만들어 버리는 것”이라고 했다.

또 “넷째, 인간의 힘으로 세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인상을 주는 것도 건전한 공적신학이 아니다. 최대치의 노력에도 우리의 힘은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는 겸손에 근거한 논의가 건전한 신학적 작업”이라며 “다섯째, 다른 방법으로도 구원이 있다는 보편구원론적 함의도 바른 공적신학의 길이 아니”라고 했다.

이 교수는 “일반은총이란 사람을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구속으로 구원하는 특별은총이 아니”라며 “칼빈은 일반은총에 대해 ‘피조계 전체에 미치는 보편적 은혜’, 존 머리는 ‘구원에 이르게 하지는 않지만, 이 받을 만하지 않고 죄로 인한 저주하에 있는 세상이 하나님으로부터 받아 누리는 모든 애호’라고 정의했다”고 했다.

이 교수는 “일반은총은 죄를 억제하는 기능을 가진다. 마치 율법의 정치적 용도가 사람들의 죄를 범하려는 욕구를 억제하는 것과 같다. 율법은 믿는 사람에게 작용하는 것이기보단, 중생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작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며 “그렇게 일반은총은 죄를 억제하면서 이 세상이 곧바로 망하지 않고 유지되도록 하는 역할을 맡는다. 하나님은 선인과 악인에게 모두 햇빛과 비를 주셔서 이 세상에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살아 나가면서 사회가 유지되도록 하신다. 타락에도 불구, 가정과 국가의 일을 통해 어느 정도의 도덕과 사회 질서, 그리고 시민적 사회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인간들이 일반은총에 저항하면 역사의 진행 과정에서 사회적 형벌이 주어지기도 한며, 이것을 현세적 심판이라고 한다. 그러나 모든 죄가 다 응징되는 것은 아니기에, 결국 현세적 심판은 제한적이고 부분적이며, 이에 대해 아브라함 카이퍼는 ‘역사 속에서는 죄에 대한 저주가 온전히 드러나는 것을 연기시키고, 역사를 진전시키면서 지옥을 준비시키는 것’이라고 했다”고 했다.

이 교수는 “세상 학문과 문화가 진전될 수 있는 것도 일반은총 때문이다. 아브라함 카이퍼는 기술과 지적인 문화는 점점 진전하지만, 윤리적이고 영적인 문화는 점점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다는 것을 정확히 지적했다”며 “하나님을 미워하는 사람들은 일반은총을 오용하면서 역사의 진전에 따라, 그리스도 왕국에 대한 의식적 반대도 점증해 간다고 했다. 그리하여 특별은총을 누리는 그리스도인과 교회는 이런 문화 영역에 변혁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카이퍼는 강조했다”고 했다.

아울러 “타락한 인간들이 시민적 선을 행할 수 있는 것도 일반은총 덕택”이라며 “아브라함 카이퍼의 신학적 작업 당시 사회는 세속화돼서 많은 이들이 영적 정신적으로 삼위일체 하나님을 떠나 세속적인 사유로 살았고, 하나님의 가르침과 일치되지 않은 삶을 살고 있을 때였다”고 했다.

그러므로 “카이퍼는 세속적 혁명의 방식이 아니라 하나님께 충실하면서 클라이브 피어슨의 말대로 ‘다시 오실 그리스도의 포괄적 주권에 근거한’ 방식으로 세속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신학 작업을 했다”며 “세속 사회를 상당히 의식하면서 세속 사회에도 영향을 미쳐야 한다는 것을 견지한 신학 작업을 했다”고 했다.

또 “공적신학의 표면적 목표는 공공선을 증진시키고 바람직한 시민사회를 육성하고자 기독교적 자원을 모두 동원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오늘날 잘못된 공적신학은 세속 사회에서 말할 자격을 얻기 위해 기독교의 궁극성을 포기한 것으로, 기독교의 진리는 보편적 진리라고 말해선 안 된다는 의견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했다.

더구나 “인간의 힘으로 세상이 주도하는 대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펠라기우스와 천주교회, 혹은 인간의 전적 부패로 인해 세상의 변화에 대해선 함구해야 한다는 초칼빈주의와 달리 진정한 칼빈주의는 타락한 사람들을 구원하시는 특별은총을 강조함과 더불어 이 타락한 세상을 덜 악한 방향으로 이끌어 가도록 세상에 영향을 미치는 신학적 작업을 하는 것이다. 이것이 일반은총에 의거한 공적 신학”이라고 했다.

 

한국복음주의조직신학회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주최 측 제공

이 교수는 “아브라함 카이퍼는 특별은총 아래 있는 그리스도인들이 이 세상에서의 여러 문화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또 특별은총이 없이는 일반은총도 없으며, 특별은총의 빛에서만 일반은총 논의가 가능한 것”이라며 “그래서 개혁주의적 공적신학은 타락한 세상에도 불구, 세상이 악함으로 향해가지 않고, 그런대로 의미 있는 발전도 있게 하기 위해선 일반은총에 의존하는 길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개혁파적 공공신학이 말하는 공공선은 절대적인 선이 아니라 상대적인 선”이라며 “때문에 공적신학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고 스스로 설 수도 없다. 즉 전통적 신학을 토대로 기생하는 신학이며, 공적신학은 세속 사회 속에서 작동하기를 바라는 신학적 작업이다. 하나님 나라의 극치 상태는 아니나 오직 세속 사회에서 효과적 실천을 위해 하는 신학적 작업으로서, 궁극적으로 없어질 신학”이라고 했다.

따라서 “우리는 공적신학이 없어질 것을 여기면서 작업해야 한다. 건축을 위해 임시로 설치하는 일종의 비계(scaffolding)에 해당한다고 본다”며 “소정의 목적이 이뤄지면 사라져야 할 것이나, 비계가 없으면 건축을 할 수 없듯이, 세속 사회 속에선 공적신학적 작업은 매우 필요한 일”이라고 했다.

아울러 “공적신학이 말하는 시민사회 또한 궁극적 종착점이 아니라 타락한 구조 안에서 인간들이 할 수 있는 제한된 의미의 시민사회라고 분명히 인정돼야 한다”며 “그리하여 불신자 시민들과 함께 이 세상을 온전한 멸망에 이르지 않고, 일반은총의 영향에 덜 저항하도록 하는 사회를 만들려는 노력이 공적신학의 작업이자 시도”라고 했다.

이 교수는 “건전하지 못한 공적신학은 이 땅에서 궁극적인 것을 우리의 힘으로 실현하려는 소위 해방신학이나 19세기 자유주의자들의 시도”라며 “궁극적인 것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으로 하나님 나라를 극치에 이르게 하실 때 우리에게 주어진다. 우리의 진정한 활동은 재림 이후 새 하늘과 새 땅에서 온전한 몸과 영혼으로 이뤄진 완전한 전인(全人)의 활동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김은득 박사(한국기독교윤리연구원)가 ‘공적으로 신학하기(doing theology publicly): 헤르만 바빙크를 중심으로’, 박찬호 교수(백석대)가 ‘개혁주의 생명신학의 하나님 나라 운동과 신학의 공공성’, 황경철 박사(한국대학생선교회 CCC)가 ‘데이비드 반드루넨의 공공신학에 대한 개혁신학적 평가’, 정진경 목사(함안제일교회)가 ‘헤르만 바빙크의 신학에서 보편성에 대한 고찰’, 김성호 교수(서울신대)가 ‘타자를 위한 교회, 타자를 위한 사중복음: 디트리히 본회퍼의 교회이해를 통한 사중복음의 기독교윤리학적 담론들’을 발제했다.

논평자는 각 순서의 발제대로 유태화 교수(백석대), 유창형 교수(서울신대), 김성원 교수(서울신대), 이남규 교수(합신대), 전봉준 교수(칼빈대)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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