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실천신학회 제87회 정기학술대회
한국실천신학회 제87회 정기학술대회가 ‘나노사회의 공동체성 회복과 실천신학적 과제’ 주제로 열렸다. ©한국실천신학회 제공

한국실천신학회(회장 민장배 박사)가 10일 오후 1시부터 11일 오후 1시까지 인천 계양구 소재 부평 카리스호텔에서 ‘나노사회의 공동체성 회복과 실천신학적 과제’라는 주제로 제87회 정기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첫날 먼저, ‘나노사회의 심리적 현상과 대응방안에 대한 연구’라는 주제로 발제한 김현진 박사(광신대 실천신학, 상담치료)는 “나노사회란 한국사회가 ‘개인의 취향, 산업의 형태, 사회적 가치’ 등 사회 전반에 극도로 미세한 단위로 분화되고 있다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트렌드 코리아 2022’(김난도 외 6인, 2021)에서 제안한 키워드”라며 “이는 우리 사회가 공동체적인 유대를 이루지 못하고 나노 단위로 조각난다는 뜻을 가진다. 즉, 개인은 서로 이름조차 모르는 심리적으로 외롭고, 고립된 섬이 되어 가는 사회를 말한다”고 했다.

또한 “초연결 시스템 속에 있으나 소외되어 있는 사회적 존재를 포함한다(Norena Herz, 고립의 시대, 2021). 이는 비유적으로 보면, 유기체의 기본 단위인 분자 혹은 원자 단위처럼 분해되어 존재한다”며 “이는 연대가 붕괴되고, 독재와 감시, 자본주의가 가속화되어 가며, 각자 도생하는 무한 경쟁체제로 내몰리고, 경제적·심리적으로 양극화를 겪게 돼 구성원들 각자의 인간적 소통이 단절돼 가는 사회를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나노사회의 대표적인 심리는 ‘외로움’이다. 21세기를 진단하는 대표적인 학자 중에 노리나 허츠(Noreena Hertz, 영국 경제학자)는 ‘21세기 사람들은 초연결 세계에서 격리된 존재들이며, 사회적 고립 속에서 만성적 외로움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 만성적 외로움의 감정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깊이 스며들어 있다’고 말했다”고 했다.

이어 “우리 인간 존재란 연결되어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홀로 외로이 있는 느낌이 들 때 함께 고민이나 일상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작은 그룹 공동체를 만들거나, 소속을 하여 함께 나눔을 갖는 것은 초연결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했다.

또 “외롭고 고통당하고 있는 이웃들에게 조금이라도 시선을 돌려서 그들에게 현실적인 도움을 주는 사마리아인이 되어보는 것은 나노사회 속에서 우리의 지역사회와 작은 공동체를 서로 건강하게 연결시키는데 매우 중요한 점”이라고 했다.

한국실천신학회 제87회 정기학술대회
한국실천신학회 제87회 정기학술대회 진행 사진. ©한국실천신학회 제공

김 박사는 “초연결사회와 나노사회의 외로움의 심리를 극복하도록 돕는 궁극적인 도움은 삼위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고 교제하는 것”이라며 “나노사회 속에서 이 사명을 이루기 위해서 우리 기독교인들이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에 관한 질문은 매우 중요하다. 또, 정서적 돌봄과 성장을 위한 네크워크를 형성하는 구조적 접근을 통해 소그룹 영혼정서돌봄 그룹을 활성화시키는 것도 고려해보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고립된 사람들은 외로움을 느끼게 되는 경우들이 많다. 이에 대해 교회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교회 커뮤니티가 지역주민들이나 교인들에게 공동체 경험으로부터 얻게 되는 유익함을 실제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교육과 돌봄 정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며 “또한, 교회 공동체에 참여하는 것이 면역력 유지와 건강 향상 기능을 한다는 것을 때때로 자료화 또는 수치화해서 보여줄 필요도 있다. 사람들은 자기가 얻고 있는 유익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다른 곳에서 찾으려고 하는 경향도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자신과 견해가 같은 사람들과만 소통하고 반대되는 목소리는 만나지 못하게 되는 것 그리고 같은 목소리나 의견의 메아리 속에서 형성된 반향실 혹은 에코 체임버 효과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서 두 번째로 ‘나노사회에서 공동체 리빌딩’라는 주제로 발제한 조성돈 박사(실천신대 목회사회학)는 “나노사회에서 개인주의가 극대화 되었다. 파편처럼 흩어진 개인들이 있을 뿐”이라며 “이들은 모래알처럼 흩어지고, 해시태그로 다시 모이고, 그 가운데 반향실 효과를 통해 공고해 진다. 이들은 흩어져 있지만 목적에 따라서, 취향에 따라서 모인다. 또한 그들은 때론 무시하지 못할 공고함을 자랑하기도 한다”고 했다.

조 박사는 “이러한 가운데 나노사회는 함께 동의할 수 있는 새로운 도덕성을 요구하고 있다. 서로 결속된다는 것이 이전과 같이 집단적 정체성에 의한 것이 아니라 각 개인의 취향과 의지에 달려 있기 때문에 이들이 동의할 수 있는 도덕성은 결속에 필수적인 요소”라며 “또 이러한 상황에서 극단적으로 나타난 것이 1인 가구의 등장이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코로나 블루나 고독사와 같은 폐해들도 준비되지 못한 사회변동, 즉 1인 가구의 영향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우리가 살펴볼 바는 ‘Alone Together’로 상징되는 나노사회의 커뮤니케이션 태도이다. 너무 가깝지도 않게, 그러나 외로움을 나눌 수 있는 느슨한 형태의 공동체에 대한 욕구가 현대에 있다”며 “특히 SNS의 발달은 현대인들의 공동체 의식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이에 대한 교회의 적정한 수준의 공동체 사역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나노사회의 인간들은 상처에 대한 불안을 가지고 있다. 사람을 만나는 것이 불편해 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인데, 사람에게 받는 상처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이를 기반으로 해서 상처받지 않을 거리를 유지하면서, 자신의 욕구와 목적을 이룰 수 있는 공동체에 대한 욕구를 드러내고 있다”며 “이에 대해 교회는 소공동체를 통해 유연하게 다가가고, 나노화된 개인의 욕구에 응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홀로 서는 신앙인으로 주체성을 가지고 스스로 자신의 신앙을 형성해 온 교인들에게 다시 모여야 할 필요와 매력을 갖추어야 한다. 이에 교인들이 동의할 수 있는 교회의 목적, 즉 공공성의 필요는 적절해 보인다”며 “이전과 같이 교회 중심의 공동체성에 대해서는 이제 많은 교인들이 의문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자신들의 선의와 신앙적 양심을 충족하며, 잃어버린 교회의 사회적 신뢰성을 되찾을 수 있는 방편으로 교회의 공공성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때”라고 했다.

아울러 “코로나 상황을 거치며 교회는 큰 어려움을 겪었다. 3년을 이전에는 상상도 해 볼 수 없었던 사역을 거쳐왔다. 교인들 역시 이러한 상황에서 스스로 진화했다고 할 수 있다”며 “이에 더해 이 사회는 나노사회로 변하며 전혀 다른 개인의 정체성과 공동체성을 경험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의 변화는 교회에도 같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교회 역시 이들을 수용하며, 사회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다음 세 번째로 ‘나노 사회의 영성과 종교: 찰스 테일러의 Buffered Self와 초대 교부들의 영적 감각론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발제한 남기정 박사(감신대 실천신학)는 “테일러(Charles Margrave Taylor, 캐나다 철학자)는 현대 사회는 초월과 내재적 세계 분리되고 disenchanted된 공간이며, 그 속에서 살고 있는 개인들은 대상과 타자들로부터 쉽게 상처받지 않도록 buffered된 정체성을 가진 자아들이라고 본다”고 했다.

또 그는 “이런 자아들에게는 난점이 있으니, 이들은 육체의 오감으로만 인식되는 것으로 이루어진 세계 속에 고립되어 있다”며 “그래서 뭔가를 잃어버린 것 같다는 느낌, 무언가로 가려진 세계 속에 놓여 있는 것 같다는 고립감에 시달리는 존재가 되었다고 테일러는 설명한다”고 했다.

그는 “이러한 테일러의 설명은 각자의 기호와 관심사에 따라 최소의 단위로까지 조각조각 파편화된 ‘나노 사회’ 속에 살면서, 소비주의, 확증 편향, 무의미 등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잘 볼 수 있게 해 주는 열린 창문 하나를 제공해 준다”고 했다.

아울러 “이러한 테일러의 창은 우리에게 우리 자신의 욕망, 생각, 상상, 이념 등을 성찰하고 정화하는 실천의 삶이 우리가 갇혀 있는 상황에서 벗어나 더 풍성하고 충만한 세계를 맛보고 누리게 하는 길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영적 감각 사상과 같은 가르침을 존중하고 다시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고 했다.

이후 발표에는 △한백병 박사(실천신대)가 ‘나노사회에서의 공동체성의 회복을 위한 디아코니아의 역할’ △손 문 박사(연세대)가 ‘나노 과학과 기독교교육의 현상학적 접근’ △주희현 박사(공유문화예술연구소장)가 ‘나노사회 공동체성 변화에 따른 공유체로서의 교회활동 연구-리좀이론으로 분석한 교회 공유활동사례를 중심으로’ △조한상 박사(호남신학대)가 ‘마음 챙김과 영성 훈련 참여 경험에 관한 현상학적 비교연구를 통한 인문학과 기독교 영성학의 학제 간 연구: 공동체 회복의 관점에서’ △김해영 박사(강서대)가 ‘나노사회의 ‘파편화’(fragmentation) 현상과 공동체 약화에 관한 목회상담학적 연구’ △조성호 박사(서울신대)가 ‘나노사회 파편화를 극복한 기독교 영성과 리더십’ △고원석 박사(장신대)가 ‘기독교교육의 융합 모델로서 비블리오드라마 - 본문, 해석, 경험, 미디어의 관점에서’ △김남식 박사(CESI한국전도학연구소)가 ‘21세기 교회 갱신을 위한 리차드 플래처(Richard Fletcher)의 9가지 연구 질문을 바탕으로 한 켈트 기독교 전도 전략 연구’라는 주제로 각각 발제했다.

둘째날 11일에는 △정재영 박사(실천신대)가 ‘나노사회에 적합한 교회의 공동체성 모색’ △김종현 박사(게렛신학교)가 ‘나노사회와 함께하는 예배 공동체’ △김병석 박사(숭실대)가 ‘나노사회에서의 실천적 설교신학의 커뮤니케이션 연구’ △서 현 박사(한국상담치료연구소)가 ‘나노사회에서 관음증-중독청년의 시각적 왜곡의 해소를 통한 상담치료’ △김신구 박사(서울신대)가 ‘나노사회 속 교회의 건강한 공동체성 함양을 위한 목회신학적 고찰’ △박관희 박사(서울신대)가 ‘나노사회 한국 기독교 위기의 대안으로서 예배과정 플랫폼 연구: 거룩한 시공간 개념을 중심으로’ △김용성 박사(한신대)가 ‘나노사회에서 교회 공동체를 위한 설교 모색’이라는 주제로 각각 발제했다.

한편, 11일에는 제28회 한국실천신학회 정기총회를 통해 2023년 신임원이 선출됐다. 아래는 신임원 명단

14대 신임이사장 및 상임이사에는 ▲황병준 신임이사장 ▲민장배 상임이사
28대 신임원에는 ▲서승룡(한신대) 회장 ▲구병옥(개신대) 선임부회장 ▲박은정(웨신대) 부회장 ▲이종민(총신대) 총무

제28회 한국실천신학회 정기총회
서승룡 신임 회장. ©한국실천신학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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