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소영(미국 변호사, 세인트폴 세계관 아카데미 대표)
정소영(미국 변호사, 세인트폴 세계관 아카데미 대표)

최근 종영한 인기 드라마 '재벌 집 막내아들'은 재벌 집 비서로 살다가 죽음을 맞이했는데 눈을 떠보니 인생 2회차, 그 재벌 집의 막내아들로 태어나 복수 비슷한 것을 한다는 설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에서 이미 미래에 대한 정보를 가진 주인공이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에게도 저런 일이 생긴다면, 나에게도 다시 한번 삶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요즘 드라마에서 유독 환생이나 빙의와 같은 요소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죽은 왕비에게 빙의한 시녀와 사랑에 빠지는 왕이라든지, 영혼을 바꾸는 환혼술이라든지 등등. 니체의 영혼회귀사상과 동양사상의 혼합 같은 이야기들이 인기를 끄는 것은 삶의 불확실성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반영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이 모든 것은 사실 뉴에이지 사상과 연관이 있습니다.

뉴에이지(New Age)란 새로운 영성(New Spirituality)을 말합니다. 올드 에이지 (Old Age)였던 기독교 시대가 끝나고 새로운 영성의 시대가 왔다는 것이지요. 뉴에이지 시대의 특징은 예수 그리스도만이 인류의 유일한 구원자라고 주장하는 것을 매우 진부한 것이라 치부하고, 인간은 각자 자기 내면에 있는 신, 또는 영성을 개발하여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각성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각성의 방편으로 명상, 요가, 점성술, 타로, 주역 등 인간이 우주의 기운이나 에너지의 도움으로, 또는 그것과 접신하여 신이 되어가는 과정을 추구하고, 결국 해탈하거나 다시 환생하여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고 믿는 것입니다. 너무 간단하게 뉴에이지를 소개한 감이 없지는 않지만, 지금 문화 콘텐츠의 대부분은 이러한 뉴에이지 사상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작가가 그것을 알고 썼든, 모르고 썼든지 말입니다.

예수님은 종말의 때에 '적그리스도'가 나타나서 많은 사람들을 미혹할 것이라고 예언하셨습니다. 전에는 이 말씀을 읽을 때 그저 "앞으로 통일교의 문선명이나 신천지의 이만희, 하나님의 교회의 안상홍처럼 자신을 '예수' 또는 '보혜사 성령님'과 비슷한 존재라고 미혹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이 나타날 것을 말씀하셨나 보다"라고 생각했었는데, 요즘에는 어쩌면 인간에게 예수님뿐만 아니라 다양한 구원의 길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상적 흐름 자체가 '적그리스도'일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듭니다.

뉴에이지는 종교통합을 의미합니다. 기존 기독교의 영성, 성삼위일체 하나님만을 추구하는 영성이 아니라 인간이 자신의 힘으로 구원을 이루고자 하는 모든 시도를 다 관용하고 포용하는 큰 사상적 흐름입니다. 이것이 너무 매력적이고, 재미있고, 아름답게 보여서 정말 많은 사람이 미혹될 수 있겠다 싶습니다.

우리의 다음 세대가 이 미혹을 이겨낼 수 있을까요? 콘텐츠를 즐기고, 그 안에서 좋은 것을 취하면서도 쓰레기 같은 나머지 부분들을 가려내는 능력이 있을까요? 친한 친구가 늘 니체는 '복어'라고, 잘 발라내면 유익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그 독에 죽을 수도 있다고 했던 말이 비단 니체의 사상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추구하는 모든 사상과 문화에도 적용되는 것 같습니다.

2023년, 뉴에이지의 더욱 강력한 공격이 예견됩니다. 우리는 준비가 되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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