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협 세미나
대한변호사협회가 24일 오후 서울 역삼동 대한변협회관에서 ‘김정은 체제하의 북한 주민의 인권 세미나’를 개최했다. ©주최 측 제공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종엽 변호사, 이하 대한변협)가 24일 오후 서울 역삼동 대한변협회관에서 ‘김정은 체제하의 북한 주민의 인권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는 2개의 세션으로 나눠 진행됐으며 제1세션은 ‘북한의 인권상황 변화’, 제2세션은 ‘북한의 인권상황 개선 대책’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세션 시작에 앞서 이종엽 변호사가 개회사를 전했다. 그는 “1984년 UN 총회에서 채택한 세계인권선언 제1조는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로우며 그 존엄과 권리에 있어 동등하다’고 규정되어 있다. 국제인권기구에 따르면 김정은 정권이 집권한 2012년 이후에도 북한의 인권 실태는 여전히 광범위하고 체계적이며 계속해서 열악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친부적이고 기본적인 인권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반드시 지켜내야 하는 보편적 가치다. 특히 북한 주민의 인권을 증진하는 일은 남한과 북한의 주민들이 정전체제에서 벗어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온전히 누리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전제가 된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 이번 세미나를 통해 북한 주민의 인권증진을 위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지길 바라며 향후 정부의 국내외 북한 인권 정책, 나아가 한반도 평화를 위한 정책에 유용하게 활용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어서 진행된 제1세션에선 주성하 기자(동아일보)가 ‘생명권’, 허만호 명예교수(경북대학교)가 ‘식량권’, 이재원 변호사(법무법인 을지)가 ‘의견 및 표현의 자유’라는 주제로 각각 발제했다.

먼저 발제한 주성하 기자는 “북한 주민의 생명권을 따질 때 법에서 규정한 사형 제도만 관찰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사형 제도 자체가 고무줄 잣대라 마음대로 형량을 높이거나 줄일 수도 있지만, 정치적 범죄의 경우 무조건 사형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며 “북한 형법 조항보다 북한의 연좌제를 더 주목해야 한다. 사형수 한 명이 나오면 일족까지 처벌되는 경우가 태반이다”고 했다.

그는 “법적으로 사형 판결을 내려야만 죽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북한 형법에 따른 사형 제도는 사실상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북한 정치범수용소나 교화소의 열악한 환경을 살펴봤을 때 5년 이상 생존율은 매우 희박하다. 따라서 5년형 이상 받는 사람도 사실상 사형된 것이라 봐도 무방하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김정은 체제 초기에는 형벌을 유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김정일 시절보다 더 잔인한 판결이 많아지고 있다. 북한 같은 사회는 법 위에 김정은의 지시가 있음을 잊어선 안 된다”며 “법적 처벌 이외의 생명권 문제도 심각하다. 법의 판결을 받고 죽는 사람보다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억지로 내몰려 죽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고 했다.

이어서 발제한 허만호 교수는 “건설기 및 안정기의 공산주의 사회에선 지배이념이 사회적 통합과 사회적 규제를 담당해왔다. 체제의 효율성이 현저히 저하된 후기 공산주의의 단계에서 ‘신칠렐 정책’을 채택하기 전의 몽골 사회에서도 이 부문이 낮았던 것으로 평가된다”며 “사회통제가 효과적으로 이뤄지지 못하면 사회제도가 비효율적으로 되는 사회적 무질서 속에서 꾸준히 새로운 역학적 균형을 찾게 되고 이는 곧 정치체제에 대한 압박으로 나타난다”고 했다.

그는 “몽골에서는 민주화 추진세력들이 외부환경의 변화와 연성정부의 통제 완화를 이용하여 신속히 결집할 수 있었으며 이는 체제 전환의 촉발요인으로 작용했다. 이 사례에 대비해 볼 때 북한에선 저상세력들을 결집시킬 수 있는 사회적 네트워크가 발달해 있지 않아서 급격한 정치변동은 물론 괄목할만한 저항 운동도 발생하지 않는 것”이라며 “따라서 북한에서 이런 결손 요건들을 극복하고 ‘민주주의로서의 전환’을 하기 위해서는 사회적·경제적 변화를 비롯한 ‘제2회 사회영역’의 확대·활성화와 더불어 인권의식의 고양과 인권정책의 변화가 관건이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북한과 같은 단일조직체계에선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는 국내 시민사회영역이 없기 때문에 국제지원 단체들이 주제별로 접근하여 북한 내에 파트너와 활동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다. 그리고 정치적으로는 ‘원칙에 의거한 사고들’에 따라 법, 자유, 기본적 인권을 위한 운동을 북한 내외에서 전개해야 한다”며 “북한의 사회체계와 주민들의 경재생활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2차 경제’로부터 파생된 ‘2차 의식’이 주민들에게 광범위하게 형성되어 정치체계와 탈절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국제사회는 북한에서 ‘민주주의로의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북한의 ‘제2 사회영역’의 확장과 활성화도 활용해야 되지만, 다양한 유형의 국고수입, 화폐위조, 밀수, 무기·마약거래 등의 불법적 수입과 정치적 구속들, 국내외적 저항들, 종교 등 비공산화 영역에 대해서도 효과적인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했다.

이재원 변호사는 “북한 헌법에는 표현의 자유가 규정되어 있고 북한 당국도 주민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국경 없는 기자회’가 발표한 2021년 북한의 언론자유지수는 세계 최악으로 조사대상 180국 중 179위였다. 실제로 북한 주민의 의견 및 표현의 자유는 김정일 집권 이후에도 본질적인 개선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정은 ‘수령독재체제’는 거짓말과 폭력이라는 두 기둥에 의해 지탱되고 있다. 북한 주민들을 거짓 선전·선동의 영향권에서 이탈시키면 의견 및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수령독재체제는 불원간 붕괴하게 될 것”이라며 “우리가 북한 주민들에게 의견 및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제대로 확보해 주고자 한다면, 북한 주민들이 북한 어디에서나 외부 정보에 자유롭게 접촉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 수단을 우선적으로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끝으로 그는 “북한인권법을 제대로 시행하고 방송법을 고쳐서 민간 대북 방송에 주파수를 배정하고 북한 전역에 자유의 전파를 송출함과 동시에 창피스러운 대북전단금지법을 즉시 폐기하여 김정은의 추악한 정체를 북한 주민들에게 확실하게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했다.

대한변협 세미나
세미나가 진행되는 모습. ©주최 측 제공

이어 진행된 제2세션에선 김태훈 변호사((사)북한인권)가 ‘국내적 대책’, 박선기 변호사(법무법인 대동)가 ‘국제적 대책’이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김태훈 변호사는 “북한은 올해 들어 SLBM 포함 25차례나 미사일을 발사했고 노동당 창건 77주년인 지난 10일 전까지 보름 사이 김정은 현지 지도하에 인민군 전술핵 운용 부대들의 군사훈련을 7차례나 실시했다. 그러는 사이 북한은 제2의 고난의 행군을 선언할 정도로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고 코로나 발생으로 400만 명 이상의 유열자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국경을 봉쇄하고 핵·미사일 폭주로 모든 실패를 호도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진정한 자유민주주의 법치국가를 지향하는 대한민국 정부의 대북정책 우선 과제는 북한 인권의 개선이고, 이를 위해 조속히 북한인권법에 따라 북한인권재단을 설립하여 위헌·위법적인 상태를 해소하며, 정부와 시민단체는 총력을 기울여 그 해소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끝으로 그는 “대한민국은 세계적 수준의 한류문화를 누리고 있고, 자유진영의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일류의 나라가 되었지만, 세계인권선언의 한 조항도 지키지 않는 북한의 인권에 대해선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오는 2024년 총선에서 북한인권법 정상화를 반드시 해야할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발제한 박선기 변호사는 “R2P(보호책임)는 자국민과 다른 모든 사람들에 대한 대규모 잔악행위에 대한 국가책임과 국제적 대응을 의미한다. 북한 정권의 악행은 R2P 대상이며 말할 수 없는 악행을 자국민에게 자행함으로써 나치 독일의 만행과 유사하다”며 “정치범수용소에서 자행되는 인권침해, 시민적 정치적 자유 침해, 경제·사회 문화적 권리 침해에 대해 국제사회는 이에 대한 즉각적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 인권 보호책임은 대한민국의 기본적 책무라고 생각한다. 북한 인권의 보호 개선은 국가의 법적 책임이며 북한인권법 제정 후 법에 규제된 인권재단 출범 등 제반 조치가 즉각 시행되어야 할 것”이라며 “아울러 R2P 기본 책무에 반하는 대북전단법, 북한인권단체에 대한 시정 등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히며 국내 외 탈북민과 그들의 자녀들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강구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끝으로 그는 “북한 인권 관련 R2P 국제 세미나 개최로 북한 인권의 참혹한 실상에 대한 R2P 책임을 국제사회에 이슈화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북한 인권 책임자들에 대한 국제 모의 형사 재판을 시행해야 하며, 북한인권재단을 조속하게 출범하여 북한 인권 개선 및 인권침해 구제 등 대한민국의 R2P 책임을 증진해야 할 것이며 북한 인권 실상에 대한 대국민 교육을 통해 초·중등 교과서에 북한 인권 실상을 적시하여 국민적인 관심과 연대를 증진 시켜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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