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엽
연세대 교수, 추계예대 교수, 국립합창단 예술감독, 서울시합창단 단장을 역임했던 김명엽 교수

우리는 아름다운 광경이나 예술작품을 보다가 감명을 받아 그 인상을 글로 혹은 노래로 표현해 보고 싶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가꾸지 않은 정원의 숲이 을씨년스럽고, 언제 열어봤는가 싶은 먼지 쌓인 문, 그 굳게 닫힌 문 앞에서 애타게 두드리시는 예수님이 서 있습니다. 홀만 헌트(Holman Hunt)의 ‘세상의 빛’(The light of the world)이란 유명한 성화를 빼 담은 찬송이 있습니다.

찬송 시 ‘주 예수 대문 밖에’(O Jesus, Thou art standing)는 ‘빈민의 목사’라고 칭송을 받는 영국의 하우(William Walsham How, 1823-1897) 감독이 지었습니다. 잉겔로우(Jem Ingelow)가 지은 장시(‘Brothers and a Sermon’)를 읽고 이 그림을 떠올렸던 것입니다.

“오, 부하고 강한 자들아! 행복한 젊은이들아! 듣고 있나? 문을 두드리시는 분의 손이 지치셨는데도 참고 계시는 모습을 보아라. 그 상한 마음이 영영 떠나기 전에 어서 문을 열어라.”
바로 이 시는 계 3:20을 의역한 것이고, 이 그림 역시 그 말씀이 주제입니다.

“볼지어다. 내가 문밖에 서서 두드리노니 누구든지 내 음성을 듣고 문을 열면 내가 그에게로 들어가 그와 더불어 먹고 그는 나와 더불어 먹으리라.”(계 3;20)

감동에 찬 하우 목사는 몇 번이고 이 구절을 읊고 그림을 번갈아 보다가 단숨에 이 찬송 시를 지었다고 합니다. 찬송 시는 1867년 하우 목사와 모렐(Thomas Morrel) 목사가 공동 편집한 찬송가(‘Psalms and Hymns’)에 발표하였습니다.

김명엽

하우 감독은 옥스퍼드대를 나와 영국교회 목사 안수를 받았습니다. 국내외 여러 교회에서 시무했고 후에 동런던(East London)의 감독이 되었습니다. 특히 동런던은 극빈자들이 많아 평생을 가난한 자들을 돌보며 그들을 위해 헌신하며 살았다고 합니다.

그는 50여 편의 찬송 시를 썼는데 우리 찬송가에 ‘참사람 되신 말씀’(201장), ‘구원받은 천국의 성도들’(244장), ‘주 예수 대문 밖에’(535장), ‘나가진 모든 것’(통 69장) 등 네 편이 실려 있습니다.

시와 그림 두 작품의 영감으로 찬송 시가 나왔듯이 곡조 역시 여러 사람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곡명 ST. HILDA의 처음 여덟 마디는 독일태생의 작곡가이며 오르가니스트인 크네흐트(Justin Heinrich Knecht, 1752-1817)와 그의 동료인 크리스트만(Johann Friedrich Christmann)과 함께 1793년에 작곡한 한도막형식(8마디)의 다른 노래(‘Der neidern Menschhiet Hülle’)입니다.

영국의 오르가니스트이자 국교회 목사인 허즈밴드(Edward Husband, 1843-1908)는 하우의 찬송 시에 맞춰 부르기 위해 1899년에 크네흐트의 멜로디에 후반 8마디를 작곡하여 덧붙여 두 마디 형식(16마디)의 노래로 완성 시켰습니다. 다시 말해 전반은 크네흐트 작곡이고 후반은 허브밴드 작곡인 합작품입니다.

곡명인 성 힐다는 17C 왕족이었던 여류 신앙인의 이름으로 교계와 정계에 큰 영향력을 끼쳤던 분입니다.

1절 “나 주를 믿노라고 그 이름 부르나 문밖에 세워두니 참 나의 수치라”하는 대목에선 내 모습이 옛 대제사장 집 뜰 베드로 모습 같아 부끄러워집니다. 평생 주님을 믿는다고 찬송하고 기도하고 예배한다고 했으나 주님을 계속 문밖에 세워둔 것 같아서 말입니다. 나의 교만하고 완악한 마음 문은 계속 닫혀 있지는 않은가. 노래하고 있는 지금도 주님이 아닌 다른 것들로 꽉 채워져 있어 문을 열 수 없는 것이 아닌가. 뜻 없이 부르는, 주님과의 만남 없이 부르는 우리 마음 문 앞에서 주님은 아직도 못 박히신 피 묻은 손으로 계속 간곡하게 두드리고 계시는 것입니다. 주님의 음성이 들려옵니다. “네 죄로 죽은 나를 너 박대할쏘냐?”

부를 적마다 마지막 대목이 감격스럽습니다. “나 죄를 회개하고 곧 문을 엽니다. 드셔서 좌정하사 떠나지 마소서.” 주님의 음성을 듣는 즉시 기뻐 문을 엽니다. 간혹 커튼을 닫고 늦잠을 자다가 일어나 창문을 열면 찬란한 아침 햇살이 방안으로 쏟아져 들어오지요? 음형도 활짝 문을 여는 모습 같아 보입니다.

김명엽

빛이 있으면 어두움은 물러가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이 부분은 서둘러 점점 세고(cresc.) 점점 밝게 그리고 극적으로 노래해야 합니다.

“주님! 어서 들어오세요. 어서 들어오세요.” 원문은 감격에 넘쳐 반복해 외치며 주님을 모십니다(Dear Savior, enter, enter).

*** 이 글은 필자가 진행하는 유튜브 ‘김명엽의 찬송교실’ 동영상으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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