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선의 사전투표율이 역대 최고치인 36.9%를 기록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측은 사전투표율이 이례적으로 높은 것을 두고 “지지자들이 결집한 결과” “정권 심판론 확인, 투표 독려 효과”라는 상반된 해석을 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번 대선이 막판까지 박빙구도인 데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데 따른 영향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사전투표는 19대 대선의 사전투표율 26.06% 대비 10.87%포인트(p)나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사전투표가 전국 단위 선거에 처음 적용된 지난 2014년 이후 최고치였던 지난 2020년 21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율 26.69% 보다도 10% 이상 높은 데다 사상 처음으로 30% 선을 돌파했다는 의미가 있다.

이런 결과에 더불어민주당은 윤·안 단일화 후 “위기감을 느낀 지지자들이 적극적으로 사전투표에 나선 결과”라며 한껏 고무된 표정이다. 특히 전남(51.45%), 전북(48.6%), 광주(48.3%) 등 호남에서 최고 투표율이 나오자 “단일화에 대해 역풍이 불고 있다는 증거”라고 해석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측은 상반된 입장이다. “현 문재인 정부를 심판하고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적 여망의 결과가 나타난 것”이란 평가다. 특히 “윤 후보와 당이 사전투표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고 적극 독려한 효과”라며 “정권 교체를 열망하는 국민이 얼마나 많은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란 해석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양당과는 좀 다른 분석을 내놓고 있다. 우선 막판까지 박빙구도로 흐르고 있는 대선 판세가 사전투표의 열기를 한층 높이는 계기로 작용했을 거라는데 이견이 없다. 2017년 대선과 지난해 보궐선거의 경우 후보 간의 우열이 일찌감치 드러난 반면에 이번엔 두 후보가 엎치락뒤치락하며 한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 지지층을 결속시키는 결과로 작용했을 거란 거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하루 확진자가 25만명을 돌파하고 사망자도 216명을 기록하는 등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코로나19 상황이 사전투표율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을 거라는 지적도 있다. 정부가 대선을 앞두고 ‘방역패스’를 중단한 데 이어 거리두기를 앞당겨 완화한 것이 적극 지지층에 일종의 불안감으로 작용하면서 대거 사전투표에 몰린 것이란 분석이다.

역대 가장 높은 사전 투표율을 기록했다는 건 이번 대선이 역대급 비호감 인물 대결이라는 세간의 평가를 놓고 볼 때 매우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후보 간 네거티브 공방에 후보 부인의 비리 의혹까지 터지면서 정책과 비전 대결이 실종된 선거전에 실망한 유권자가 많아 사전투표율도 그리 높지 않을 거로 봤기 때문이다. 더구나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은 유권자를 투표소로 이끌기보다 반대로 주저앉힐 가능성이 더 높아보였다.

그런데 이런 투표 열기에 찬물을 끼얹는 사건이 전국 투표소 여러 곳에서 벌어진 건 유감스럽다. 일부 확진자 투표소에서 부정선거로까지 의심되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유권자 여러 명이 항의 끝에 투표를 거부하는 사태로 번져 선관위의 부실한 선거관리가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지난 5일 오후 서울 은평구 신사1동 투표소 확진자 임시기표소에서 40대 유권자가 자신의 투표용지를 담을 봉투 속에서 ‘1번 이재명 후보’에 기표된 투표용지를 발견하고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야당이 중앙선관위를 항의 방문해 이런 문제를 따지자 선관위는 “법과 원칙대로 했다”고 답변했다. 그런데 선관위 직원들이 투표한 용지를 직접 수거하거나 투표함이 아닌 별도의 봉투나 박스 등에 보관하는 것은 명백한 법률 위반이다. 공직선거법 157조 4항은 선거인이 직접 투표함에 기표용지를 넣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선관위의 이런 자세는 높은 투표 열기에 찬물을 끼얹는 무책임한 행위라 비난받아 마땅하다. 법과 원칙대로 했다면 사전투표장 여러 곳에서 항의가 빗발치는 등 일대 혼란이 빚어질 리 없지 않겠는가. 먼저 국민 앞에 사과하고 문제가 된 부분을 개선하는 노력을 하는 게 도리다.

북한이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일에 미사일 발사를 감행한 것도 심각하다. 대선 일을 불과 나흘 앞두고, 사전투표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정세불안을 조성해 국내 대선에 개입하려는 명백한 도발행위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과 정부가 북의 무력시위에 ‘도발’이란 경고의 메시지 하나 내지 않고 있는 건 대선 이후에도 한반도 평화에 심각한 악재가 될 수 있다.

지난 4~5일 양일간 실시된 사전투표가 역대 유례없는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는 것은 이번 대선에 국민적 관심이 얼마나 지대한 지를 보여준다. 이번 대선이 그 어느 때보다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선거라는 건 매 여론조사 때마다 정권교체를 원한다는 응답이 50%를 상회했다는 사실이 말해준다. 유권자들이 부동산 등 각종 정책 실패에다 불공정, ‘내로남불’을 심판하겠다는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반증이라 할 수도 있고, 이런 여론에 대한 강한 반발 심리일 수도 있다.

5년에 한번 돌아오는 대통령 선거는 지지하는 정권의 연장 또는 심판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 의무이자 권리인 투표를 행사하지 않고 원하는 바가 이루어지기를 바랄 수는 없다. 투표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고, 그 어떤 권력도 국민이 주인이라는 무서운 현실을 깨닫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틀 후(9일)에 있을 20대 대선 본 투표에 나의 미래와 한국교회, 대한민국의 앞날이 달려있다 해도 결코 지나친 표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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