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몬드 코 목사. 수산나 사모
실종되기 전 레이먼드 코 목사(가운데)와 수산나 사모(오른쪽에서 두 번째)와 세 자녀. ©오픈도어인터내셔널

말레이시아 레이먼드 코 목사가 페탈링자야에 소재한 자택 근처에서 납치된 지 5년이 흘렀다.

CCTV 영상에는 마스크과 검정색 의복을 착용한 전문가로 보이는 남성 15명이 그를 차량으로 태우고 급히 떠나는 장면이 녹화됐다. 경찰의 늦장 대응으로 코 목사 가족이 집집마다 방문해 CCTV 영상을 직접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 목사는 2017년 2월 13일 이후로 다시는 목격된 적 없으며 이후 조사에서도 그의 행방이나 안부에 대한 정확한 답변이 나오지 않았다.

말레이시아인권위원회(SUHAKAM)는 공개 조사 후 코 목사가 국가 특별부서 '부킷 아만' 요원에 의해 처형된 강제 납치 희생자라고 결론지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코 목사의 실종을 조사하기 위해 자체 특별 임시조직을 발족했지만 조사 결과를 공개한 적은 없다.

오픈도어의 후원을 받고 있는 코 목사의 아내 수산나 사모는 언젠가는 남편과 재회할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5년이 지난 지금도 수산나 사모는 코 목사 뿐만 아니라 비슷한 상황에서 실종된 소수 종교인들을 위한 정의실현을 위한 캠페인을 계속하고 있다.

수산나 사모는 최근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와 인터뷰하고 남편이 이런 방식으로 표적이 된 이유와 정의를 위한 투쟁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밝혔다. 다음은 주요 내용이다.

-레이몬드 코 목사가 사라지기 전인 2017년 이전에,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 신호가 있었는가?

수산나 사모: 한 가지 생각나는 사건은 우리가 설립한 단체인 희망공동체를 위해 교회 중 한 장소에서 모금행사만찬을 열었던 일이다. 다양한 이해 관계자와 다양한 인종과 종교 배경의 사람들이 참석했다. 당시 이슬람 종교부 관계자들이 나타나 집회를 중단시켰다. 참석한 이슬람교도 중 일부는 심문을 받고 재교육을 받게 되었다. 언론은 남편이 이슬람교인을 개종시키려 한다고 비난했지만 이에 대한 어떠한 증거도 찾지 못했다. 집회는 성소가 아닌 교회 회의실에서 열렸으며 모금 만찬에 불과했다.

앞서 2011년, 우리 둘 다 살해 위협을 받았다. 레이먼드 목사는 우편으로 총알 2개를 받았고, 흰색 가루가 든 봉투를 받았다. 빨간색으로 적힌 경고 편지에는 그들이 우리를 살해하고 싶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 후 우리는 사역을 잠시 쉬었지만 레이먼드 목사는 계속해야 한다고 느꼈다. 그는 하나님께서 그만 두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남편에 대해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수산나 사모: 레이먼드 목사는 세벌의 바지와 셔츠를 입고서도 생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머지는 모두 나눠주었다! 그는 가난한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가난하고 궁핍한 자들을 돕기를 좋아한다. 그는 가난하고 궁핍한 것이 어떤지 이해한다. 그가 미혼모, 에이즈 또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자. 빈곤 가정 어린이들을 돕는 사회봉사 활동을 시작한 이유다. 우리는 그의 유산을 이어가지만 그가 하던 만큼 잘 해낼 수 없다.

-코 목사가 이런 방식으로 납치된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는가?

수산나 사모: 말레이시아인 대부분(약 60%)이 이슬람교도지만 말레이시아는 상당히 현대적인 국가였기 때문에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종교적 훈련을 위해 중동이나 다른 곳으로 보내진 사람들이, 이후 극단적인 견해를 갖고 돌아와 공무원이나 경찰, 기타 정부 기관에 침투해 극단주의화 되어가는 경향이 아닌가 싶다.

-5년은 긴 시간이고 여전히 어떤 답도 얻지 못했다. 그가 어디에 있는지, 괜찮은지, 살아있는지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

수산나 사모: 쉽지 않다. 불확실성을 안고 살아가는 것은 우리를 슬픔으로 얼어붙게 만들었다.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기 때문에 계속 이동할 수 없다. 그의 행방이나 안부를 모른다. 한편으로 우리는 그가 살아 있고 재회할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야 한다. 반면에 그가 순교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대비해야 한다. 그러나 그가 어떤 상황이든, 하나님이 그와 함께 계시고 하나님의 임재 안에 계시다는 것을 믿는다. 하나님은 레이먼드와 함께 하시고 레이먼드는 하나님과 함께 있다.

-하나님을 의심하거나 믿음이 흔들리는 것을 느낀 적이 있는가?

수산나 사모: 많은 사람들이 그런 질문을 하지만 놀랍게도 한 번도 하나님을 의심한 적이 없다. 하나님은 항상 거기에 계신다. 우리 곁을 떠나지 않으시고 비극과 악행, 반인륜적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가셨는지, 어떻게 기독교인들을 모아 기도하게 하셨는지 알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하나님께 드리는 향기와 같아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

많은 기독교인들이 내게 편지를 쓰고 카드를 보내기 시작했다. 사실 전 세계에서 수천 명이 보냈다. 그런 손길이 큰 힘이 되었다. 특히 크리스마스, 중국 설날 또는 기념일과 같은 중요한 날, 우울할 때 내 영혼을 고양시켰다. 이때가 가장 힘든 시기다. 그러나 편지들과 카드들에는 항상 성경구절이 포함되어 있었고 이것이 나를 일으켜 세웠다. 하나님의 말씀은 강력했다. 제 마음에 와 닿았고 저를 변화시켰고 믿음을 주었다. 흑암과 사막의 메마름에서 신앙이 어떻게일어나는지 볼 수 있었다.

-당국과 정부는 이 문제를 조용히 덮어두고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 것 같다. 그들에게 실망감을 느끼는가? 말레이시아 정부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나 그들이 취했으면 하는 조치가 있는가?

수산나 사모: 말레이시아 경찰이 가해자를 찾지 못한 것에 대해 완전히 실망했다. 그리고 정부가 법집행 기관에 그들의 초법적 활동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아 완전히 실망했다. 레이몬드 뿐만 아니라 유사하게 사라진 다른 사람들의 석방과 정의를 요구한다.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레이먼드의 행방과 안녕에 대해 밝히기를 바란다. 또한 그들이 특별 태스크포스 보고서를 공개하기를 바란다. 보고서가 작성되었지만 공개된 적이 없다.

-2020년, 정부를 상대로 법적 소송을 시작했다. 어떤 단계까지 왔나?

수산나 사모: 재판 날짜가 정해졌는데, 사건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좋은 소식이다. 2022년 12월 19일부터 22일까지, 2023년 6월 5일부터 8일까지 재판을 받게 된다.

-이미 긴 싸움이었고 아직 갈 길이 멀다. 이 힘든 싸움을 세계교회가 어떻게 계속 지원할 수 있는가?

수산나 사모: 국제사회의 기도와 후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실용적인 차원에서, 주일 기념일에 촛불을 켜고 잠시 시간을 내어 레이몬드 목사를 기억해주시면서 우리와 함께 할 수 있다. 잊지 않겠다. 당국은 우리가 잊기를 바라지만 우리는 집요하게 진리, 정의를 위한 투쟁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여러분의 국가에서 계속 목소리를 내고 말레이시아 정부에 책임을 묻고 납치의 진상을 파헤칠 수 있도록 국회의원이나 수상에게 편지를 써달라. 마지막으로 재판 날짜를 위해 기도해달라. 정의와 진리를 수호하고 두려워하지 않는 선하고 올바른 재판관이 선임되기를 기도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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