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케네스 배 선교사
케네스 배 선교사가 사무실 현판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노형구 기자

북한의 인권침해를 규탄하는 북한인권결의안(결의안)이 지난 16일(현지 시간) 유엔(UN)총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결의안은 ▲종교·표현·집회의 자유 ▲정치범수용소 등 10개 항목에 걸쳐 북한의 인권침해 실태를 지적했다. ‘국군포로와 그 후손에 대한 인권침해’도 처음으로 언급됐다. 북한의 인권개선에 대한 압박수위가 종전 결의안보다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다. 지난 2005년부터 17년 연속 결의안이 채택된 올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집권 10년차이기도 하다.

북한에 735일 동안 억류됐던 케네스 배 선교사(NGI 대표)는 “김정은 집권 10년차인 올해도 북한의 인권 상황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때문에 국제사회에서도 더욱 더 압력을 가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북한의 인권침해 실태를 지적하는 목소리를 더욱 높여 사람들에게 계속 각인시킨다면, 당장은 아닐지라도 북한 인권문제는 향후 반드시 해결될 것”이라고 했다.

본지는 최근 서울 양천구에 위치한 느헤미야글로벌이니셔티브(NGI) 사무실에서 케네스 배 선교사를 만났다. 케네스 배 선교사는 중국 단동지역에서 북한 여행가이드로 활동했었다. 그러던 중 지난 2012년 11월 북한체제를 비판하는 해외다큐멘터리 영상을 소지한 채 북한에 입국하다 당국에 의해 적발됐었다. 그리고 이듬해 4월 노동교화형 15년을 선고받았다. 북한 당국은 “예배와 기도로 북한을 전복하려고 했다”는 죄목을 적용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배 선교사는 “하나님이 주신 말씀으로 낙심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억류 3일째 되던 날, 하나님은 내게 ‘너의 억류를 통해 할 일이 있으니 너의 걱정·근심 등을 모두 맡기라’며 베드로전서 5장 7절을 주셨다. 그 때 손에서부터 따뜻한 온기가 올라와 팔까지 타고 흘러가며, 하나님의 임재를 강하게 체험했다”며 “이를 통해 언젠가 풀려날 것이란 소망을 갖고 북한에서의 억류기간을 견뎌냈다”고 했다.

하지만 노동교화소에서의 일상은 고단했다고 한다. 배 선교사는 아침 8시부터 저녁 6시까지 무려 10시간 동안 주 6일에 걸쳐 노동했다. 제공받은 한 끼 식사란 썩은 현미밥 한 주먹과 건더기 없는 소금국, 그리고 단무지뿐이었다고 한다. 결국 체중이 27kg까지 줄어 영양실조로 병원에 실려 가기도 했다고.

그는 “병원 침대에 눕자 ‘주님 뜻대로 하소서’라고 기도했다. 그렇게 집에 돌아갈 권리를 포기했는데, 주님께선 ‘내 어린 양을 먹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때서야 간수와 죄수들을 돌보는 목자로 북한에 나를 보내셨다는 소명을 깨달았다”고 했다.

이후 배 선교사는 노동교화소에서 삶으로 복음을 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죄수와 간수들에게 적극 대화를 시도하면서 북한 주민의 마음을 이해하려 했다. 저녁 6시 이후 불이 꺼진 방에서도 힘차게 찬양을 불렀다. 자주 부른 찬양은 ‘내 영혼이 은총 입어’였다고.

“찬양 가사에서 ‘초막이나 궁궐이나 내 주 예수 모신 곳이 그 어디나 하늘나라’를 ‘교화소나 감옥’으로 바꿔서 불렀죠. 그 때 간수는 ‘죽을 것 같은 상황에서 너의 담력과 배짱은 어디서 나오느냐? 당신이 신뢰하는 예수는 누구냐’라고 되묻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하나님은 내가 북한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길 원하셨던 것 같습니다.”

배 선교사는 “그렇게 집에 돌아가고 싶었던 내 권리주장을 포기하고 주님께 순종하자, 하나님의 기적이 시작됐다”고 덧붙였다. 그의 북한 억류소식이 해외유수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중보기도 및 구명운동이 전 세계적으로 번져갔고,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개입도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결국 그는 억류 735일 만인 2014년 11월 9일, 북한의 억류에서 풀려나 미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는 “내가 북한에서 풀려난 것도 전 세계 수백만 사람들의 중보기도 때문”이라며 “여기서 촉발된 미국 정부의 관심으로 결국 북한에서 풀려날 수 있었다. 이후 내가 받은 은혜와 사랑에 보답하고자 ‘북한 주민을 위한 100만 서명운동’을 진행하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현재 케네스 배 선교사가 이끌고 있는 NGI에선 2,500만 북한 주민을 위한 중보기도운동인 ‘PRAY4NK’를 진행하고 있다. 전 세계 74개국에서 5,689명(23일 기준)이 참여하고 있다. 누구든지 홈페이지에서 참여 신청을 하면 이메일로 전달받은 기도제목으로 북녘 땅을 위해 중보기도 할 수 있다.

김정욱·김국기·최춘길 선교사
(왼쪽부터) 현재 북한에 억류된 것으로 알려진 김정욱·김국기·최춘길 선교사의 사진. ©연합뉴스 유튜브 영상 캡쳐

이 대목에서 배 선교사는 김정욱·김국기·최춘길 선교사 등 북한에 수년째 억류 중인 대한민국 국적자 6명을 위한 중보기도를 요청했다. 그는 “중보기도의 분량이 찼고 하나님의 때가 임했기에 제가 북한에서 풀려날 수 있었다. 이처럼 북한에 억류중인 우리 국민 6명이 하루속히 대한민국으로 돌아오도록 한국교회가 중보기도운동을 지속해 달라”며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선교사 가정이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한 한국교회의 재정적 후원도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어 “대한민국이 북한에 억류된 자국민을 방치했다는 세계적인 오명을 뒤집어쓰지 않으려면,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이것이 내년 대선 이후 대한민국 차기 행정부의 첫 번째 해결과제가 됐으면 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동안 북한 김정은 위원장을 3번이나 만났지만, 북한에 억류된 자국민 6명이 대한민국으로 돌아오지 못해 안타깝다”며 ”문 대통령께서 우리 자국민 구출에 힘써 달라. 그렇게 한다면 남은 임기동안 하나의 업적으로 남을 것”이라고도 했다.

끝으로 탈북민을 향한 한국교회의 지원도 호소했다. 현재 NGI는 탈북 청소년들의 남한 정착을 위해 ▲장학사업 ▲영어교육 ▲성경공부·제자훈련 등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배 선교사는 “향후 통일은 도적처럼 찾아올 수 있는데, 탈북민은 북한복음화를 위한 마중물이다. 대형교회들이 탈북민 사역자 양육에 힘써 달라”며 “복음복음화를 위해 탈북민과 함께 북한에서 살면서 복음을 전할 평신도 직업선교사 1만 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들이 통일 직후 1년 안에 북한 700만 가구를 일일이 방문해 성경을 배포하고 복음을 접하도록 돕는다면, 우리가 꿈꾸는 복음통일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인터뷰] 케네스 배 선교사
인터뷰에 임하고 있는 케네스 배 선교사 ©노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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