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되면서 앞으로 2주간 전면적인 비대면 예배를 드리게 된 수도권 교회들이 고민에 빠졌다. 기독교계는 그동안 코로나19 방역에 따른 당국의 종교활동 규제에 불만이 있더라도 방역이 우선이라는 생각에 고통과 희생을 감수해 왔으나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르다.

수도권 교회들의 전면적인 비대면 예배는 코로나19 국내 확산 이후 벌써 세 번째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시행에 따라 모든 교회가 주일과 주중 예배, 새벽예배 모두 비대면으로 전환되고, 교회가 주관하는 일체의 모임과 행사, 숙박이나 식사도 전면 금지된다. 정부가 예배 참석 제한 인원에서 제외하겠다던 백신 접종자에 대한 예외도 없던 일이 됐다.

그러다 보니 여름 행사 준비에 한층 바쁘던 교회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실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좌석 수의 30%, 또는 20%로 예배를 드려온 것도 교회로서는 엄청난 희생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또다시 전면 비대면 예배로 돌아가라고 하니 속이 부글부글 끓는 것이다. 비대면 예배에 대해 일선 교회들이 받아들이는 정서는 ‘교회 폐쇄’나 다름없다.

교계에도 전에 없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코로나19 확진자 폭증이 예배 때문이 아닌데 왜 매번 교회만 ‘동네북’ 취급을 받아야 하느냐는 것이다. 이는 이번 거리두기 4단계 격상 전에 10시까지 운영 가능했던 다중이용시설이 4단계에서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받는 반면에 교회는 30%에서 20%로 축소하는 과정 없이 무조건 비대면으로 전환토록 한 데 있다. 누가 봐도 형평성을 잃은 가혹한 조치라는 것이다.

수도권 교회에 대한 정부의 조치가 다른 생활 필수시설과 단순 비교해도 지나치게 편파적이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이번에만 나온 것은 아니다. 지난해 8월과 12월에도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그때는 일부 교회를 통한 집단 확진 사례가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와 확실히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교회를 통한 일부 확진 사례를 침소봉대하던 언론의 보도가 잠잠할 정도라면 교회들이 그동안 방역에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기울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소규모의 교회들은 한때 존폐 위기에서 이제 겨우 상처가 아무는 단계인데 또 다시 교회 문을 걸어 잠그라니 앞이 캄캄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교회들이 처한 현실을 보다 못한 한국교회연합이 대신 나섰다. 한교연은 12일 낸 입장문에서 “감염병 예방을 위한 불가피성을 감안하더라도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를 사람의 편리성에 맞추는 방식에 동의하기 어렵다. 방역을 구실로 예배다운 예배를 잃어버린 유무형의 피해와 희생은 누가 그 어떤 방법으로도 대신할 수 없다”라며 ‘자율 예배’, ‘책임 방역’을 정부에 요구했다.

그동안 정부의 조치에 협조하는 분위기였던 한국교회총연합도 지난 9일 발표한 논평에서 “4단계에서 종교시설은 비대면에 해당하나, 생활 필수시설과의 형평성을 고려한 방역원칙을 적용해야 하며, 그동안 확산을 막아온 종교시설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백신 접종자의 참여 등 최소한의 인원이 모인 기본 예배가 진행되는 방향에서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연합기관들이 정부의 교회에 대한 과도한 방역 기준에 즉각 반응한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수도권 일부 교회들은 법적인 행동에 돌입했다. ‘예배회복을 위한 자유시민연대’가 13일 수도권 지역 일부 교회들이 뜻을 모아 서울행정법원에 대면예배 금지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한 것이다.

정부의 교회에 대한 과도한 조치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여당에서도 터져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김회재 의원은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에서 대면예배를 전면 금지하는 정부의 지침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인 종교의 자유의 본질적인 부분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며 “종교시설에 대한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교계의 반발이 전과 다르게 확산하는 분위기로 흐르자 김부겸 국무총리가 13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으로 종교계 지도자들을 불러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한 협조를 당부했다. 이 자리에 기독교계 대표로 한교총 공동대표 소강석 목사와 NCCK 총무 이홍정 목사가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그들이 교계의 입장을 정부에 어떻게 전달했는지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알려진 바 없다. 다만 소강석 목사는 간담회 후 개인 SNS를 통해 “한국교회는 작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마치 정치가 종교를 어거하고 다스리는 느낌도 들었다”는 등의 표현으로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

수도권의 교회들이 18일 주일부터 전면적인 비대면 예배를 드리는 것에 모두 반발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미 지난 주일부터 선제적으로 비대면 예배에 들어간 교회들도 있다. 그러다 보니 또다시 현장 예배를 고수하려는 교회와 그렇지 않은 교회 간의 갈등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현장 예배를 주장하는 교회들에 대해 방역 소홀, 사회적 책임감 결여로 몰아가는 경향마저 나타나고 있다. 지금은 방역을 위해 교회가 좀 더 인내하고 희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회의 예배 방식을 방역의 유불리로 판단하는 자체가 비합리적이고 비과학적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아무리 코로나19 확산이 엄중한 상황이라도 정부가 감염병 확산의 책임을 언제까지나 교회에 무한정 떠넘길 수는 없다. 그렇다면 예배는 교회의 자율에 맡기되 그에 따른 방역의 책임 또한 교회가 지도록 하는 게 지금으로선 최선이다. 신앙의 자유는 권력이 억누를수록 반발력이 더 세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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