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에 대한 인권위 인식 수준, 실망 넘어 절망
헌법이 태아 생명권 인정한다는 것 모르고 있나”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 ©뉴시스

낙태죄 폐지를 반대하고 대안입법을 통한 태아의 생명보호를 촉구하는 63개 시민단체의 연합단체인 ‘행동하는프로라이프’가 낙태죄와 관련한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 이하 인권위)의 답변서를 19일 공개했다.

행동하는프로라이프는 지난 4일 태아 인권보호 대책에 대해 인권위에 질의했고, 지난 15일 인권위의 답변서를 받았다. 행동하는프로라이프가 인권위에 이 같은 질의를 했던 건, 인권위가 최근 낙태죄와 관련해 밝혔던 입장 때문이다.

지난해 31일 인권위는 “국회의장에게, 현재 국회에 제출된 ‘형법 일부개정법률안’과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하여 낙태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여성의 자기결정권, 건강권과 생명권, 재생산권을 침해하므로 개정안에 대한 심의・의결 시 낙태 비범죄화 입장을 견지하는 방향으로 개정안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행동하는프로라이프는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나 기관이 전혀 마련되지 못한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가 낙태죄를 비범죄화하는 입장을 국회의장에게 보낸 것은 태아의 인권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며 “(당초) 최영애 인권위원장과의 면담을 요청하였다가 면담 대신 태아의 인권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입장을 묻는 공개질의서를 송부하였는데, 이에 대한 답변이 회신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답변서에서 인권위는 “위원회는 2020년 11월 30일 낙태죄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정부가 마련해 국회에 제출한 형법 및 모자보건법 일부개정안이 여전히 낙태죄를 존치하고 있어 여성의 기본권을 침해하므로 전원위원회 의결을 통해 국회의장에게 정부 개정안이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검토되어야 하고 낙태를 비범죄화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며 “다만 법 개정 등 입법에 관한 사항은 국회의 소관인 바, 이후 위원회가 이와 관련하여 검토 중인 내역은 없다”고 밝혔다.

이에 행동하는프로라이프 사무총장 연취현 변호사는 “(인권위가) 여성의 기본권 외에 태아의 인권에 대해서는 고려가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간접적으로 시인한 것으로 보인다”며 “인권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인식 수준을 명확하게 알 수 있는데, 실망을 넘어 절망의 수준”이라고 했다.

이어 “국가인권위원회의 설립근거인 국가인권위원회법 제1조는 ‘이 법은 국가인권위원회를 설립하여 모든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고 그 수준을 향상시킴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고 민주적 기본질서 확립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기재하고 있는데, 국가인권위원회가 준수하는 인권은 도대체 실체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헌법 제10조에 기재된 ‘모든 국민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준수하기 위해 설립된 국가기관인 인권위가, 이 규정에 근거하여 태아의 생명권이 헌법상 인정되고 있다는 점을 설마 모르고 있는 것인가? 인권위의 답변은 분노를 넘어 황당한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낙태죄에 대해서는 지난 2019년 4월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한 후, 국회에 지난해 12월 31일까지 법을 개정하라고 했지만, 끝내 개정이 이뤄지지 못했다. 현재 6개의 낙태죄 관련 내용이 담긴 형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행동하는프로라이프는 “전 세계 국가의 3분의 2 가량이 낙태를 금지하고 있으며, 임산부의 요청에 따른 낙태를 임신 13주 이상의 임산부에게도 허용하는 국가는 2020년 WHO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를 때 약 14개국 정도에 불과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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