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은 박사
박상은 박사

지난 6월 1일 오후 7시 25분쯤 9살 A군은 천안의 한 아파트에서 7시간 넘게 여행용 가방에 갇혀 있다가 심정지 상태로 의식을 잃은 채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6월 3일 오후 결국 사망했다.

계모 B씨(43)는 A군을 가로 50㎝, 세로 70㎝ 정도 크기의 여행용 가방에 들어가게 한 뒤 외출했다가 3시간 뒤에 돌아와 A군이 가방 안에서 용변을 보자 다시 가로 44㎝, 세로 60㎝ 크기의 가방에 가둔 것으로 조사됐다.

A군은 숨이 안 쉬어진다고 여러 차례 호소했지만 B씨는 아랑곳하지 않고 가방 위에 올라가 뛰기까지 한 것으로 밝혀졌으며, 이후 피해 아동의 울음이나 움직임이 줄어든 상태에서도 그대로 방치해 살인의 고의가 인정됐다. 7시간 동안 비좁은 여행용 가방에 갇힌 9살짜리 아이는 자신이 늘 엄마라고 부르던 가장 가까운 보호자에게 마구 밟히고 학대를 당하다 하나뿐인 목숨을 잃었다. 숨을 못 쉰다고 소리쳐 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발로 짓이겨지는 충격과 헤어드라이어의 뜨거운 바람뿐이었다.

또 다른 아이는 이 소년보다 나이가 훨씬 더 어렸다. 7개월 째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엄마의 자궁 속에서 바깥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쫑긋하고 입을 옹알거리며 이제 곧 만날 엄마, 아빠 그리고 바깥세상을 기대하며 손과 다리도 흔들며 운동을 해본다. 그러던 어느 날 예상치 못한 시끄러운 기계 소음이 들리며 긴 쇠막대기가 자궁 속으로 들어오더니 이 아이의 몸을 찌르기 시작했다. 아이는 비명을 지르며 살려달라고 '엄마'를 불러보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자신의 몸을 향해 휘저어오는 날카로운 쇠꼬챙이뿐이었다. 팔과 다리가 잘라 나가며 이어 심장을 향하는 쇠꼬챙이에 순식간에 심장은 터져나가고 온몸은 산산조각으로 부서져 핏덩어리와 함께 쏟아져 내려갔다. 이 아이도 9살 소년처럼 가방 같은 자궁 속에서 죽어져 갔다. 가장 안전해야 할 엄마의 자궁이 가장 끔찍한 살해 공간이 된 것이다. 임신 말기의 자궁은 가로 25cm, 세로 35cm로 슈퍼 수박만 한 크기다. 9살 소년이 갇혀있었던 가방의 반 정도 크기인 셈이다.

무엇이 다를까? 그토록 사랑해서, 그토록 기뻐하며 남녀가 하나 되어 잉태된 생명인데 한 아이는 7개월 만에 작은 가방 속에서 죽임을 당하고, 또 다른 아이는 만 7세에 7시간 머무른 조금 더 큰 가방 속에서 죽임을 당했다.

아동학대로 인한 가방 속 죽음은 너무도 낙태를 닮았다. 숨을 못 쉰다고 소리치는 아이를 향해 발로 짓밟고 헤어드라이어로 뜨거운 바람을 불어넣는 모습도 어쩌면 음압을 이용한 흡입낙태술과 너무도 닮았다. 이 끔찍한 가방 속 아이의 죽음에 온 국민이 그토록 분노했는데, 이제 우리는 자궁 속 아이를 마음대로 살해할 수 있는 법을 만들려고 한다.

얼마 전 34주 된 태아를 제왕절개 낙태술로 유산하려던 의사는 태아가 배출된 후 울음을 터뜨리는 상황에서도 아이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되었다. 이 산부인과 의사는 미성년 산모의 어머니로부터 2천800만 원을 받고 임신중절수술을 시행했다. 법원은 업무상 촉탁 낙태와 영아살해 혐의를 적용해 이 의사에게 3년 6개월의 징역과 3년간의 자격정지를 선언했다. 이 전에도 임신중절수술 도중 미숙아로 태어난 영아에게 적극적으로 염화칼륨을 심장에 주입하여 사망하게 한 의사에게 같은 혐의를 적용한 경우도 여럿 있었다.

낙태는 영아살해와 구분하기 어렵고 나아가 아동학대와 살해로 이어질 수 있는 출발점이 된다. 프란시스 쉐퍼 박사는 태아를 함부로 살해할 수 있는 사회는 아동학대나 영아살해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일찍이 경고한 바 있다.

 

가방 속 아이와 자궁 속 아이
가방 속 아이와 자궁 속 아이

지난해 헌법재판소는 낙태를 합헌으로 인정하고 올해 말까지 구체적인 기준을 담은 입법을 하도록 결정하였고, 국회는 이제 그에 따른 입법 활동에 임해야 한다. 만일 법이 만들어지면 모든 낙태가 허용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여행용 가방 속에서 죽어간 이 아이는 무엇을 외쳤을까? 엄마가 자기를 살려줄 것이라고 확신하며 마지막까지 엄마를 외쳐보지만, 그 엄마는 오히려 발로 밟고 뜨거운 드라이어 바람을 집어넣었다.

가장 안전해야 할 엄마의 자궁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7개월 된 아이가 엄마를 향해 마지막 목숨 다해 외쳤던 살려달라는 비명에 이제 우리가 답해야 한다. 우리 모두가 용케도 살아 지나쳐왔던 자궁 속의 태아 시절을, 아마 우리 자손들의 대부분은 살아서 마치지 못할 것이다.

이제 입법 시한이 다가오는데 얼마 남지 않은 구출 시기를 놓치지 말아야 하겠다. 히틀러의 죽음의 가스실에서 자신의 모든 재산을 바쳐 생명을 살려낸 쉰들러 리스트처럼 이제 무수한 아이들의 생명이 우리 손끝에 달려있다. 이를 막아내지 못한다면 천국에서 무수한 아기천사들이 목 놓아 울고 슬퍼하며 우리를 원망할 것이다. 이제 운명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마지막 힘을 다해 생명을 살려내자. 금반지와 시계라도 팔아 한 명을 더 구할 수 있으면 무엇이라도 팔아 생명을 구해 내려 했던 쉰들러처럼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강구하여 죽음으로 내몰리는 어린 생명을 구출해야 할 것이다.

박상은 박사(샘병원 미션원장, 4기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장)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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