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약국 이미선 약사
미아리 텍사스로 불리는 집창촌에 26년째 자리하고 있는 건강한약국의 이미선 약사. 업소 여성들에게 그녀는 '약사 이모'라 불린다. ©노형구 기자

서울 성북구 소재 ’미아리 텍사스’라 불리는 집창촌에는 약국이 있다. 건강한약국. 이미선 약사(59)는 이곳에서 26년째 약국을 운영해오고 있다. 그런 그녀의 별명은 ‘약사 이모’다. 그녀는 업소 여성들에게 위로가 돼주고, 때론 인생의 방향을 잡아준 언니 역할을 해오고 있다. 이런 삶의 길이 15년째라고 한다. 현재 이곳의 업소들은 조금 남아 있는 상태.

그녀는 건강한약국 근처에 있는 한성교회(기독교대한성결교회)에서 매 주일 예배를 드린다. 평소에도 여러 목회자의 설교를 듣고 묵상하며 은혜를 누리고 있다고 한다. 그녀는 “신앙이 무엇인지, 그저 나의 복만을 빌었던 암흑 같았던 그런 시절이 내게 있었다. 그러던 중 94년도에 박영선 목사님(남포교회 원로-편집자 주)의 말씀을 듣고 신앙의 의미가 내 삶 전체로 들어왔다”며 “그런 가운데 은혜를 누리면서 이를 나누고 함께 할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게 됐다. 성매매 업소 여성들에게 소소한 위로를 나누는 원동력을 얻었다”고 고백한다. 다음은 그녀와의 인터뷰 전문.

Q. 어렸을 적 꿈은 뭐였는지?

A. 변호사였다. 원래 고향이 이 동네였다. 내 기억으로는 초등학교 1학년, 그 전후부터 업소들이 있었고 우리 집은 그 골목 가운데 있었다. 어린 나이에도 그 언니들이 불쌍했다. 세상이 불합리해 보였다. 의협심을 느껴서 약자의 편에 서고 싶어 변호사를 꿈꿨다.

Q. 어떻게 신앙을 가지게 되었나?

A. 나는 숙명여대 약학과 80학번이다. 당시 운동권 관련 기독학생회에 들어갔다. 젊은 시절 치기도 조금 있었다. 하지만 그게 내 삶의 중심을 잡아줬다. ‘쉽게 가지 않겠다. 대충 타협하지 않겠다’는 다짐 때문이었다. 대학교 때부터 신앙을 가졌지만 내가 좋아하는 예수만 봤다. 전인격의 예수를 본 게 아니었다. 한 마디로 선데이 크리스천이고 편협한 신앙이었다. 이후 남편과 이혼하고 홀로 빚을 떠안았다. 아이도 있었다. 어려운 상황을 마주했었다. 그러다 40대, 우연히 박영선 목사님의 설교를 듣게 되었다. 신앙적 충격을 받았다. 이후 그 분이 80년대 남서울교회에서 전도사 생활을 하실 때부터 하셨던 모든 설교를 찾아 들었다. 박 목사님께서 쓴 ‘하나님의 열심’이라는 책도 즐겨 읽었다.

나는 기독교가 가지는 위대함을 잘 몰랐다. 그리고 내가 무얼 열심히 하면, 가령 기도, 성경, 예배에 철저하면 하나님으로부터 복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하나님은 왜 우리를 힘들게 하실까? 우리를 그냥 행복하게 해주시면 안 되나?’라는 의문점이 많았다. 이게 박영선 목사님 설교로 모두 깨졌다. 그분 설교를 통해 ‘하나님은 인간을 기계로 만드시지 않으셨고 자기 스스로 하나님을 사랑하기를 원하셨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얼마나 열심이었는지도 알았다. 그게 내가 하나님께 자발적인 열심을 드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요즘은 박영선 목사님과 더불어 여러 목사님들의 설교를 듣고 있다.

Q. 박영선 목사 설교의 어떤 부분이 약사님의 삶에 전환점을 주었는지?

A. 우선 내 삶을 가볍게 했다. 결이 다른 행복이랄까. 그 전에는 삶 자체가 무거웠다. 신앙이 내 무거운 삶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애가 있고 빚도 많았다. 일은 너무 많고. 남편으로 인해 얻은 빚을 갚아야 한다는 생각에 짜증이 밀려왔다. 그런데 목사님의 설교를 듣고 내 삶에 큰 비중을 차지했던 미움, 불평, 불만 등의 감정들이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걸 알았다. 신앙을 무겁고 작위적으로 해야 한다는 개념을 내 삶에서 제거해줬다. 박 목사님 설교가 이런 부분에서 깨달음을 줬다. 다른 행복한 세상을 살게 되었다. 진정으로 은혜 가득한 삶이다.

Q. 성매매 업소 여성들은 어떻게 돕게 되었나?

A. 여기서 약국을 한 지 26년이 됐다. 제대로 활동한 건 16년째다. 신앙이 전환이 되면서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여기 있는 친구들을 바라보는 내 시선도 변화됐다. 여기 성매매 여성들도 ‘하나님의 귀한 창조물이고 하나님이 사랑하는 딸’이라는 마음이 들었다. 처음에는 여기 아이들의 손을 잡아들고 안아주는 게 힘들었다. 얘들 손 잡아주면 ‘왜 이러세요’하고 까칠하게 반응했다. 그런데 예수님을 진심으로 만난 뒤부터 이들을 언니, 엄마처럼 대해줄 수가 있었다. 내가 먼저 하나님께 사랑받고 은혜 받았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은 후부터 사람들에게 은혜를 줄 수 있던 것이다.

내가 어떤 신앙적 활동을 열심히 해서 은혜를 받고 사랑을 누리는 상태가 아니다. 먼저 하나님이 내게 은혜를 주셨다는 신앙적 전환이 온 이후로 이 동네 친구들을 사랑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요즘 기도제목은 ‘내가 하는 활동으로 내 의가 드러나 내가 앞서지 않게, 아무리 힘들어도 이 길에서 내려오지 않게, 오직 주님만을 바라보며 집중하며 갈 수 있게 해주세요’이다.

건강한 약국 이미선 약사
이미선 약사가 손님에게 약을 싸주고 있다. ©노형구 기자

Q.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주나?

A. 10년 전, 사회 복지사 1급 자격증을 땄다. 신문에 내 활동이 알려지면서 여러분들이 후원금, 물품을 보내주셨다. 이 돈으로 암 치료 받는 업소 여성 2명을 지원하고 있다. 차비하고 맛있는 것 사먹으라고. 체력이 떨어져 영양제를 먹어야 하는 친구들에게 영양제 후원을 1년 넘게 하고 있다. 또 동대문에서 여성 구두를 비롯해 좋은 먹거리 등이 가득 온다. 그런 것들이 들어오면 약국 안과 바깥에 좌판을 펴놓고 나눠준다. 그럴 때면 온 동네가 시끌시끌하다. 천연비누 만들기와 건강한 문고, 책 빌려주기 등등도 하고 있다. 가장 인기 있는 책은 만화책이다(웃음).

Q. 성매매 업소 여성들이 약국에 와서 힘든 고민들을 잘 털어놓나?

A. ‘나 힘들다, 외롭다’고 직접 말하러 오지는 않는다. 주로 약을 사러 온다. 그러다 ‘잠 못 자요. 수면제 줘요’라고 말하면서 가슴 아픈 자기의 사연을 털어 놓는다. 계속 얘기를 이어가면서 그 친구에게 무슨 도움을 줄까, 고민도 하고 얘기를 잘 듣고, 이 친구 인생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조언도 해주고 그런다.

요한복음 8장에서 예수님과 사마리아 여인과의 대화 장면을 보면서, ‘간음한 여인이 자신이 죄를 짓고 있다고 느끼면서도 어쩔 수 없이 죄를 짓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해봤다. 누구나 그렇다. 죄라고 생각해도 죄를 짓는다. 간음한 여인의 죄가 그 여인만의 죄일까? 여기 성매매 여성들을 보면 미혼모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사람이 있다. 늙은 엄마와 아버지 병 수발을 위해 돈을 벌려고 일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성매매가 옳은 일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이 친구들이 다른 일을 통해서 정상적인 수입을 얻는다면 좋겠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어서 여기로 올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다.

그래서 이 친구들에게 돌은 던지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도 책임져야 하는 부분이다. 나는 하나님의 사랑을 듬뿍 받는 이미선 집사다.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이들을 도와주려고 한다. 소소하게 일상에서 도와주는 것이다. 거대 담론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구내염에 시달리는 여성이 있었다. 그 친구는 3만 원짜리 비타민제도 사먹기 어려웠다. 그래서 조심스레 이야기했다. 부담가지 않게… “나의 활동을 후원하는 사람들이 있어. 그 중에 하나님도 계셔. 그분이 너에게 주시는 선물이야”라고. 그렇게 구내염, 설염이 있는 어렵고 힘든 친구에게 비타민제를 1년째 후원하고 있다.

Q. 성매매 업소 여성들과의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A. 오프라 윈프리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그녀는 미혼모 자식이다. 성폭행도 당했고 고아원에서 살았다. 성탄절 고아원 근처 성당 수녀님들이 그녀에게 찾아가 선물을 줬다. 오프라 윈프리는 “나는 금발의 백색의 피부를 가진 인형을 받고 싶었다. 매일 기도를 했다. ‘그런 인형을 받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했는데 수녀님이 그 인형을 들고 왔다. 수녀님은 내 손을 잡고 ‘너는 하나님이 사랑하는 귀한 딸이야. 절대 잊지마. 귀한 존재야’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녀는 생전 처음 다른 이가 자신의 손을 잡아줬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녀는 “내가 귀한 존재임”을 알았다고 한다.

또 한 가지가 있다면 몇 년 전, 업소에서 나간 친구가 있었다. 아주 야무졌다. 밤에 일하고 낮에 미용학원을 다니며 돈을 모아 건강하게 이곳을 나갔다. 한 번은 약국에 와서 피로회복제를 달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그녀에게 “잘하고 있다”고 응원해줬다. 그러나 대부분 직업을 가지고 나가는 친구는 별로 없다. 몸이 아파서 암에 걸려 세상을 떠나는 친구들도 있다. 아픔이 많은 곳이다. 나의 기도제목은 내가 이곳에서 복의 통로가 되는 것이다. 부족한 나를 통하여 일하시는 하나님께 기도한다.

건강한약국 이미선 약사
이미선 약사는 약국을 찾는 할머니들의 말동무가 되어 드리기도 한다. ©노형구 기자

Q. 성매매 업소 여성분들 중 예수님을 만나는 분도 있나?

 

A. 그런 사람은 아직 없다. 하지만 오프라 윈프리처럼 몇 년 뒤에 ‘하나님이 나를 소중히 여기셨다’는 사실을 기억해주면 좋겠다.

Q. 이곳이 약사님 신앙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A. 많은 영향을 미쳤다. 누구나 욕심은 끝도 없다. 크리스천들도 세상 가운데 살다 보니 ‘하나님은 내게 해준 게 없다. 교회 십일조 하고 싶지 않다. 우리 남편 돈도 못 번다’며 불평을 하기도 한다. 요즘 하는 기도는 ‘이 길을 떠나지 말고 주님만 바라보게 하소서’다. 나머지는 이미 주님이 주셨으니까. 여기서 일하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고 얘기를 들으면 가끔씩 울컥한다. 그리고 ‘이 아이들이 죽지 않고 여기서 사는 게 감사하다’는 기도가 나온다. 그저 죽지 않고 밥 먹고 살아 있으니 그 자체로 감사하더라. 저 아이들을 살리실 분도, 밝은 세상으로 인도하실 분도 모두 하나님이시다. 다만 하나님은 이 땅에 내려오셔서 직접 하실 수 없다. 그래서 나를 통해 이 아이들에게 빛이 되라고 하신다. 그래서 나는 ‘너도 이 세상에 아름다운 꽃이야. 귀한 존재야’라고 말해준다.

Q. 이곳 여성분들께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예수님이 여기 있는 친구들 마음 속에 들어가 계셨으면 좋겠다는 거다. 우울하지 않도록. 그리고 언젠가 이 일을 그만두고 떳떳하게 햇빛 가운데서 살 수 있도록. 내가 말해주고 싶은 성경구절은 하박국서 3장 17~18절이다.

‘비록 무화과나무가 무성치 못하며 포도나무에 열매가 없으며 감람나무에 소출이 없으며 밭에 식물이 없으며 우리에 양이 없으며 외양간에 소가 없을지라도 나는 여호와로 인하여 즐거워하며 나의 구원의 하나님으로 인하여 기뻐하리로다.’

Q. 끝으로 못다한 말이 있는지.

A. 많은 은혜를 누리며 살고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 특히 사람과 관계를 잘 맺는 능력으로 물질을 후원받고 응원 받고, 그것을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눠줄 수 있는 게 감사하다.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것도 감사하다. 큰 지위, 많은 물질을 원하지 않는 것이 감사하다. 왜냐면 그런 것들이 가치 없음을 알고 있으니까. 그런 것 때문에 사람들이 망가지는 것을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독교 종합일간지 '기독일보 구독신청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