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리티지
▲지난 20일 헤리티지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갖고 다시 시작한 정기예배 전후 시간에 관해서 들어 보았다. ©오상아 기자

[기독일보=문화] 영화 '시스터 액트'에서 검은 수녀복을 입고 느린 템포로 경건하게 'I will follow him'을 찬양하던 수녀들이 갑자기 반전을 보여준다. 앉아서 피아노를 치던 수녀가 갑자기 일어서서 피아노를 두들기기 시작하고 수녀들은 얼굴에 활기찬 미소를 가득 띄고 'I love him, I love him, I love him'을 템버린을 두드리며 가볍게 몸을 움직이며 찬양한다.

한국교회에도 2000년대 초반 영화 '시스터 액트'의 이 '반전의 수녀들'처럼 찬양하는 이들이 등장했다. 2003년 '믿음의 유산'이란 이름으로 시작해 2006년 대중음악계로도 진출하며 '헤리티지'(Heritage)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5인조 블랙가스펠그룹이 그들이다.

한국교회에 신선한 '반전'을 보여준 헤리티지가 지난 2년간 재정비의 시간을 갖고 7월부터 다시 정기예배를 시작했다. 매달 첫째주 주일, 7월에는 2일 오후 7시 서울 중구 신당동에 있는 예수마을교회 공감홀에서 진행했다.

기독일보는 지난 20일 헤리티지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갖고 다시 시작한 정기예배 전후 시간에 관해서 들어 보았다. 인터뷰를 하며 헤리티지만의 진지한 고민들도 들을 수 있었다. 진지하지만 헤리티지답게 유쾌하게 인터뷰는 진행됐다. (下)

- 헤리티지의 정기예배와 음악을 통해 기대하는 바.

희영: 요즘은 전도하기가 정말 어렵다. 예전에는 길에서 '하나님 믿으세요' 해도 손가락질 받지 않았고 그렇게 전도되어 온 사람 많았는데 요즘은 특히나 젊은 세대를 전도할 수 있는 도구가 많이 없다. 제 주변에도 안 믿는 사람 있을 때 교회 예배 한번 가자 하는 게 쉽지 않다. 사역자인데도.

정기예배가 젊은 사람들에게 하나님을 전할 수 있는 좋은 도구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예배가 있는데 음악 예배야. 말씀은 짧게 있어. 음악콘서트 보듯이 와봐라' 이렇게 말하면 의외로 거부감 없이 온다고 하는 사람이 많다.

다른 사람들한테 예수님에 대해서 뭔가를 정말 한 번이라도 들어보게끔 할 수 있는 정말로 귀한 도구가 되지 않을까 싶다. 정기예배가 그런 도구가 되더라. 학자가 (신학)세미나 한번 와보라 하는 것보다는 음악이 조금 더 문화적으로 접근하기가 좋은 것 같다.

경선: 저는 20살 때부터 '믿음의 유산'에 들어왔다. 영화 '시스터액트 2'를 초등학교 때 보면서 흑인들이 떼창하는 모습에 너무 소름이 돋아서 비전 삼고 살다가 '믿음의 유산' 동영상을 보고 너무 충격을 받고, 테잎 넣는 라디오로 녹음해서 그때부터 '조이풀(Joyful)' 솔로를 연습했다. 제가 지금 (팀에서) '조이풀' 솔로 앞부분을 하거든요. 그렇게 팀에 들어가게 되었다.

이번 예배곡에 'I came to Jesus' 솔로 가사 중에 '더럽고 추한 나의 인생' 이런 가사가 있는데 일반 복음성가에서 듣기는 어렵다. 너무나도 직설적이고 이런 말을 하나님 앞에서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내 삶의 어두운 부분, 어려운 부분을 직설적으로 고백한 다음에 복음 메시지를 반복한다. 블랙가스펠 특징이 같은 부분을 반복하는 건데 뱀프라고 한다. 뱀프가 복음 메시지인 거다. '예수님이 해결하셨어. 예수님이 우리 때문에 죽으셨어' 이런 내용으로 나의 죄와 상처를 고백한 다음에 복음을 고백하면서 찬양하면서 팀 안에서 살았다. 제가 블랙가스펠을 하는 것에 대해서 얘기한다면 그런 얘기를 하고 싶었다.

효식: 어떻게 보면 다양성 같다. 다양성 중의 하나가 헤리티지 예배가 됐으면 좋겠다. 저는 예배나 찬양도 그 본질을 흐리지 않는다면 선택할 수 있는 문화가 공존하는 것이 건강하지 않을까 생각은 든다.

이런 형태를 갖추지 않으면, 이런 옷 입지 않으면 예배가 아니야 이렇게 얘기하는 건 논쟁의 여지도 많고 전혀 신학적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근데 저희는 지금까지 그렇게 듣고 배우고 자라 왔으니까. '이런 게 거룩이야', '예배는 이렇게 해야 돼. 반드시 오르간으로 연주해야 되고 반드시 거룩한 음악을 사용해야 돼' 그 거룩한 음악이 성가대였고 클래식 음악이었으니까 그런 줄 알고 살아왔기 때문에 사실은 이렇게 찬양하면서도 진짜 수년간은 혼란이 많았다. 내가 지금 거룩하지 않은 음악을 전도하는 건 아닐까 하는 부담감과 두려움이 솔직히 있었다.

그때 제 안에 하나님께서 주셨던 감동은 그러면 흑인들은 거룩하지 않은 족속들인가 이런 생각이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허락하신 자유로 마음껏 하나님 앞에 표현하고 예배 드리면서 우리에게 허락하신 것들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헤리티지는 새로운 예배의 대안을 제시한다거나 예배 전문가가 아니다. 새로운 예배 문화를 기대하고 (헤리티지를)만든 것도 아니고 '이렇게 예배할 수 있구나' 그 정도였으면 좋겠다. 기존의 예배 사역자들한테 혼란 드리고 싶지도 않고요.

철규: 인스타그램에 누가 우리 영상을 보고 '예수는 없다'고 댓글을 달았더라. 제가 고신 교회 오래 다녔는데 드럼도 쓰면 안 되고, 락은 악마 음악이라고 했던 것처럼 우리 음악 장르가 생소하다는 이유만으로 종교계에서 배척되고 예수는 없다고 비난을 하더라. 이게 참 어려운 것 같다. 예수는 없다고 단정지으니 기분이 좋을 수는 없다.

효식: 그런 얘기들에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네' 하고 끝내면 마음 편하지만 고민할 부분도 분명히 있는 것 같다.

사실 저도 치열하게 고민했다. 저 스스로가 잘하고 있는 건가, 혹시 내가 좋아서 혼자 내 기쁨과 만족에 취해서 그런 건 아닌가 싶어서 고민이 많았다. 고민이 많으니까 어느 순간부터는 누가 그런 얘기를 하면 두렵고 무섭더라.

근데 거기에 대해서는 경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두려웠던 이유는 제 안에 확신이 부족했던 거죠. 내가 생각하는 예수, 거룩에 대한 가치가 없으니까 그런 얘기 들을 때마다 '나 맞나? 틀린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반대로 (비판을 들었을 때)그런 얘기 듣는 자체가 싫어서 '이 사람은 몰라 우리를' 그러면서 (그 말을)무시하는 거다. 지금은 그런 말 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이해가 된다. 저도 그 고민을 분명히 했고 그런 위험성이 있는 것 사실이다.

그런데 그건 저희만 그런 위험성이 있는 게 아니라 강단에서 거룩하게 예수 전하는 사람도 '예수'가 없을 수 있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 완전히 무시하지는 않지만 지나치게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고 본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고 지금은 생각한다.

한국에서 이런 시도에 예배라는 이름을 붙이는 게 엄밀하게 따지고 보면 위험한 시도라는 것을 알고 있다.

최근에 EDM(Electronic Dance Music)으로 예배하시는 분이 마녀사냥을 당해서 거의 매도되었다. 지금도 찬반이 나뉘기는 하지만 저희가 하는 음악이 EDM만큼은 아니어도 기성세대가 볼 때는 애들 장난이나 음악적인 만족으로 보일 수 있다.

그렇게 때문에 거기에 대한 책임도 저희가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아니라는 걸 예를 들어 말싸움이나 몇 마디 댓글로 충분히 할 수 있다. 제가 또 키보드 워리어...(웃음) 할 수 있는데 그렇게 안 하는 이유는 SNS에서의 대립은 답이 없더라.

오히려 삶으로 그것을 증명하려면 시간이 걸리고 우리는 말로 이걸 해결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음악으로, 가사로, 삶의 열매로 보여줘야 하니 때로는 억울하더라도 화살을 맞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아까 그 댓글을 보고도 사실 마음이 아프지만 그런 오해가 있을 수 있겠다 인정할건 인정하고 그렇지만 우리 그런 건 아닌데 마음속으로 가지고 계속 증명해내야 되는 것 같다.

철규: 우리 비전이 블랙가스펠을 한국교회에 많이 알리고 예배음악으로 잘 사용되게끔 하는 것인데 그것을 위해서는 우리가 중도를 잘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응답하리' 같은 경우는 앞에서 기타 치면서 전형적인 한국교회적인 예배식으로 인도할 수 있다. 그래서 저는 뭔가 격차가 너무 심한 곡은 배제하고 저희가 한국교회에서 이런 문화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좋은 통로가 돼야 되지 않나 생각한다. 저는 기타 배우고 있다. 정기예배 그런 식으로 인도하려고...

효식: 제게 작은 비전이 있다면 헤리티지가 최고는 아니더라도 제2의, 제3의 헤리티지 같은, 꼭 블랙가스펠 아니더라도 그것이 예배건, 전도건, 선교건 자신에게 주어진 달란트로 아름답게 하나님을 표현하고 자기 신앙을 고백할 수 있는 신앙적인 토양이 우리나라에 조금은 생겼으면 좋겠다는 소망이다.

찬양과 예배에 있어서 교회 안에만 들어가면 경직된다.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고 누군가는 클래식을, 오르간을 연주하는 사람이 있어야 되고 그게 틀렸다 맞다가 아니라 그렇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도 인정하고 배려하고 포용할 수 있는 게 교회여야 되지 않나 생각을 하고 있다. 자기 기준에 너무 깊이 들어가 버리면 다른 사람들이 다 틀리게 된다.

때로는 외로울 때가 있다. 우리 혼자 왕따 같기도 하고(웃음) 어렸을 때는 교만함이었죠. 시대를 선도하고 있다 생각했는데 그건 별 의미가 없는 것 같고 자기만족이고, 뭔가 저희와 같은 형태의 찬양과 문화들이 자유롭게 교회 안에서도 인정되고 격려되고 그런 부분들이 필요한 것 같다.

- 유명 대중가수들과 협업도 많이 했다. 헤리티지는 대중음악과, 대중과 소통하는 음악적인 포용력이 있는 것 같다. 소통의 접촉점은 무엇일까.

효식: 음악인 것 같다. 저희 멤버들과 구성원들이 사람들과 아주 자유롭게 소통할 만한 캐릭터들이 아니다. 유일하게 음악을 연주하거나 음악을 다룰 때, 음악이 사람들과 소통하게 만든다.

그분들이랑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음반 들고 찾아간 적도 없다. 먼저 연락 주셔서 음반 작업 하고 싶다고 하셨다. 저희도 신기하긴 한데 돌아보면 블랙가스펠이라는 음악이 가진 매력인 것 같다.

정기예배는 크리스천이 (공유하는) 문화인데 안 믿는 사람들이 정기예배에 오긴 힘들다. 블랙가스펠은 크리스천이 아니지만 음악적인 매력 때문에 듣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이 대중들과 소통하는 키(Key)라고 본다.

거기에 제일 중요한 건 음악 안에 가스펠이 담겨있는 게 저희한테는 제일 큰 자부심이자 무기인 것 같다. 그 동안 해왔던 것 보면은 대부분 적나라하게 복음의 메세지가 담겨져 있는 노래를 제일 많이 해온 것 같다. 그런 노래들이 때로는 방송에서 불려지기도 하고, 때로는 음반으로 많은 사람에게 들려지기도 했었는데 앞으로도 그렇게 소통하지 않을까 싶다.

철규: 솔로 보컬이 뒷부분까지 끌어가기 부족한 부분이 있을 때 후렴을 같이 불렀을 때 느껴지는 시너지, 그런 부분을 헤리티지한테 부탁하셨다. 그런 부분에서 콜라보를 많이 했고, '나는 가수다'에서 임재범이나 김범수 씨가 저희한테 원하셨던 부분은 곡 표현의 극대화였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승산이 있다고 본다.

대중과 소통하는 음악적인 부분에서 저희가 할 수 있는 부분은 솔로의 가창도 있겠지만 다수가 부르는 목소리의 에너지 같은 부분이 대중들에게도 어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신희: '불후의 명곡' 할 때 마지막 리허설을 콰이어, 밴드들과 같이 하는데 메인 피디님이 '오 해피 데이' 끝나고 나서 하시는 말씀이 '수많은 아티스트들을 봤지만 이렇게 기쁘게 노래하는 사람들은 처음 봤다'고 얘기하셨다. 그분이 크리스천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 말씀을 들었을 때 솔직히 저희는 그냥 하던 것, 원래 하던 것 했다고 생각했는데 밖에 계셨던 그분은 저희가 노래하는 것을 보고 '기쁨'을 느끼신 것 같다. 그 안에서.

그것이 우리의 소명이고 우리가 찬양하는 이유구나, 이것이 아직 크리스천 아닌 사람들, 대중들이 봤을 때 '뭔가 있어'라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이구나 싶었다. 그런 소명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뭔가 통하지 않을까. 그래서 저는 그때가 기억에 참 많이 남는다. '우리가 그래서 하는구나. 밖에 음악을 해야 하는 이유가 그거구나' 느끼게 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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