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명진 목사
수원중앙침례교회 고명진 목사.

밤이면 빨간 십자가가 도심을 뒤덮는 대한민국, 복음의 불모지에서 불과 130년 사이 이례적으로 성장한 기독교, 우리는 믿음의 선배들에게 감사해야 합니다. 가난과 산업화 그리고 민주화까지 변화무쌍한 사회를 온몸으로 부딪치며 지탱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고독을 이기고 자신의 사명에 책임을 다하며 행복을 느낀 신앙 선배님들의 희생을 기억해야 합니다.

오늘, 그런 노고를 감당하신 믿음의 거목 중 한 분을 소개하려 합니다. 그분은 지금의 나(고명진)를 있게 한 세계침례교총회장을 지낸 김장환 목사님이십니다.

성경으로 사람과 세상을 움직인 김장환 목사님의 삶은 '3E'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1. Evangelist = 열정의 전도자

목사님은 다른 것은 양보하실 수 있지만, 이것만큼은 둘째간다면 서럽게 여기실 것입니다. 바로 복음 전도입니다. 김 목사님의 복음에 대한 열정과 바지런함은 아무도 못 따라갑니다. 시도 때도 없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를 만나든 전도하십니다. 이런 모습을 아는 사람들은 '김 목사님은 상대방이 예수 믿는다고 하면 그 사람 발바닥도 핥을 거야'라고 말했을 정도입니다. 김장환 목사님을 따라 저도 '그 사람의 부스럼에 붙은 미역조각이라도 떼어 먹겠다.'는 각오로 양보할 수 없는 복음 전도의 삶을 이어갑니다.

소위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섬기는 것에 말도 많고 탈도 많습니다. 그렇다 보니 '정치목사'라는 꼬리표가 달렸지만 김 목사님께서 정치인이나 거물급 기업가들과 남다른 친분을 유지하는 이유는 복음을 전하기 위함입니다.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심은 양치는 목자뿐 아니라 혜롯 왕에게도 전해져야 할 복된 소식이기 때문입니다. 만일 꼬리표가 두려워 대통령이나 정치인들을 만나지 않는다면 그들에게 복음을 전할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하나님의 사랑 받지 않아도 될 만큼 부유한 사람은 없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십자가의 구원과 죄의 용서는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목사님은 "대통령을 전도하면 장관들을 전도하기 쉽다. 부모를 전도하면 자녀를 전도하기 쉽다. 기업 대표를 전도하면 직원들을 전도하기 쉽다."는 말씀으로 나름 복음 전파의 원칙을 가지고 계십니다. 특별히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교도소에 가 있는 사람들을 자주 찾아가십니다. 그들 중에는 아직도 대다수 국민에게 비난을 받는 정치인들도 있습니다. 이런 사실을 김장환 목사님도 아십니다. 더구나 비난 받는 정치인들을 만나면 그 또한 비난받는다는 사실쯤은 아십니다. 하지만 그에게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비난이나 세상의 이목이 아닙니다. 추악한, 외면당한, 소외당한 그들에게도 복음이 필요하다는 영혼구원의 마음이 더 우선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복음이 전파된다면 김 목사님은 남녀노소, 누구든지 위로하고, 기도하며 복음을 전할 것입니다. 은퇴하셨지만 "복음전파의 사명에는 은퇴가 없다."고 말씀하시는 김 목사님의 삶은 오늘도 말씀을 전파해야 할 곳이라면 언제든지 달려가는 전도자입니다.

2. Economist - 청지기의 삶

김장환 목사님은 집회를 나가실 때 출장비를 받으셔도 돌아오시면 거의 다 반납을 하십니다. 또한, 일부 사용하신 경비는 작은 것 하나라도 영수 처리하십니다. 외국에 초청을 받아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햄버거 정도로 간단하게 요기하십니다. 끼니때마다 제대로 먹으려면 돈도 많이 들고, 시간도 많이 허비된다는 평소 알뜰한 습관 때문입니다. 목사님이 자주 하신 말씀은 "간단하게 먹어라. 돈도 절약되고 시간도 절약된다." 남들이 보면 절약이 병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주님을 위해 꼭 필요한 곳에는 아낌없이 쓰십니다. 수원중앙침례교회에서 매년 헌금을 가장 많이 하는 사람 가운데 김장환 목사님이 계십니다.

헷갈리면 내 돈을 사용하라

"공금을 사용할 때 꺼려진다면 내 돈을 사용하라." 이렇듯 공과 사를 엄격하게 구분하셨습니다. 정말 귀한 말씀입니다. 신경을 곤두세워 공과 사를 구분하지 않는다면 자신도 모르게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충 구별하면 모두 내 것처럼 보입니다. 지금도 중앙교회 사역자들의 공금 사용 원칙은 "헷갈리면 내 돈 사용하라"는 기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결재자 연대책임'으로

부교역자 시절 교회 헌금에 대한 김 목사님의 마음은 '결재자연대책임'에서 옅볼 수 있습니다. 사역 진행 과정과 결과에서 문제가 발생한 경우 결재서류에 사인한 모든 사람이 책임을 지는 방식입니다. 혹시나 문제가 생기면 꾸중을 듣거나 징계를 받는 정도에서 그치지 않고 그 손해액만큼 직접 배상합니다. 당연히 최종 결재자인 김장환 목사님이 가장 먼저, 가장 많은 금액을 배상합니다. 그리고 그다음 중요 결재자들이 차등적으로 변상합니다. 김 목사님은 성도들이 어려운 삶 속에 푼푼이 낸 헌금을 기억하며, 함부로 사용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맺고 끊는 것이 정확하신 청지기

물리적 교회를 움직이는 두 가지 권한이 있습니다. 인사권과 재정권입니다. 김 목사님은 '교회는 담임목사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두 가지 권한을 주셨을 뿐 아니라 주보에 제 이름을 먼저 쓰고 다음에 당신의 이름을 넣으시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또한, 간절히 부탁드려야 1년에 한두 번 설교하십니다. 45년 시무하셨는데 후임자의 모습을 보며 얼마나 하실 말씀이 많겠습니까? 하지만 김 목사님은 참견하지 않으셨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중앙교회 지도력 교체를 잡음 없이 화합을 이루었다'고 평을 하는데 이런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건 김장환 목사님의 맺고 끊는 것이 정확하신 청지기적 삶 때문입니다.

3. Energizer - 성실한 섬김자

부지런함과 연결된 준비성

이동원 목사는 김장환 목사님을 이렇게 평가하셨습니다. "활동적이고 정열적이며 추진력이 강합니다. 또 목표지향적이며 도움을 주고받을 사람을 연결하는 일을 잘하십니다." 모든 사람이 무엇이든 자신감과 당당함으로 무대에 서신 목사님을 보지만 옆에서 함께 동역한 제게는 무대 위의 오르기 전 철저한 준비를 하시는 김 목사님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1986년에 173개국에서 1만 3,000명이 참석한 암스테르담 국제순회복음전도자대회 주강사를 맡으셨는데 김 목사님은 1년 전부터 설교를 준비하셨습니다. 이런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이 없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약속 시간 30분 전은 기본이시고 한 시간 전에 회의 장소나 미팅 자리에서 사역을 준비하십니다. 김장환 목사님은 부지런함과 준비성을 소유한 성실한 지도자입니다.

한결같은 성실함

김장환 목사님은 세계 어느 곳에서든 항상 새벽에 일찍 일어나 기도로 하루를 준비하십니다. 전날 밤 늦은 일정도, 10시간이 넘는 시차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극동방송 전 부사장 민산웅 장로의 말을 빌리자면 "집회나 공무를 위해 출장을 가면 김장환 목사님과 꼭 한 방을 썼습니다. 경비를 아끼려는 차원이었지만 저는 목사님과 한 방을 쓰는 것이 편하진 않았죠, 한 번은 미국에 함께 다녀올 일이 있었습니다. 그때도 함께 방을 썼는데 새벽에 잠이 깼습니다. 목사님께서 조용히 일어나시더니 성경책을 들고 화장실로 가더군요. 불이 켜진 화장실 문틈으로 보이는 광경은 정말 존경 그 자체였습니다. 양변기 뚜껑을 덮고 그 위에 앉아 오랫동안 성경을 읽으시더니 아침이 밝도록 기도하시더군요. 전날 10시간 넘게 비행기를 탔고 또 밤늦게 도착해 시차 적응도 힘들 덴데, 솔직히 누구 보는 사람도 없는데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렇듯 김장환 목사님은 한결같은 성실함으로 철저히 하나님 앞에 사는 분입니다.

맺으며.

명장 뒤에 후임은 항상 어렵습니다. 김장환 목사님은 한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많이 알려진 영향력 있는 분입니다. 김 목사님 사역에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김 목사님과 보냈던 시간은 저에게는 교과서에 없는 목회의 기본적 소양과 태도를 갖추는 기회였습니다.

복음을 전하는 일에 주변 눈치 보지 않고, 소신껏 전하시며, 그 일에 스스로 감격하는 천상 복음 전도자 김장환, 목사님의 삶은 한국교회 역사이며 기적의 삶입니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면 역사가 일어나고, 사람이 하나님을 만나면 기적이 일어난다" (김장환)

/한국복음주의협의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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