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립대가 사실상 강제로 징수해 논란이 됐던 기성회비를 학생들에게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 첫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국·공립대가 수업료만으로는 부족한 교육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기성회비를 받아 필요한 비용을 충당해 왔고, 학생이나 학부모 역시 그러한 사정을 알고 있으며, 고등교육법상 학교 설립·경영자가 받을 수 있는 '그 밖의 납부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서울대 등 7개 국·공립대 학생 3860여명이 각 대학 기성회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그 동안 국·공립대학들은 학생으로부터 수업료를 받는 것 외에 부족한 교육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기성회를 통해 학생이나 학부모로부터 기성회비를 납부 받아 학교시설 확충 등 필요한 비용을 충당해 왔다"며 "학생이나 학부모 역시 그러한 사정을 알면서 국·공립대학의 부족한 재원을 보충하려는 의사로 기성회비의 납부에 응했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각 대학 기성회는 국고에서 부담해야 하는 대학 교육재정의 부족분을 보충하는 기능을 수행했고, 기성회비는 모든 학생에게 일률적으로 동일한 수준으로 부과됐다"며 "기성회를 통해 대학에 지원되는 기성회비는 수업료와 마찬가지로 교육 역무와 교육 시설을 제공받는 것에 대한 대가로 기능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결국 기성회비는 고등교육법상 학교 설립·경영자가 받을 수 있는 '그 밖의 납부금'에 해당한다"며 "고등교육법상 수업료 외에 '그 밖의 납부금'을 받을 수 있는 근거가 규정돼 있으므로 기성회비를 납부 받은 것을 법률상 원인 없이 이익을 얻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대법관 13명 가운데 박보영·고영한·김신·김소영·조희대·권순일 대법관 등 6명은 반대의견을 냈다.

이들 대법관은 "고등교육법 11조 1항에 의해 '그 밖의 납부금'을 받을 수 있는 자는 대학의 설립자·경영자이므로 이에 해당하지 않는 기성회가 회비 명목으로 학생 또는 학부모로부터 '그 밖의 납부금'을 받은 것은 법률유보 원칙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김창석 대법관은 다수 의견에 대한 보충 의견을 냈다. 김 대법관은 "각 대학 기성회비는 기성회를 통해 학생들로부터 사용료를 납부 받은 것으로 학생들과 대학 사이에 묵시적인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이번 사건은 서울대, 경북대, 전남대, 부산대, 경상대, 공주대, 공주교대, 창원대 등 8개 국·공립대학교 학생 4219명이 2010년 11월 각 학교 기성회를 상대로 소송을 낸 것이다. 1심 선고 이후 창원대와 창원대 학생들은 항소하지 않았다.

학생들은 "기성회비 징수에 법적 근거가 없고 본래 목적과 다르게 사용됐다"며 1인당 10만원씩 반환하라고 주장했다.

1·2심은 모두 기성회비의 법적 근거가 없다고 봤다.

1심은 "고등교육법과 규칙·훈령만으로는 학생들이 기성회비를 직접 납부할 법령상 의무를 진다고 볼 수 없고, 국립대들이 학칙으로 기성회비 징수를 규정한 것은 학칙 제정의 한계를 벗어났다"며 각 대학 기성회는 학생들에게 1인당 10만원씩 지급하라고 학생들의 손을 들어줬다.

2심 역시 "기성회비의 법령상 근거가 없다는 학생들의 주장을 인정하고, 관습법이 성립됐다거나 학생과 기성회 간의 합의에 기초한 자발적 납부였다는 학교 측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기성회비는 1963년 문교부 훈령으로 도입됐지만 자율적 회비 성격과 달리 사실상 강제 징수됐고 교육시설 확충 등 당초 목적과 다르게 사용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법적 근거가 부족하고 등록금을 높이는 데 사용된다는 지적도 많았다. 2013년 기준으로 기성회비 수입은 1조3423억원으로 전체 국립대학 예산 총액 7조8200억원의 17.1%에 달했다.

사립대는 1999년 기성회비를 폐지했지만, 국·공립대는 학기당 평균 150만원 가량의 기성회비를 받아왔고, 이에 국·공립대 학생들은 잇따라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법원이 기성회비를 인정하면서 하급심에 계류 중인 다른 대학 사건들에서도 학생들의 패소 가능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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