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 후지코시(不二越)강재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한 피해자들에게 15억원의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국내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7부(부장판사 홍동기)는 30일 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와 그 유족 등 28명이 후지코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후지코시는 피해자들에게 각 8000만원~1억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후지코시는 일제강점기 일본국 정부의 강제 인력동원 정책에 적극 편승해 당시 12~18세에 불과했던 어린 학생들을 기망해 근로정신대에 지원하도록 하거나 강제로 연행했다"며 "이는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해당하는 만큼 이로 인해 피해자들이 입은 정신적 고통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또 "피해자들이 강도높은 노동을 하며 식사와 임금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한 점, 귀국 후에도 겪은 여러가지 어려움, 불법행위 이후 68년이 넘는 기간 동안 피해회복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후지코시가 '대한민국 법원은 재판관할권이 없고, 피해자들이 일본에서 동일한 소송을 제기했지만 원고 패소의 확정판결을 받아 기판력에 저촉된다'는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한일청구권협정의 체결로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이미 소멸됐고, 소멸시효 또한 모두 완성됐다는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같은 판결을 선고한 후 법정에 참석한 6명의 원고에게 "이 판결을 통해 피해자들이 위로받고 편한 여생을 보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법원에 따르면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은 당시 재학 중이던 학교의 선생님 또는 학교장, 행정관청 관료들로부터 '근로정신대에 지원하면 교육을 받아 상급학교로 진학할 기회를 제공받고,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을 듣고 일본으로 건너갔다.

이들은 1945년 7월~10월 다시 국내로 귀국할 때까지 후지코시 도야마 공장에서 선반 등의 기계를 이용해 철을 깎거나 잘라서 비행기 등의 부품을 만드는 일에 종사했다. 또 강제징용 피해자는 도야마 공장에서 청소, 짐 운반, 조리보조 등을 수행했다.

피해자들은 일요일을 제외하고는 매일 10~12시간에 이르는 장시간 동안 철저한 감시 속에서 생명이나 신체에 위해를 당할 가능성이 높은 위험한 노동에 종사했다.

또 열악한 시설의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제대로 된 식사를 제공받지 못했고 임금 또한 지급받지 못했다.

앞서 원고들은 지난 2003년 일본정부와 후지코시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 2심에 이어 2011년 10월 동경 최고재판소에서 기각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 2012년 5월 대법원에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취지의 판결에 힘입어 지난해 2월14일 후지코시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일제강점기 때 강제동원된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이 일본의 군수기업 후지코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선고기일인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으로 피해 할머니들이 들어서고 있다. 2014.10.30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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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정신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