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손현정 기자] 이라크 기독교인들이 이슬람국가(IS)의 가혹한 소수종교인 박해에도 불구하고 신앙을 소중히 지키고 있다고 현지 교인들을 돕고 있는 한 사역자가 증언했다. 전 세계의 박해받는 교회들을 지원하는 국제단체 에이드투더처치인니드(ACN)의 담당 디렉터 마리아 로자노 디렉터는 가톨릭뉴스에이전시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 같이 전했다.
로자노는 "이라크 교인들의 신앙은 흔들리지 않고 있다"며, "신앙은 그들의 삶의 이유다"고 말했다. 그는 "박해에도 불구하고 어린이들은 목에 묵주를 걸고 다니고 사람들은 십자가를 새긴 문신이나 기독교인으로서 정체성을 드러내는 물건들을 숨기지 않고 있다"고도 전했다.
로자노는 IS가 점령한 이라크 북부 모술, 바크디다 등 니네베 주 지역에서 박해를 피해 탈출해 에르빌에 피신하고 있는 교인들의 수만 7만 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IS는 점거 지역 내에서 비무슬림들에게 이슬람으로의 개종을 강요하고 있으며, 이를 따르지 않는 사람들을 살해하고 있다. 피난민이 된 교인들 모두가 기독교 신앙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고향을 버리고 떠나온 이들이라고 로자노는 설명했다.
신앙을 지키다 순교에 이르는 교인들도 있다. 바그다드에 소재한 영국성공회 세인트조지교회의 앤드류 화이트 목사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모술에서 순교한 8명의 교인 가족들에 대한 소식을 전했다. 이들은 집에서 성경을 읽던 중 IS의 습격을 당했으며, 개종하면 살려주겠다는 강요에 굴복하지 않아 모두 그 자리에서 살해당했다.
화이트 목사는 "지금 이라크에 남은 유일한 위안은 이렇게 신앙을 지키다 살해당한 모든 소중한 형제 자매들이 주님의 영광의 품 안에 있다는 것이다"고 밝혔다.
그는 이라크의 교인들이 지금과 같이 박해 속에서도 신앙을 잃지 않을 수 있도록 기도를 요청했다. "우리가 강한 인내심을 가지고 이 상황을 견디고 우리 앞에 주어진 영적 싸움에서 지지 않도록 기도해 달라"고 그는 당부했다.
박해를 피해 온 이라크의 교인들은 피난처에서 가장 기본적인 음식과 물, 생필품조차 갖추지 못한 어려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로자노는 이를 위해 ACN이 30만 달러에 달하는 긴급구호 물품을 조달하려는 계획을 추진 중이라고 전했으며, "이라크에는 인도주의적 지원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박하다"며 세계교회와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한편, 유엔은 IS의 소수종교인 박해가 집단학살의 위험 수위에까지 도달했다며 국제사회가 이 같은 학살을 막기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영국 BBC 방송이 23일(현지시간) 전했다.
유엔은 두 달 가까이 IS에 포위되어 있는 이라크 북부의 아메를리 마을이 현재 전기와 식수 공급이 끊기고 식량도 부족할 뿐 아니라 의료 지원 체계마저 무너진 상태라며 이 상황이 지속될 시 집단학살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아메를리는 주로 시아파 투르크메니스탄 출신들이 거주하고 있으며 IS는 이들을 배교자로 간주하고 있다. IS는 기독교인뿐 아니라 자신들의 이슬람 사상에 맞지 않는 모든 소수종교인들에게 무차별적인 박해를 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