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석환 교수   ©공동취재단

2014 한국기독교윤리학회(회장 정종훈) 정기학술대회가 '소통의 윤리와 기독교의 책임'을 주제로 26일 연세대 루스채플 원일한홀 101호에서 개최됐다.

'한국기독교의 공공신학적 영화비평의 가능성 고찰'을 주제로 강의한 성석환 교수(장신대/기독교와 문화)는 "영국의 클라이브 마쉬(Clive Marsh)는 이 시대의 영화가 유사종교의 형태를 띠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고 말했다.

클라이브 마쉬는 영국의 성 요한 요크 대학에서 신학, 종교학과 문화학을 가르쳤으며, 쉐필드 대학에서 성서학을 강의하고 있다. 

성 교수는 클라이브 마쉬의 주장을 소개하며 "정기적이던 비정기적이던 영화를 보러 가는 현대인들에게 영화관람은 삶을 형성하는 하나의 구조가 되고 있다"며 또 "영화를 보러 가는 이들은 마치 예배를 통해 휴식과 여유를 얻으려는 이들과 비슷한 목적을 가지고 극장을 찾는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친구와 함께 가서 관람을 하는데, 예술영화처럼 혼자 간다고 하더라도 서로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동일한 경험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종교행위와 유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마지막으로 영화관 건축 자체가 오늘날의 예배당 혹은 성당과 같은 역할을 한다"며 "요즘 대형교회들이 온갖 설비와 서비스 공간을 갖추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복합영화관은 쇼핑과 관람, 식사와 교제가 모두 가능한 공간이다. 그래서 이제 영화를 관람하러 영화관에 가는 행위는 현대인에게 일종의 종교행위와 같다는 것이다"는 했다.

성 교수는 "클라이브 마쉬는 즉 기존 제도권 종교의 기능을 영화가 대신하고 있다는 것이다"고 했다.

반면 "라이덴은 영화를 종교와 동격으로 본다. 동격으로 보는 이유는 영화 자체, 영화를 보러 가는 행위, 또 영화와 관객 간의 교류 등을 고려컨대 이미 종교가 한 사람의 성장과정에 끼치는 삶의 해석을 대부분 대체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며 "그래서 그에게 종교와 영화의 대화는 마치 종교간 대화처럼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라이덴이 영화를 유사종교가 아니라 아예 하나의 종교로 간주하고, 영화에 대한 신학적 비평은 종교간 대화의 수준에서 실천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마쉬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제안이다"며 "그에게 신학적 대화와 비평의 목적은 영화의 영적 의미를 부각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고 했다.

이어 "여기서 마쉬가 목적하는 바, 영적(spiritual) 의미는 다만 종교적(religious) 의미가 아니다. 그는 신학적 비평이 영화를 제대로 해석하기 위한 필수적 요소이라고 주장한다"며 "왜냐하면 근본적으로 종교적, 신학적 의미가 모든 문화의 토대를 이루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고 했다.

성 교수는 "물론 마쉬의 이런 주장은 기독교적 시각을 절대화하고자 하는 제국주의적 발상에서 나온 것이라 비판받을 수도 있다"며 "그러나 그는 신학의 비판적 기능을 변호하면서, 신학이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자기 비판과 외부로부터의 비판에 열려 있어야 한다'고 명확히 선언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신학은 문화가 스스로를 살피게 하고 사회에서 발생하는 일들에 대해 공적인 관심과 조사를 할 수 있도록 적절한 자원과 평가기준을 제공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훈련 중 하나로 이해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했다.

그는 "영화에 대한 토론은 종교적 전통들이 더 넓은 문화 속에서 자신들의 자화상이 어떠한지를 보게 한다"며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영화에 대한 신학적 토론은 서구사회의 개인주의의 개인의 소멸, 그리고 소비주의, 파편화, 세속화, 사회적 폭력과 종교의 문제 등에서 비판적 성찰을 요청한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결론적으로 마쉬는 '신학이 삶의 다양한 측면에 따라 사는 방식, 즉 다차원적 삶의 습관습관(habit)으로 이해되어야' 하는데, 여기서 다차원적이라 함은 미학적(aesthetic), 정서적(affective), 인지적(cognitive), 그리고 윤리적(ethical) 차원 등 4가지를 말한다"며 "일단 이 네가지 차원의 신학적 삶의 방식은 곧 영화를 보는 이들에게서 일어나는 작용들이다"고 했다.

이어 "마쉬는 영화를 어떤 이슈를 다루기 위한 도구로 활용하려는 경향에 대해 대안을 제시하기 원한다"며 "즉 그렇게 할 경우 영화를 영화로 보기보다는 목적성을 가지고 도구적으로 인식하게 된다는 문제점이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런 방식은 영화와 관람객 사이에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도록 만든다"고 했다.

그는 "마쉬가 말하는 윤리적 차원이란, 강요되거나 제시되는 가르침이 아니라 영화를 보는 관객이 영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윤리적 차원의 관점을 발전시키도록 요청받는다는 것이다"며 "그래서 영화보기는 곧 신학적 과제의 영역 안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고 소개했다.

성 교수는 "이제 그에게 신학적 영화비평은 영화와 관객 사이에 발생하는 일을 분석, 해석하는 일이 된다"며 "여기에 마쉬는 한 가지 관점을 더 추가하는데, 신학의 이 네가지 차원은 사회적 정황 안에서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마쉬가 신학적 영화비평의 자리를 사회적 맥락 안에 위치시킨다는 것을 함의한다. 그러니까 관객의 삶의 사회문화적 정황, 그리고 신학이 놓인 사회문화적 정황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고 했다.

그는 "마쉬는 '신학 또는 종교와 영화의 대화는 반드시 문화연구(cultural studies)라는 틀 속에 위치시켜야 한다'고 하고 '이런 방식으로 종교연구와 신학이 사회와 문화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사실 이런 주장을 비단 마쉬만 한 것은 아니다. 벌써 오래 전부터 문화연구 전통이나 포스트모더니즘 연구자들, 그리고 후기 구조주의 철학에서는 영화가 현대인들에게 종교적 기능을 하고 있다는 분석을 많이 제기하였다"고 덧붙였다.

그는 "예컨대 필립파 베리(Philippa Berry)는 포스트모더니즘과 종교의 관계를 다루면서 포스트모더니즘이 모더니즘의 거대 서사를 비판하면서 현대 문화의 유사종교적 특성을 부각시키고 있다고 지적하는데, 이는 '종교가 아니면서 종교와 유사한 세속문화의 거부할 수 없는' 어떤 것으로서의 영화를 통해 극명히 드러난다고 말한다"고 했다.

또 "필렙파 베리는 레비나스(Immanuel Levinas)나 데리다(Jacques Derrida) 등이 종교의 질문을 영성(spirituality)에 대한 질문으로 전환시켜 놓았다고 보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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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환교수 #클라이브마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