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통합 남북한선교통일위원회 주최 북한선교 정책 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이지희 기자

남북관계 발전과 통일을 위해 한국 기독교계의 질서 있고 균형 있는 남북간 교류·협력이 요청되고 있다. 특히 핵실험과 대남 비난 공세, 장성택 실각으로 인한 북한 체제 변화 등으로 대북사업 및 남북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현시점에서 과거부터 대북 관계에서 신뢰를 쌓아 온 교단 및 NGO 등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한국 기독교계의 남북 교류·협력 방안도 기존의 인도적 지원뿐 아니라 남북 주민들이 정서적, 문화적 영역에서 더욱 가까워질 수 있도록 사회문화방면 등 다양하고 창의적인 방법의 교류·협력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예장통합 남북한선교통일위원회는 최근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 소강당에서 '정부의 대북정책과 북한선교'를 주제로 제25차 북한선교정책세미나를 열었다. 남북한선교통일위원회는 그 동안 북한선교와 북한교회 복구, 평화통일 준비 일환으로 북한 어린이들을 위한 식량지원사업과 교단 관련 NGO 단체들을 통한 다양한 대북지원사업을 펼쳐왔다. 특히 북한 조선그리스도교연맹(이하 조그련)과 협력관계를 통해 평양 봉수교회 재건축(2008년)과 평양신학원 건축(2004년)을 후원했다.

남북 정치, 군사 환경의 변화에 따른 대북사업 및 선교정책을 모색하는 이 세미나에는 위원회 임원 및 목회자, 평신도 등 150여 명이 참석해 향후 북한사역 방향에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손달익 목사   ©이지희 기자

이날 예장통합 직전총회장 손달익 서문교회 목사는 '북한선교의 현실적 과제'를 주제로 한 강의에서 "다소 활로를 찾는 것처럼 보이던 북한선교가 남북 양측의 정치적 이유로 답보상태를 보인 지 6년의 세월이 흘렀다"며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고 새로운 대안 모색과 활로 찾기에 전력을 다해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현 남북 대치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며, 우리 정부의 자신감과 유연성, 미국 등 이해 당사국의 견해에 따라 향후 남북 관계도 상당 부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예측하며 "그 동안 교단이 대북사업을 통해 형성한 신뢰관계와 인적 자원, 북한선교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 세계교회와의 협력 등 우리가 가진 장점을 활용하여 북한선교의 과제를 적극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정부가) 물자 교류뿐 아니라 인적 교류를 위한 문을 열어줘야 한다"며 "(인적 교류의 부족으로 인해) 북한과 불필요한 긴장이나 오해를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손 목사는 "북한 내에서 우리 교단만큼 열정과 책임을 갖고 선교활동을 하는 교단이 없다"며 "또 세계교회협의회(WCC), 세계개혁교회연맹(WCRC) 등 북한선교에 관심이 많은 세계연합단체의 구성원으로서, 그들도 북한선교에 대한 우리의 의견을 존중해 준다"고 말했다. 또 "소속 교회의 모든 성도들이 북한선교 활성화를 위해 기도하고 절대적인 지지층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가장 중요한 강점"이라고 덧붙였다.

손 목사는 북한선교 방안으로 먼저 북한 정부의 공식승인을 받은 조그련과의 협력을 기본정책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예장통합 및 남북한선교통일위원회의 기본 입장이다. 그는 "조그련은 대화와 협력을 기본정책으로 삼는 비둘기파에 속한다"며 "북한 고아원을 지원하더라도 조그련을 통해 돕는 등 북한 사회 안에서 그들의 발언권이 높아지고 위상을 강화시켜 대남관계에서 조그련이 주도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그련의 활동 지역이 평양과 그 인근 지역으로 제한돼 있어 답답하다는 분들도 있다"며 "그만큼 조그련의 지방조직이 튼튼하지 못한 것 등 여러 이유가 있는데, 그럴수록 조그련을 도와 그들의 북한 내 활동 영역이 넓어지고 크게는 개혁, 개방을 지원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조그련에 소속된 공식 기독교인은 10년 전과 같은 1만2천 명이다.

손달익 목사는 또 통일 후 원만한 북한교회 재건을 위해 비 조그련계 기독교인인 지하교인들과의 교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북한에 20~30여 명이 예배를 드리는 '지하교회'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대신 미국 중앙정보국(CIA) 자료에 의하면 3~5명의 가족단위 신자들이 예배를 드리는 '가정교회'가 전역에 5백여 개가 있으며, 우리가 확인한 곳은 20여 개"라며 "이 외에 숨겨진 북한 성도들을 적게는 1만 명에서 많게는 10만 명까지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하교인들과 무리하게 만나려고 하면 오히려 문제가 커질 수 있다"며 "실제 북한에서 가정교회 사역을 한다면서 중국과 북한을 오가는 사람들의 90% 이상은 북한 정보부요원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향후 통일이 되면 북한교회의 정통성이 조그련과 지하교회 중 어디에 있느냐를 놓고 엄청난 갈등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손 목사는 "향후 급변 사태를 대비해 우리 교단은 양쪽을 조화, 절충시켜 화해시키는 중재 역할을 감당해야 할 것"이라며 "북한의 두 교회를 화해시켜 하나의 교회로 만들어주기 위해 지금부터 기도하고 네트워크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손달익 목사는 또 북한에서의 종교의 자유, 인권 상황 등을 널리 알리고 '국제 문제화'하여 다른 국가들이 북한과 정치적 합의를 하는 이면에 북한교회 및 북한선교 문제를 반드시 합의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남북간 평화정착을 위한 합리적 정책 제안, 북한 인도주의적 문제 및 인권문제 해결 등도 한국교회가 심각한 과제로 삼고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목사는 정부와 주변국과의 협력과제에 대해 "한국교회가 북한선교를 열심히 하면 평화통일을 앞당길 수 있다고 우리 정부를 설득시켜야 한다"며 "또 북한선교가 북한 민족과 남북간 평화정착을 위해 왜 필요한 지, 중국교회에는 어떤 유익을 줄 수 있는지, 북한을 복음국가로 만드는 것이 경제, 정치적으로 주변국에 어떤 이익을 주는지 등에 대해 신학적이고 실천적 논거를 들어 주변국을 꾸준히 설득시켜 나가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선교의 유일한 길은 '성육신적 선교'"라며 예수님을 통해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 알게 되는 것처럼 우리를 보는 사람들이 예수님을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목사는 "북한 주민들이 남쪽의 교계 인사들과 그리스도인들을 볼 때, 그리스도가 보여지도록 살고 대화해야 할 것"이라며 "특히 그들에게 직접 복음을 증언할 수 없을 때, 또 반세기 이상 믿은 이념이 무너지고 공황상태인 그들이 우리의 모습 속에서 뭔가 자신들과 다른 모습, 곧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거룩함, 진리를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 사람들과 만나고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우리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이 보여지도록 노력하여 북한선교를 잘 감당하는 우리가 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후에는 강동완 동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북한에서의 한류 현상과 사회변화, 북한주민 알게 되면 바뀐다'를 주제로 강의했으며 서정배 통일부 교류협력기획과장은 '박근혜 정부의 교류협력정책과 추진 현황'을 발표했다.

한편, 남북한선교통일위원회는 통일 이후 북한 교회와 사회 재건에 나설 평신도 사역자들을 양성하기 위해 강의 중심의 '북한선교학교'와 달리 실제 훈련을 대폭 강화시킨 '소원 통일사역자 훈련프로젝트'를 개발해 내년부터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 영락교회의 지원으로 장신대학교 남북한평화신학연구소가 지난 1년간 개발한 훈련프로그램으로 내년에 3권의 교재를 공식 출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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