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미 무역흑자가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 무역적자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 등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대미 무역흑자는 지난달까지 181억 달러(약 19조원)로 작년 연간 흑자 152억 달러를 뛰어넘었다.

연간 대미 무역흑자는 2004년 141억 달러에서 2008년 80억 달러로 주춤하다가 이후 다시 증가해 작년에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올해도 기록 경신이 사실상 확실하다.

미국 인구조사국과 신한금융투자 집계에 따르면 미국 무역적자에서 대한(對韓) 적자의 비중도 2010년 1.6%, 2011년 1.8%, 2012년 2.3%, 올해 1∼9월 3.3%로 최근 계속 증가세다.

이에 따라 한국은 미국 입장에서 중국·일본·독일 등에 이어 여덟 번째로 적자 규모가 큰 무역상대국으로 떠올랐다.

특히 한국은 중간재를 중국 등에서 가공해 미국 등에 우회 수출하는 경우가 많아 이를 반영한 새 측정 방식인 부가가치 기준으로 한 실질적인 대미 무역흑자 규모는 더욱 커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09년 자료로 지난 5월 집계한 한국의 부가가치 기준 대미 무역흑자는 2009년 현재 154억 달러로 전통적 방식인 총교역량 기준 흑자의 약 3.5배로 부풀었다.

한국 경상흑자가 10월에도 95억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한 가운데 이처럼 대한 무역적자가 커지자 미국 정부는 한국 상대로 원화 절상과 경상흑자 축소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10월 말 의회에 제출한 '주요 교역국 경제·환율정책 반기 보고서'에서 한국에 대해 경상수지 흑자폭을 줄일 필요가 있고 원화가 경제 기초여건(펀더멘털)보다 2∼8% 저평가됐다고 밝혔다.

성 김 주한 미국대사도 최근 한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은 예외적인 경우에만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국 정부는 미국의 요구와 상관없이 외환시장 급등락을 완화해 급속한 원화 절상의 악영향을 차단하는 현재 정책 방향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도 최근 대규모 경상흑자가 원화 저평가 때문이라는 말은 부적절하다며 미국 정부의 주장을 사실상 반박했다.

김 총재는 "한국 경상흑자는 대부분 신흥국에서 온 것이며 미국·유럽·일본에 대해서는 오히려 적자"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윤창용·선성인·유현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대미 무역흑자 증가세 등을 고려하면 이 같은 우리 측 주장은 "설득력이 크게 떨어진다"며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일본·독일에 더해 한국에도 충분히 통화 절상 압력을 행사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다만 "실제로 원화가 가파르게 절상되면 몇몇 주요 수출품은 타격이 불가피하며 경기 회복에도 부담이 된다"며 "미국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외환시장 개입을 통해 수출 경쟁력 악화 우려를 덜어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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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