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동양그룹이 (주)동양,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의 법정관리를 신청한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수표동 동양그룹 사옥 앞 신호등에 빨간불이 들어와 있다. 2013.09.30.   ©뉴시스

동양그룹이 동양시멘트마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관련 상품을 판매했던 직원들이 투자자들로부터 몰매를 맞고 있는 가운데 현재현 회장 일가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 회장의 부인인 이혜경 부회장은 계열사 법정관리 신청 직후인 지난 1일 동양증권 개인 대여금고에서 거액을 빼갔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동양증권 노조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다른 사람을 대동하고 서울 을지로 동양증권 본사를 찾았다"며 "큰 가방을 4~5개 가지고 와서 가득 채워 나갔다"고 말했다.

지난 1일은 동양과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셜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바로 다음날이다. 비록 개인자산을 빼간 것이지만 동양그룹의 중대 위기를 맞은 상황이었던 만큼 도덕적 비난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노조 관계자는 "회장 지시만 믿고 곧 부도날 어음을 판매해 왔던 직원들이 패닉 상태에 빠졌다"며 "책임을 면하기 힘든 부회장이 이런 행동을 했다는 데 허탈할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정진석 동양증권 사장의 '부당 지시' 의혹도 일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정 사장은 동양증권의 영업정지를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저축은행 등에 담보로 잡힌 해당 계열사의 동양증권 지분이 법정관리 신청으로 반대매매될 것을 우려한 것이다.

동양증권이 영업정지되면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동양증권의 주식거래가 중단된다. 이 때문에 채권자들의 동양증권 주식 처분을 의도적으로 막으려 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경영진의 모럴해저드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동양사태'로 인한 피해가 동양증권 직원들에게만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일 제주 조천읍 신촌리 도로변에 주차된 승용차에서 동양증권 제주지점 직원 A(42·여)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직원은 회장에 대한 원망과 투자자들에 대한 미안함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근 수원 본부점에서는 30대 여직원 B씨가 고객 남편이 휘두른 흉기에 손을 다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동양증권 영업점의 한 직원은 "같은 영업점 직원으로서 너무나 충격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다"며 "직원들과 투자자는 죽어나는데 책임을 져야 할 경영진들은 자신들의 사리사욕만 챙기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공휴일이었던 전날 전국의 동양증권 지점장 등 임직원과 개인투자자 200여명은 서울 성북구 현 회장 자택에서 집회를 갖고, 동양시멘트의 법정관리 신청 철회와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동양그룹 채권자 비상대책위원회(가칭)'는 서울중앙지법에 피해 구제를 위한 2차 탄원서를 제출했다. 동양증권 노동조합도 다음주께 현 회장과 정 사장을 사기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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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그룹유동성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