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통합 제1회 북한선교대회가 1일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열렸다.   ©이지희 기자

"'우리가 굶어 죽어갈 때 당신들은 무엇을 했느냐'고 북한 주민들이 물어올 때 우리는 대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기도입니다. 그리고 2천4백만 북한 주민들을 대표해 남한에 선발대로 보내진 2만4천 탈북민들을 사랑으로 섬기고 그들의 마음을 얻어야 합니다."

북한 경제 분야 전문가로 2000년 개성공단 개발 초기부터 참여한 민간경제연구기관 원장 K박사는 1일 "세계 경제규모 14위, 교역량 8위인 우리나라는 일본, 독일과 함께 전세계에서 다양한 제조업 기반을 가진 몇 안 되는 국가로, 북한을 끌어 않을 역량은 충분하다"면서 한국교회가 통일을 대비해 북한을 제대로 이해하고 북한 주민 및 탈북민 지원 사업 등을 위해 지속적으로 기도하고 참여할 것을 호소했다.

새문안교회 장로이기도 한 K박사는 예장통합 이북 4개 노회가 함께한 제1회 북한선교대회에서 '한국의 통일 역량과 과제'라는 주제로 강의했다. 이날 그는 북한의 대내외 동향 및 김정은 체제에 대한 전망, 북한 경제현황 등을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 주최 측의 요청으로 실명과 사진은 게재하지 못했습니다. 여러분의 양해바랍니다. 

K박사는 "현재 김정은 시대의 최우선 과제는 구군부 세력의 통제로 새로운 지배체제를 안정시키고, 그 다음으로 주민들의 지지와 충성을 이끌어내는 것"이라며 "군사적 강성대국을 과시하기 위해 핵 보유, 인공위성 발사를 하고 경제적 강성대국을 과시하기 위해 놀이시설, 식당 등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북한의 체제안정 노력이 어느 정도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군부 세습, 신군부 세력 교체 등으로 보이지 않는 불만 세력이 잠재해 있고, 국제사회의 경제 봉쇄 강화로 배급이 줄고 시장기능이 확대된 점, 휴대전화와 함께 외부 정보가 유입되는 점 등 체제불안형 요소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최근 북한이 이산가족상봉 행사를 취소한 것에 대해서는 "남북관계를 큰 틀에서 보면 북한은 이제 이산가족 교류밖에 남한에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어 일단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산가족상봉 행사를 재개하려면 관광, 스포츠, 문화 등 다른 영역의 교류도 함께 확대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 주민들 사이에 휴대전화가 적게는 100만대에서 많게는 150만대 정도 유입됐을 것으로 추측된다"며 "모란각에서도 폴더형 전화기를 들고 통화하는 사람을 종종 볼 수 있는 등 중국을 오가는 장사꾼이 늘면서 휴대전화 유입량도 늘어 체제 위협 요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K박사는 "북한은 현재 경제 개방과 함께 체제 안정이라는 상반된 두 가지 목표를 한꺼번에 이뤄야 한다"며 "국제사회의 개방 요구와 정보화 확산 속에서 체제 수호 및 주민 통제 강화를 위해 대남 도발, 미사일과 핵개발 등 긴장 조성 행위를 하지만 오래 가지 못하고 어느 순간 (경제 개방이나 체제 안정 중) 한 쪽으로 기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K박사는 이러한 상황의 가장 큰 이유로 북한의 심각한 경제난을 들었다. 1989년부터 10년 간 마이너스 성장을 한 북한은 2000년대 들어서도 1%대 성장 혹은 마이너스 성장을 하면서 2백만 명의 아사자가 발생했다. "경제학자들은 북한이 10년 동안이나 마이너스 경제 성장률을 기록한 것을 아주 불가사의한 일로 생각한다"며 "지금 한국의 일인당 국민소득은 2만5천 달러인데 반해 북한은 약 1천 달러(유엔 5백 달러, 민간경제연구기관 7~8백 달러, 한국은행 1천2백 달러 추산) 정도로 아직 우리나라의 70~80년대 수준"이라고 그는 말했다. K 박사는 "심각한 경제난으로 북한의 변방 지역까지 정부의 지원이 미치지 않아 많은 아사자가 발생하고 있고, 살아있는 북한 주민들의 영양실조 상태도 오래 지속될 경우 뇌가 손상돼 통일이 되면 우리가 모두 짊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경제가 급속도로 무너지고 아직도 회복하지 못한 원인으로 1989년 개최한 세계청년학생축전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 대항하여 진행한 이 행사를 위해 북한은 적은 경제 규모로 평양에 체육관, 행사장, 아파트, 호텔 등을 무리해서 지었다는 것이다.

K 박사는 "동구권 붕괴 후 북한과 일본, 한국의 대외 교역 규모가 꾸준히 늘었지만 현재 중국과의 교역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중국의 영향력이 강할 수 밖에 없다"며 "만약 북한 경제가 남한 경제에 100%의 의존도가 있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텐데 남한의 대북 경제 전략이 부족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북한은 이제 변화를 할 수밖에 없는 임계점에 다다랐다"며 "정부 배급이 없어지면서 주민들 사이에 불만의 소리가 나오고 있고, 더구나 20세 이하의 젊은 세대는 배급세대가 아니기 때문에 북한 정부는 많은 압박을 받고 있다"고 말하고 "개방으로 인해 무너지든지, (개방을 막으려) 또 다른 긴장 조성을 하려 도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는 "한국 사람의 50%가 통일하지 않고 그냥 살기를 원하지만 통일은 우리에게 큰 가능성을 준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2040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3명 중 한 명이 될 것"이라며 "남북 인구가 합치면 인구구조가 안정될 뿐 아니라 산업구조, 부존자원 보완 등 우리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통일할 것을 대비해 북한의 일인당 국민소득을 적어도 3천 달러 수준으로 올려야 할 것으로 봤다.

K박사는 통일을 위한 한국교회의 역할에 대해 "굶어 죽어가는 북한 주민들을 위해 식량지원사업을 오랫동안 지속하는 단체들은 많지 않다"며 북한 식량지원사업 등에 적극 참여할 것을 제안했다. 또 그는 "하나님의 백성들이 이스라엘로 돌아가기 전 항상 선발대를 보낸 것처럼, 하나님은 2천4백만 북한 주민들을 우리에게 붙이기 전 2만4천 탈북자들을 남한에 선발대로 보내셨다"며 탈북민들을 잘 돌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민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북한 주민들을 바라보고, 하나님의 사랑으로 그들을 감싸고 기도하는 여러분이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대회는 예장통합 평양노회, 평북노회, 용천노회, 함해노회 등 이북 4개 노회 남북한선교통일위원회가 각자 진행하던 북한선교대회를 예산 절감과 효율성을 위해 처음으로 함께 개최한 행사였다. '변화하는 북한(탈북민 정착과 한국교회의 역할)'을 대회 주제로 하여 K 박사, 용천노회 남북한선교통일위원회 총무 김종욱 목사, 탈북민 양 씨 등이 강의했다.

이날 1부 예배에서 말씀을 전한 평북노회 남북한선교통일위원회 위원장 김석주 목사는 먼저 "일제 압제의 암담한 상황에서 해방의 선물을 주시고 어려운 가운데 경제 성장의 선물을 주신 하나님이 우리 시대에 남북한 평화통일도 선물로 주실 것을 믿는다"면서 "정전 60주년을 맞아 민족이 서로 화해하지 못하고 갈등과 분열로 하나님 앞에 부끄럽게 살아온 것을 회개한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이날 "북한 땅에도 하나님의 은혜로 자유롭게 예배하는 환경이 조성되도록 우리가 끊임없이 힘쓰고 기도하며 굶주린 주민들에게 사랑의 손길을 펼치고 통일 이후 북한 선교에 가장 먼저 앞장 설 탈북민들이 남한 사회에 잘 적응하도록 돕는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장통합 이북 4개 노회는 이북 출신 성도들이 남한에 세운 교회들이 연합해 있으며 현재 전국 8백여 교회가 소속돼 있다. 이들 노회는 북한에 빵공장 등을 설립해 북한 어린이들에게 식량을 공급하고 용천노회의 경우 30여 명의 탈북민들의 이주 후원을 하는 등 탈북민 정착 사역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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