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가장 화려하고 부유했던 프랑스가 계속된 대규모 시위와 파업으로 파국을 맞고 있다. 폭력 시위로 발생한 천문학적인 피해와 함께 국가 부도의 위기로까지 몰린 원인이 누적된 재정난과 기형적인 연금 구조에 있다는 점에서 남 일이 아니다.

프랑스가 직면한 총체적 위기는 GDP 대비 부채 비율이 119%에 달하고 올해 갚아야 할 국채 이자만 740억 유로에 육박하는 등 오랜 세월 쌓인 국가 재정난에 있다. 그런데 그 속을 들여다보면 이미 최고 수준인 세율로 인해 증세할 수도, 국민들의 격렬한 반대로 지출을 줄일 수도 없는 난맥상이 자리하고 있다. ‘포퓰리즘’이란 덫에 걸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신세가 된 거다.

몰락의 출발점은 높은 생활물가, 연료비 부담, 임금 정체 등에 있다. 여기다 낙후된 학교와 교사 부족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 공공부문 노동자의 처우 문제, 재정적자를 줄이려는 정부의 긴축안이 겹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프랑스 정부는 재정 위기 타개책으로 내년 예산에서 ​지출을 대규모로 줄이는 정책적 결단을 내렸다. 하지만 이미 생활비가 오를 대로 오른 현실에서 연금과 공공서비스마저 줄어들 것이란 불안감에 사로잡힌 국민들이 정부에 대한 불만을 폭력 시위로 표출하고 있는 거다.

프랑스의 몰락은 갑자기 벌어진 천재지변이 아니다. 1980년대 미테랑 대통령이 은퇴 연령을 65세에서 60세로 낮추면서 연금 시스템의 대혼란을 부른 게 그 시초다. 쌓아둔 기금 없이 매년 국민에게 거둬서 연금을 지급하다 보니 적자 폭만 220조 원에 달하는 등 더 이상 감당할 수 없게 된 게 원인이다.

프랑스의 고등학교 교실에서 시작된 격렬 시위는 시간이 갈수록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지난 주말엔 이탈리아와 스페인, 포르투갈, 알바니아에서도 생활비, 주택난, 대학 환경에 항의하는 시위가 동시에 벌어졌다. 저성장 기조에 갇힌 유럽 여러 나라 국민이 지르는 비명인 셈이다.

범인은 권력을 쥐기 위해 통치자가 들여온 ‘표퓰리즘’이다. 프랑스의 경우 퍼주기 식 복지가 오늘 유럽에서 가장 세련된 국가를 헤어나올 수 없는 구렁텅이에 빠뜨려 버린 거다.

문제는 오늘 프랑스의 대혼란은 우리에게도 머지않아 닥칠 현실일 수 있다는 거다. 한국은 프랑스만큼 복지 지출이 높지 않지만, 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이기 때문에 국가 부채와 방만한 재정 지출을 줄이지 않으면 유럽 복지 국가들의 전철을 고대로 밟을 수 있다.

해법은 ‘표퓰리즘’ 정치에서 벗어나는 데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선심성 돈줄을 마구 푸는 정치인에게 표를 주는 행위가 결국 국가 재정을 병들게 하고 결국 국민 개개인에게 과도한 징세 폭탄으로 되돌아온다는 건 뻔한 이치다. 내 수중에 들어온 돈 몇 푼 때문에 국가의 미래와 다음 세대에게까지 무거운 빚을 떠넘길 순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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