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을 내린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돌아보면 어쩐지 뒷맛이 씁쓸하다. 우리 선수단의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서만은 아니다. 대회가 남긴 여러 장면과 그 이면에 드러난 주최국의 태도 때문이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주최국의 준비 부족과 전반적인 무성의함이었다. 일본은 경제력과 기술력을 갖춘 선진국이다. 그러나 대회 운영은 그 명성에 걸맞지 않았다. 경기장 사이의 거리가 지나치게 멀어 선수들은 이동에 많은 시간을 허비했고, 경기 일정과 현장 운영도 원활하지 못했다. 자원봉사자들은 각자의 업무에 충실했을지 모르지만, 지나친 분업화로 정작 관람객과 선수들이 필요한 안내를 받지 못하는 일도 있었다.
기후에 대한 대비 역시 아쉬웠다. 태풍과 우기가 반복되는 계절적 특성을 충분히 고려했는지 의문이다. 선수들의 경기력은 체력뿐 아니라 환경과 일정의 영향을 받는다. 국제대회를 유치했다면 경기장 건물을 세우는 일만큼이나 선수들이 최상의 조건에서 경기에 임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준비했어야 한다.
심판 판정과 경기 운영에서도 석연치 않은 장면들이 있었다. 특히 유도 등 일부 종목에서 제기된 판정 논란은 공정성에 대한 의문을 남겼다. 경기의 질서와 신뢰가 무너지면 스포츠 축제의 의미도 함께 흔들린다.
더욱 씁쓸했던 것은 한일전마다 되살아나는 불편한 감정이었다. 일부 관중의 노골적인 반한 정서와 욱일기 등장은 스포츠를 과거의 국가주의와 역사적 대립 속으로 끌고 들어가는 장면이었다. 물론 일부의 행동을 일본 국민 전체의 태도로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과거의 상처를 자극하는 행위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대회 마지막을 장식한 축구 경기 후 시상식에서 대한민국 국기 게양이 지연된 일도 유감스럽다. 시상식은 승자만을 위한 자리가 아니다. 메달을 획득한 모든 선수와 국가를 동등하게 존중하는 의식이다. 국기 하나를 제때 게양하지 못한 일은 단순한 진행상의 실수로 넘기기 어려운 상징적 장면이었다.
대한체육회장이 이번 대회에 내린 평점이 F였다는 사실은 여러 문제를 함축한다. 건물은 남지만 그곳에서 경험한 환대와 감동은 기억으로 남는다. 시설은 우수했을지 모르나 경기 운영과 관람객 유치, 국제적 신뢰라는 측면에서는 성공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언젠가 우리도 국제대회를 개최할 수 있다. 그때 우리는 얼마나 공정할 것인가. 다른 나라 선수들을 얼마나 따뜻하게 맞이할 것인가. 우리와 경쟁하는 나라를 얼마나 존중할 것인가. 이번 나고야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스포츠의 본질은 경쟁에 있지만, 그 경쟁을 완성하는 것은 존중이다. 승리보다 중요한 것은 정정당당한 과정이며, 메달보다 오래 남아야 할 것은 서로를 인정하는 마음이다. 국가 간의 자존심만 앞세우고 스포츠 정신을 잃는다면 국제대회는 거대한 국가주의의 무대에 지나지 않는다.
세계는 이제 경쟁을 넘어 연대의 길을 찾아야 한다. 기후위기는 국경을 가리지 않고, 인공지능이 불러올 새로운 문명의 위기도 어느 한 나라만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다. 인류가 함께 지혜를 모으고 협력해야 할 과제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스포츠는 바로 그 연대의 정신을 배우고 실천하는 소중한 무대여야 한다.
나고야가 남긴 씁쓸한 기억을 단지 불쾌한 추억으로 묻어두고 싶지 않다. 그것이 경고가 되고 성찰이 되며, 더 나은 국제사회를 만드는 교훈이 되기를 바란다.
경기는 끝났지만 스포츠 정신까지 끝나서는 안 된다. 나고야의 씁쓸한 기억이 우리에게 남긴 가장 큰 교훈은 승리하는 국가보다 함께 살아가는 인류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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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