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욱 교수
신성욱 교수

데일 카네기가 쓴 『근심이여 안녕』이라는 책에 콜로라도 주 한 봉우리에 있는 거대한 나무 이야기가 나온다. 이 나무는 400여 년간 살아오면서 무려 14번이나 벼락을 맞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한 번도 쓰러지지 않았고, 수많은 눈사태와 폭풍우까지 다 이겨낸 나무로 유명하다. 그토록 강했던 나무가 어느 날 쓰러지는 일이 발생했는데, 다름 아닌 딱정벌레가 나무 속을 파먹어 버렸기 때문이란다.

그토록 오랜 세월에도 시들지 않고 벼락과 폭풍을 견뎌온 그 거목이 정작 작은 벌레들에게 쓰러지고 만 것이다. 기나긴 세월 외부의 거센 도전에도 시들거나 죽지 않고 버텨온 그 거목이 내부의 작은 딱정벌레들은 견디지 못한 채 쓰러지고 말았다. 무엇을 말하는가? 외부 적과의 싸움에선 이길 수 있더라도, 내부의 적은 상대하기 벅차다는 말이다.

쇠를 보라. 쇠를 부서뜨리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게 강한 쇠도 녹이 안에서부터 갉아먹으면 금세 닳거나 부러지고 만다.

사람도 쉽게 정복되는 존재가 아니다. 하지만 부정적인 생각과 의심과 두려움은 우리를 서서히 안에서부터 무너뜨릴 수 있다. 누군가가 우리를 진정으로 무너뜨릴 수 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그 사람에게 우리의 생각과 마음에 들어올 권한을 내어줄 때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생각을 단단히 지켜야 한다. 마음은 우리를 방어하고 지키는 요새라 할 수 있다. 부정적인 생각이 그 요새를 녹슬게 내버려 두지 말라. 모든 의심을 내려놓으라. 두려움도 마음에 품지 말라. 그리고 하나님께서 주신 평안을 지키라.

외부의 적은 싸워 물리칠 수 있지만, 내면의 부패는 소리 없이 진행된다. 쇠가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녹이 안에서부터 야금야금 쇠를 갉아먹는다.

그래서 성경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모든 지킬 만한 것 중에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잠 4:23). 마음을 지킨다는 것은 내 힘으로 부정적인 생각을 억지로 몰아내는 것이 아니다. 무엇을 마음에 받아들일 것인가를 분별하는 것이다.

두려움이 찾아와서 말을 걸 때 하나님의 약속을 붙들라. 의심이 찾아올 때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기억하라. 부정적인 생각이 밀려올 때 선하신 하나님의 말씀을 생각하라. 바울은 이렇게 권면힌다. “무엇이든지 참되며… 무엇이든지 사랑받을 만하며… 이것들을 생각하라”(빌 4:8).

우리의 마음은 아무 생각이나 받아들여 쌓아 두는 창고가 아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잘 지키라고 맡기신 성소와 같다. 그렇다면 “마음을 지킨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우리 삶 가까이에 있는 예를 하나 생각해 보자.

의학자들은 고혈압을 가리켜 “침묵의 살인자”라고 부른다.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크게 다치면 누구나 즉시 병원으로 달려간다. 아프고, 피가 나고,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혈압은 다르다. 아무 통증도 없이, 아무 소리도 없이 혈관 속을 조용히 갉아 먹는다. 겉으로는 멀쩡하게 웃고 인사하시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쓰러졌다는 소식을 들으면 우리는 깜짝 놀라게 된다. 하지만 사실 그 병은 이미 오래전부터 몸속에서 조용히 진행되고 있었다.

우리 마음도 이와 다르지 않다. 큰 시련이나 눈에 보이는 어려움이 닥치면, 우리는 오히려 정신을 바짝 차리고 하나님을 더 붙든다. 그런데 정작 우리를 넘어뜨리는 것은 그런 큰 사건이 아니라, 아무도 모르게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은 작은 서운함, 오래된 불신, 풀지 못한 오해와 같이 사소한 것일 때가 많다. 그것들은 소리 없이, 아주 천천히 우리의 마음을 갉아먹는다.

그러나 꼭 기억해 둘 것은, 마음을 지키는 일이 결국 우리 혼자의 힘으로 감당해야 할 싸움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여기에 우리에게 소망이 있다. 빌 1:6절은 이렇게 말씀한다. “너희 속에 착한 일을 시작하신 이가 그리스도 예수의 날까지 이루실 줄을 우리가 확신하노라”(빌 1:6).

우리 마음을 처음 만지신 분도, 끝까지 그 마음을 지키고 완성하실 분도 하나님이시다. 그러므로 우리는 오늘도 조용히 내 마음의 문을 열어, 부정적인 생각과 두려움 대신 그리스도의 은혜와 평안이 그 자리를 채우도록 내어드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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