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트 샤(Amit Shah) 인도 연방 내무장관을 만난 기독교 대표단
지난 8월 6일 아미트 샤(Amit Shah) 인도 연방 내무장관을 만난 기독교 대표단. ©Rev. Asir Ebenezer, NCCI

종교 기반 자선 단체들이 수세대에 걸쳐 건립한 학교와 병원 등 핵심 자산을 인도 정부가 몰수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논란의 법안이 의회 위원회로 회부되며 즉각적인 표결을 피했다. 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인도 정부가 지난 8월 12일(이하 현지시각) 이른바 FCRA 법안으로 불리는 2026년 해외기부금규제법 개정안을 하원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하는 대신 상하원 합동 의회 위원회로 넘기기로 전격 결정했다고 15일 보도했다.

이 법안은 해외 자금을 이용한 강제 종교 개종을 차단하고 국가 안보를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지난 3월 처음 발의되었으나 인도 기독교 자선 단체의 자산 몰수를 합법화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거센 비판을 받아왔다.

당초 아미트 샤 내무부 장관이 직접 법안 동의안을 제출할 예정이었으나 니티아난드 라이 내무부 국무장관이 하원에 이를 대리 상정했다. 이에 따라 법안은 하원 의원 21명과 상원 의원 10명 등 총 31명으로 구성된 특별 위원회에서 심층적인 검토를 거치게 되며 위원회는 오는 11월 겨울 회기 첫째 주까지 최종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인도의 기독교 인구는 전체의 2.3% 수준이지만 미조람 나갈랜드 메갈라야 등 북동부 일부 주에서는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해당 지역 정치권은 법안 상정을 저지하기 위해 적극적인 로비 활동을 전개해 왔다.

기독교계 조심스러운 환영 속 야당 강력 반발

법안 반대 운동을 주도해 온 기독교계는 이번 합동 위원회 회부 결정을 조심스럽게 환영하는 입장을 보였다. 인도복음연맹은 성명을 통해 이처럼 중대한 파급력을 지닌 법안은 신중한 검토와 의회 차원의 철저한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이번 회부 결정은 문제 해결의 끝이 아니라 철저한 조사의 시작이라고 평가했다. 인도 가톨릭 주교회의 역시 이번 조치가 민주적 절차에 부합한다며 균형 잡힌 제도적 틀을 마련하기 위해 위원회와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개신교와 정교회를 아우르는 인도기독교협의회의 아시르 에베네저 사무총장은 기독교 공동체의 요청을 수용한 내무부 장관과 정부 당국에 감사를 표명했다.

반면 정치권 내 야당 의원들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인도 국민회의 소속 K.C. 베누고팔 의원은 본회의장 내의 극심한 소란 속에서 힌두 민족주의 단체인 민족봉사단은 해외에서 막대한 기부금을 버젓이 모으고 있으면서 정부는 소수 종교가 운영하는 비정부기구만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비판하며 법안의 즉각적인 철회를 촉구했다. 민족봉사단은 현재 인도의 집권당인 인도 국민당의 핵심 이념적 기반을 제공하는 힌두 민족주의 준군사 조직으로 정부 정책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강력한 자산 몰수 권한 논란과 인도 정부의 해명

1976년 처음 제정된 해외기부금규제법은 인도의 비영리 단체가 해외 자금을 수령하는 방식을 엄격하게 통제해 왔다. 모든 대상 조직은 인도 내무부에 정식 등록하거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하며 5년마다 의무적으로 등록을 갱신해야 한다. 2014년 힌두 민족주의 성향의 인도 국민당이 정권을 잡은 이후 무려 2만 2000개 이상의 단체 등록이 강제 취소되었고 1만 5000개 이상의 등록이 만료 처리되었다. 특히 2022년 내무부 자료 분석에 따르면 당시 자격을 상실한 종교 부문 비정부기구 중 기독교 계열이 전체의 72%를 차지해 노골적인 종교 탄압 논란이 일었다. 이로 인해 인도복음연맹과 월드비전 인디아 등 수많은 인도 기독교 자선 단체들이 해외 자금 조달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이번 2026년 FCRA 개정안은 지정 관청을 신설해 등록이 취소되거나 기한 내 갱신되지 않은 단체의 토지 병원 학교 등 해외 자금으로 조성된 자산을 당국이 즉각적으로 임시 통제할 수 있는 강력한 권한을 부여한다. 일정 유예 기간 내에 등록이 복구되지 않으면 이 통제권은 영구적인 자산 몰수로 전환되며 당국은 이를 임의로 매각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인도의 독립 입법 분석 기관은 정부의 초기 갱신 거부 결정 자체에 대해서는 이의 제기나 청문회 권리조차 법안에 보장되어 있지 않다며 치명적인 절차적 결함을 지적했다.

인도 정부는 해당 법안이 무자비한 자산 압류를 의미한다는 비판을 강력히 부인했다. 인도 공보국은 최근 공식 브리핑에서 2024년에서 2025년 사이 약 1만 6200개의 단체가 정상적으로 등록되어 약 27억 달러 규모의 막대한 기부금을 수령했다며 이를 전면적인 금지 조치로 보는 것은 무리라고 반박했다. 또한 정부는 자산 통제가 임시적인 조치에 불과하며 예배 장소는 법에 따라 그 종교적 성격을 유지하게 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비자예시 랄 인도복음연맹 사무총장은 자금이 애초 합법적으로 사용된 이후에도 국가가 영구적인 권리를 주장하는 자동 귀속 원칙 자체를 법안에서 전면 철회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시행 규칙 논란과 국제사회의 쏟아지는 우려

CDI는 새로운 법안 처리와 별개로 지난 6월 22일 전격 발효된 해외기부금규제법 시행 규칙 역시 거센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고 밝혔다. 새 규칙은 해외 자금 사용 목적에서 전도 활동을 명시적으로 배제했다. 국제 앰네스티와 현지 기독교 단체들은 전도라는 용어의 정의가 매우 모호해 지역 공무원의 자의적 해석에 따라 합법적인 일상적 종교 활동마저 심각하게 위축될 수 있다고 강하게 경고했다. 실제로 인도복음연맹 측은 종교 및 사회 단체 간의 조화를 해칠 수 있다는 불투명한 이유로 기부금 등록 갱신이 거부된 바 있다.

지방 정부와 국제사회 차원의 압박도 연일 거세지고 있다. 미조람의 랄두호마 수석 장관은 내무부 장관을 직접 만나 반대 의사를 표명했고 케랄라주 의회는 법안이 위헌이라는 자체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메갈라야주 역시 주 정부 차원에서 유사한 반대 입장을 냈다. 국제 자금세탁방지기구는 인도 기독교 자선 단체를 겨냥한 이러한 규제가 비영리 단체 보호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평가했으며 미국 의회 일각에서도 이 법안이 결국 인도 정부의 합법적인 교회 자산 몰수 도구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표출했다.

인도복음연맹 측은 이번 사안이 단지 기독교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과 의료 및 지역사회 봉사 등 인도의 시민사회 전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외국의 파트너 단체들이 인도의 법적 테두리 안에서 투명하게 협력을 이어가 줄 것을 당부하며 의회가 이 심각한 법적 질문들을 검토하는 동안 국제사회의 끈질긴 연대와 관심을 호소했다. 인도 기독교 자선 단체의 생존과 자산 몰수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지을 이 논란의 해외기부금규제법은 합동 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올겨울 의회에서 다시 한번 치열한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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