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장기화하고 있는 입법 공백 속에서 낙태를 조장하는 각종 입법이 태아와 산모의 생명에 치명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교계와 학계는 태아의 생명권 보호를 국가의 본질적 의무로 규정해 무분별한 낙태 합법화 입법 움직임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낙태 관련 학술세미나’에서 법학·의학 전문가들은 현행 형법 개정 없이 모자보건법만 개정하는 방법으로 만삭 낙태와 약물 낙태를 합법화하려는 시도를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민법상 태아도 권리의 주체로서 국가를 상대로 직접 행사할 수 있는 청구권적 지위를 지닌 권리자란 점에서 임신 22주 이내 사유를 불문한 낙태 허용은 헌법상 ‘과소보호 금지 원칙’ 위배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2019년 헌법재판소가 “태아도 헌법상 생명권의 주체이며 국가는 태아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밝힌 취지를 언급하며, 국회에서 낙태 합법화 관련 법안이 쏟아지는 현실을 개탄했다. 특히 낙태를 손쉽게 할 요량으로 약물 낙태를 허용하면 태아의 생명권뿐 아니라 여성에게도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거라고 우려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지난 2022년 미국 연방대법원이 기존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결을 번복한 법적 배경에 주목했다. 미국 수정헌법 제14조의 적법절차 조항에 명시되지 않은 낙태권을 기본권으로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판결의 취지이자 핵심이 아니냐는 거다. 이들은 거기서 더 나아가 생명 중심의 상담과 비혼모의 자립을 돕는 지원 체계, 즉 입법의 사회보장적 접근 필요성을 강조했다.
의학 전문가들은 최근 미국 연방대법원의 다른 판결을 예시로 ‘양심적 낙태 거부권’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돕스(Dobbs) 판결을 예로 들며 “생명을 지켜야 할 사명을 지닌 의사에게 양심적 낙태 거부권을 불허해서는 안 되며 국민건강 증진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낙태 행위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약물 낙태 찬성론자들이 근거로 들고 있는 미국 FDA 부작용 보고시스템(FAERS)의 허점도 지적했다. 이 시스템에서 사망 외 부작용에 대한 보고 의무가 폐지되면서 심각한 합병증 사례가 집계에서 누락된 점이다. 이들은 또한 낙태를 경험한 여성의 정신건강 위험도가 출산 여성보다 높은 캐나다 역학연구와 국내 통계자료를 자세히 들여다보라고 권고했다.
태아의 생명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은 어느 것이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하다고 할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인간의 생명과 인격적 권리는 통합성과 전체성 안에서 하나로 이어진 관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정부의 정책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인권의 문제로 접근하면서 태아의 생명권을 유불리로 따지는 사회 풍조가 만연하는 등 사안이 심각하다.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존중받으려면 임신에 따른 책임과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는 의무 또한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여성과 태아 모두를 보호하는 ‘낙태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외면하지 않는 사회, 나라가 될 때 인권의 진정한 가치가 빛을 발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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