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파키스탄에서 신성모독 혐의로 기소돼 사형 위기에 처했던 40대 시각장애 기독교인이 10개월간의 수감 생활 끝에 무죄 판결을 받고 석방됐다고 6월 25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법원은 검찰 측의 증거 불충분과 절차적 하자를 지적하며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판결은 현지 소수 종교인을 겨냥한 파키스탄 신성모독법의 남용 실태와 무리한 기소 관행을 정면으로 짚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지 법조계에 따르면 라호르 추가 연방항소법원의 사아드 살만 칸 판사는 지난 6월 22일 파키스탄 신성모독법 295-C조 위반 혐의로 기소된 49세 시각장애인 나딤 마시히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고 석방을 명령했다. 파키스탄 신성모독법 295-C조는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를 모욕한 자에게 예외 없이 사형을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강력한 법안이다.
마시히의 공동 변호인인 자베드 사호트라 변호사는 재판 과정에서 검찰 측 주장의 치명적인 허점과 모순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경찰의 최초 정보 보고서(FIR)에는 피고인이 구체적으로 어떤 신성모독 발언을 했는지조차 명시되어 있지 않았다. 검찰 측이 내세운 6명의 증인 역시 사건 발생 후 상당한 시간이 지난 뒤에야 진술이 기록되어 신빙성이 크게 떨어졌다.
객관적 증거 부재와 지역 업체의 허위 고발 정황 드러나
CDI는 사건의 정황에서도 심각한 모순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검찰은 마시히가 밤 11시에 공공 공원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으나, 변호인단은 해당 공원이 밤 9시에 이미 폐장한다는 사실을 근거로 이를 반박했다. 사건을 뒷받침할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증인도 없었으며, 경찰은 피고인의 통화 기록이나 위치 정보 등 혐의를 입증할 어떠한 디지털 증거도 법정에 제출하지 못했다.
법원은 범죄 혐의가 추측이나 근거 없는 주장으로 성립될 수 없으며, 합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증거를 통해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어야 한다는 변호인단의 주장을 전적으로 수용했다. 무죄 선고를 받은 마시히는 다음 날인 23일 라호르 지방 교도소에서 석방되어 80세 노모와 여동생의 품으로 돌아갔다.
앞서 마시히는 2025년 8월 21일 라호르의 모델 타운 공원에서 체포됐다. 가족들은 이번 사건이 지역 용역업체와의 갈등에서 빚어진 거짓 고발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선천적 시각장애인인 마시히는 대학교육을 마친 뒤 공원에서 방문객의 체중을 재어주는 작은 일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 왔다. 그의 어머니 마르타 유세프는 공원 용역업체 직원들이 평소에도 아들을 괴롭히고 돈을 갈취했으며, 체포 당일에도 폭행을 가한 뒤 강제로 경찰에 넘겨 신성모독 누명을 씌웠다고 진술했다. 마시히는 구금 중에도 심한 폭행을 당하며 허위 자백을 강요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파키스탄 기독교 박해와 신성모독법 악용 논란 지속
CDI는 이번 마시히의 사례처럼 파키스탄 신성모독법이 소수 종교인을 억압하거나 개인적 원한을 갚고 경제적 이득을 취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지난 2025년 6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신성모독이라는 거짓 고발이 대중의 폭력을 선동하고 취약 계층의 재산을 강탈하는 도구로 무기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보고서는 법 조항이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모호해 최소한의 증거만으로도 무고한 사람을 사형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파키스탄 인권위원회의 연례 보고서 통계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동안 펀자브주에서만 무려 812명이 신성모독 혐의로 투옥됐다. 재판 과정에서 증거의 신빙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더라도, 종교적 민감성이 극도로 높은 현지 사회 분위기 탓에 법원이 보석이나 무죄를 선고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실정이다.
국제 기독교 선교 단체 오픈도어는 2026년 세계 감시 목록을 통해 파키스탄을 기독교인이 직면한 가장 위험한 국가 8위로 선정했다. 오픈도어는 파키스탄 사회에 만연한 시스템적 차별과 집단 폭력의 배후에 솜방망이 처벌과 약한 공권력이 자리 잡고 있다며, 일상적인 파키스탄 기독교 박해와 구조적 폭력 실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감시와 연대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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