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낙태를 형법상 범죄에서 제외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기독교계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독일 복음주의 연맹(EAD)이 낙태를 규제망에서 완전히 풀어주려는 법적 개편 시도가 산모와 태아 모두의 생명 보호를 심각한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며 입법 추진 중단을 촉구했다고 6월 2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CDI는 현재 독일 형법 218조에 따르면 낙태는 원칙적으로 불법이라며 임신 초기 12주 이내에 국가가 승인한 상담을 거치고 3일간의 의무 숙려 기간을 준수할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처벌을 면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연방하원의 일부 정책 입안자들과 정부 주도 위원회가 2024년 내에 전면적인 독일 낙태 비범죄화를 권고하면서 보수 진영과 종교계를 중심으로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독일 복음주의 연맹의 라인하르트 슁크 사무총장은 성명을 내고 규제 완화에만 초점을 맞춘 형법 218조 폐지 시도를 비판했다. 그는 인권 침해 앞에서 침묵할 때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독일 낙태 비범죄화가 태아의 생명 보호를 훼손할 뿐만 아니라 임신 중절을 고민하는 여성들에게 오히려 더 큰 사회적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태아 생명 보호를 상대적인 가치로 전락시키는 법적 접근은 헌법 질서의 근간인 인간 존엄성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왜곡된 사회적 책임과 여성 인권 침해 실태 고발
슁크 사무총장은 독일 낙태 비범죄화 논의를 여성의 존엄성 훼손이라는 더 넓은 사회적 맥락에서 짚었다. 그는 최근 독일의 유명 산부인과 전문의 맨디 망글러 교수가 방송에서 언급한 마르부르거 분트(독일 의사노조)의 실태 조사 결과를 인용했다. 해당 조사에서 병원 의사의 거의 절반이 권력 남용을 경험했으며 13퍼센트는 최근 1년 사이 동료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고 응답했다.
그는 현대 사회에서도 여성과 취약계층의 존엄성이 반복적으로 유린당하는 시스템적 실패가 여전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성 혁명과 피임약의 광범위한 보급이 관계의 규범을 재편했지만 역설적으로 여성 인권 침해와 책임의 왜곡을 불러왔다고 분석했다. 피임과 임신의 결과를 오롯이 여성 혼자 감당해야 하는 문제로 떠넘기는 사회적 프레임이 굳어졌다는 것이다. 슁크 총장은 진정한 여성 인권 존중을 위해서는 파트너십에 대한 책임과 결과를 남녀가 동등하게 짊어지는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태아 생명 보호의 헌법적 가치 수호와 포용 사회 지향
CDI는 독일 기독교계가 현재 진행 중인 인권 논쟁에서 가장 심각한 사각지대로 태아 생명 보호 문제를 꼽았다고 밝혔다. 슁크 총장은 인간의 존엄성이 출생 시점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고 단언했다. 그는 공론장에서 태아를 단순한 세포 덩어리로 칭하는 낙태 합법화 프레임을 강하게 비판하며 모든 인간은 발달 단계나 건강 상태와 무관하게 생명의 시작부터 고유하고 침해할 수 없는 존엄성을 지닌다고 강조했다.
특히 장애가 의심되는 태아에 대한 선별적 임신 중절 문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태아의 생명을 건강이나 기능성이라는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며 진정한 포용 사회를 지향한다면 출생 전 가장 취약한 존재를 배제하는 방식부터 철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행 형법 218조가 임신 중절을 도덕적으로 중립적인 행위가 아니라고 명시한 이유 역시 이 같은 생명 보호의 원칙을 수호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형벌 위주 접근 한계 인정 위기 임신 여성 위한 실질적 연대 촉구
CDI는 독일 복음주의 연맹 측이 단순히 형벌에만 의존하는 법적 규제로는 태아의 생명을 지키고 위기 임신 상황의 여성을 돕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대다수의 낙태 결정이 극심한 관계적 사회적 경제적 압박 속에서 이루어지는 현실을 고려할 때 진정성 있는 생명 보호는 법의 테두리를 넘어 실질적인 지원 문화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슁크 총장은 위기에 처한 여성을 돕기 위한 사회적 안전망 확충과 파트너의 책임 강화를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모성을 긍정하고 모든 아이의 가치를 존중하는 연대 의식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태아 생명 보호와 여성 권리 강화가 대립하지 않고 함께 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독일 사회가 개인의 이익에 따라 인간 존엄성을 파편화할 것인지 아니면 여성과 남성 그리고 태아를 포괄하는 존엄성의 불가분성을 재확인할 것인지 결정해야 할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고 평가했다. 불의에 직면한 침묵은 항상 불의를 행하는 강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경고한 슁크 총장은 모든 생명의 단계를 보호하는 사회 문화를 만들기 위해 기독교인들이 분명하고 책임감 있게 목소리를 내줄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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