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목회자를 길러내며 한국교회사를 가르쳐 온 노학자가 은퇴 후 산책길에서 뜻밖의 물음을 마주한다. “너, 나 알아?”
감리교신학대학교 한국교회사 명예교수 이덕주가 은퇴 후 8년간의 깊은 침묵과 묵상 속에서 써 내려간 43편의 신앙 고백록, 신간 『너, 나 알아?』가 출간되었다. 이 책은 화려한 성공담이나 신학적 업적을 과시하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부끄러움을 감추지 않고 온전히 드러내는 한 신학자의 뼈아프고도 정직한 영적 일기다.
자만과 오만을 내려놓고 ‘들음’의 자리로
모태신앙으로 자라 평생을 목사이자 신학자로 살았던 저자는 은퇴하던 해, 자신의 지난날을 혹독하게 돌아본다. 50여 권의 저술과 사람들의 박수갈채 속에 마친 은퇴 강연을 두고 그는 “제단에 진설된 완벽한 제물 같았으나, 지금 돌아보면 그야말로 자만과 오만의 극치였다”고 고백한다.
“수고했다. 후회는 없다. 대단해. 너니까 이만큼 할 수 있었지.”
마음속 깊은 곳에서 솟아났던 이 교만한 메아리를 부끄러워하며, 저자는 무너진 자리에서 신앙을 다시 시작한다. 텔레비전과 신문을 끊고, 심지어 현대인의 필수품인 휴대전화조차 없이 살아간다. 매일 서오릉 둘레길을 걷고 성경을 필사하며, ‘아는 척’ 하던 신학자에서 하나님을 ‘알아 가는’ 구도자로, 가르치며 ‘말하던’ 자에서 조용히 ‘듣는’ 자로 삶의 무게중심을 옮긴다.
골방의 묵상에서 광장의 역사로
저자의 일상은 단순하고 담담하지만, 그의 시선은 결코 개인의 골방에만 갇혀 있지 않는다. 이 책은 은퇴 후의 고요한 일상과 한국 사회의 치열한 광장을 절묘하게 교차시킨다.
특히 2025년 탄핵 정국 당시, 일부 교회가 광장에서 ‘정치’와 ‘기도’를 뒤섞어 선동하던 때에 저자는 대중적인 경제 유튜브 ‘삼프로TV’에 출연한다. 그곳에서 역사학자의 냉철한 눈으로 한국 개신교의 진짜 역사와 헌신을 짚어내며, 기독교의 참된 본질이 무엇인지 사회에 묵직한 울림을 던진다. 또한, 은퇴 후에도 빚진 자의 심정으로 『북한기독교역사사전』을 편찬해 내며 학문과 신앙, 광장과 골방을 한 사람의 삶 안에서 아름답게 직조해 낸다.
신앙은 ‘아는’ 것이 아니라 ‘알아가는’ 것이다
산책길에서 시작된 하나님의 질문은 8년의 시간 동안 네 번의 물음으로 이어진다.
◆“너, 나 알아?”
◆“너, 나 사랑해?”
◆“너는 누구냐?”
◆“그걸 이제 알았냐?”
이 네 가지 물음은 저자 개인을 넘어, 오늘날 신뢰를 잃고 흔들리는 한국교회와 성도 전체를 향한 서늘한 질문이기도 하다.
『너, 나 알아?』는 오랜 시간 신앙생활을 했으나 정작 ‘하나님을 안다’는 말 앞에서는 망설여지는 이들, 사역과 신앙의 괴리 속에서 고민하는 교회 지도자들, 그리고 은퇴 후 인생 2막의 영적 좌표를 찾고 ‘행복한 죽음’을 연습하고자 하는 모든 이에게 깊은 통찰을 선사한다. 수십 년간 교회의 역사를 기록해 온 사학자가 처음으로 ‘자기 자신’을 사료 삼아 들여다본 이 정직한 고백이, 독자들의 식어버린 신앙에 잔잔하지만 강력한 파문을 일으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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