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의 교세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불과 25년 후에는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마저 나온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교회는 자연스레 자체 존립과 부흥에 에너지를 쏟게 되지만, 과연 예배당 안의 울타리만 높이는 것이 정답일까?
신간 『마을로 들어가는 교회』는 텅 빈 예배당을 채우기 위해 세상을 향해 외치는 대신, 교회가 먼저 울타리를 넘어 마을 공동체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야 한다고 역설한다.
전도의 수단을 넘어 마을의 일원으로
‘교회가 마을로 들어간다’는 제목은 사실 역설적이다. 애초에 교회는 처음부터 마을 한가운데 존재해 왔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제목을 통해 교회가 지리적으로는 마을에 있으나, 정서적·관계적으로는 세상과 완전히 분리되어 있던 과거의 폐쇄성을 뼈아프게 반성한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교회가 하는 모든 구제, 복지, 작은 도서관, 카페 등의 활동을 철저히 ‘전도의 수단’으로만 여겨왔다. 하지만 세상은 이미 그러한 의도를 꿰뚫어 보고 있다.
"대부분 교회가 앞장서고 마을을 대상화시킵니다. 끝까지 주도하려 하기 때문이지요. 서로 영향력을 주고받으며 배우는 것이지, 교회가 일방적으로 시혜를 베푸는 것은 마을목회가 아닙니다."
책은 교회가 일방적인 시혜자나 주도권을 쥔 정복자가 아니라, 마을의 평범한 구성원이자 이웃으로서 객관적인 공공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목적이 이끄는 얄팍한 선교가 아니라, 이웃의 삶과 지역사회를 지탱하는 진정한 연대와 돌봄이 곧 '마을목회'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플랫폼 교회가 되는 5가지 마을목회 모델
저자는 직접 탐방하고 조사한 수십 개 교회의 생생한 사례를 바탕으로, 교회의 상태와 목회 철학에 따른 구체적인 마을목회 유형을 5가지로 제시한다.
●복지서비스형: 독거노인 돌봄, 지역아동센터 등 전통적인 구제와 돌봄
●공간활용형: 교회 공간을 도서관, 카페 등으로 개방하여 소통의 장 마련
●생활문화형: 인문학 강좌, 공연, 상담센터 등을 통한 깊은 관계 형성
●지역참여형: 지역사회 행사 기획, 마을 환경 개선, 마을활동가로 직접 참여
●지역경제형: 주민들의 소득 증대와 대안 경제를 위한 협동조합, 마을기업 운영
더 나아가 처음부터 건물이 아닌 ‘지역 주민과의 소통 공간(카페, 도서관)’으로 개척을 시작하는 혁신적인 모델과, 수십 년간 지역의 대소사에 묵묵히 관여하며 리더십을 인정받은 전통 교회의 사례까지 두루 소개하여 각자의 형편에 맞는 적용점을 찾도록 돕는다.
“어떻게 할 것인가” 철학과 인격이 이끄는 목회
“마을목회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목회 철학이에요. 저는 마을목회는 인격이라고 말합니다.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니까요.”
이 책은 목회자들만의 전유물이던 ‘목회’의 개념을 평신도와 마을 전체로 확장한다. 단순히 프로그램을 돌리는 기술이 아니라, 교인 모두가 공감하고 동참할 수 있는 성숙한 철학과 인격이 뒷받침되어야 지속 가능함을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마을로 들어가는 교회』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공공성과 신뢰를 잃어버린 한국교회에 가장 시급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책이다. 도시 교회는 물론 소멸해 가는 농촌 교회에 이르기까지, 세상을 섬기며 새로운 부흥과 존재 가치를 찾고자 하는 모든 목회자와 평신도 리더들에게 길을 밝혀주는 든든한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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