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순례
도서 「마음순례」

신앙은 삶의 바깥에 있는가, 아니면 삶 그 자체에 스며 있는가. 이상구 저자의 신간 <마음순례>는 이 질문을 조용하지만 단단한 문장으로 독자 앞에 놓는다. 경영학자이자 행정가로 오랜 시간을 살아온 저자는 이 책에서 신앙을 교리나 관념의 언어로 설명하기보다, 매일의 선택과 태도, 흔들리는 마음의 결 속에서 풀어낸다.

<마음순례>에서 신앙은 완성된 믿음의 상태가 아니다. 오히려 끊임없이 돌아보고 다시 서야 하는 여정이며, 그 여정의 중심에는 언제나 ‘마음’이 자리한다. 세례와 말씀, 사람과 기도, 걷는 시간과 병의 시간까지 이어지는 글들은 독자에게 무엇을 믿느냐보다 어떻게 살아가느냐를 묻는다. 담담한 문장 속에 담긴 성찰은 과장되지 않지만 깊고 단단하다.

책에는 짧은 수필과 기도문이 함께 실려 있다. 이 글들은 신앙이 삶을 미화하는 도구가 아니라, 오히려 삶을 정직하게 바라보게 하는 힘임을 드러낸다. 특히 기도문들은 신앙적 겸손과 자기 성찰의 태도를 놓치지 않으며, 인간 내면의 교만과 나태, 두려움과 아픔을 숨김없이 마주하게 한다.

<마음순례>의 특징은 ‘잘 믿는 사람의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 데 있다. 저자는 흔들림과 실패,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려는 과정을 솔직하게 기록한다. 그 결과 이 책은 독자에게 위로를 건네기보다 함께 고개를 끄덕이게 하고, 명확한 답을 제시하기보다 스스로 질문하게 만든다. 신앙의 언어가 낯선 독자에게도 이 책이 열려 있는 이유다.

책 속에서 저자는 “우린 매일 다시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새 희망을 품는다”고 말하며, 어제와 오늘, 내일이 닮아 있으면서도 전혀 다른 시간임을 성찰한다. 또 다른 기도문에서는 병과 고통조차 자신을 제자리로 돌아오게 하는 은총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담히 고백한다. 이러한 문장들은 신앙이 특별한 순간에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연약한 자리에서도 숨 쉬고 있음을 보여준다.

<마음순례>는 빠르게 읽고 지나가는 책이 아니다. 순례라는 이름처럼, 천천히 머물며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믿음이 약해졌다고 느낄 때, 혹은 너무 익숙해져 버렸다고 느낄 때, 이 책은 독자에게 다시 처음의 자리로 돌아가 마음을 가다듬게 하는 조용한 동반자가 되어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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