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는 2026년 새해를 맞아 오륜교회를 설립한 김은호 목사와 특집 대담을 가졌다. 그는 1989년 이 교회를 개척해 약 35년 동안 목회하다 2년여 전 65세의 나이로 조기 은퇴했다. 교단(예장 합동)이 정한 정년은 만 70세였지만 그보다 5년 일찍 담임 자리를 내려놓은 것이다. 대형교회 목회자로서 흔치 않은 일이었기에 주목을 받았다.
그렇게 ‘제2기’ 사역의 문을 연 김 목사는 ‘DNA 미니스트리’를 시작했다. DNA의 D는 다니엘(Daniel), N은 다음세대(Next Generation), A는 액셀러레이터(Accelerator)의 영어 알파벳 첫 글자를 딴 것이다. 다니엘과 같은 다음세대와 3040목회자들을 세우기 위한 사역이다. 한국교회 미래가 그들에게 달렸다고 믿기 때문이다.
비록 목회 일선에선 은퇴했지만 ‘열정’ 만큼은 식지 않았다는 김 목사를 만나 지나온 목회 여정을 돌아보고 교회의 오늘과 미래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아래는 그와의 일문일답.
조기 은퇴는 개척 당시부터 정했던 규칙
돌아보니 잘한 결정, 새 사역에 ‘동기부여’
-오륜교회에서 은퇴하신 지 2년여가 흘렀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목회자 멘토링과 다니엘기도회, 선교사님들과의 영성 수련회 등 여전히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은퇴 후 가장 크게 달라지신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담임으로 있었을 때는 책임감이 컸습니다. 늘 결정해야 했고, 그것에 책임을 져야 했기 때문입니다. 은퇴하니 그런 책임으로부터 좀 자유로워졌습니다. 시간적으로도 여유가 생겼어요. 담임이었을 땐 어딜 가든 월요일에는 꼭 교회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그래야 화요일부터 주일까지 교회의 공식 스케줄을 소화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반드시 그럴 필요가 없어서 마음에 여유와 넉넉함이 생겨 좋습니다(웃음).”
-교단이 정한 정년보다 5년 일찍 은퇴하셨는데, 그렇게 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상가에 교회를 개척했을 때부터 정했던 규칙 중 하나였습니다. 나중에 교회가 성장하고 나면 그런 규칙을 만들기가 힘들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개척하고 얼마 안 되었을 때 당회에서 장로의 정년을 65세로, 임기는 6년으로 정했습니다. 장로님들만 그렇게 하고 저는 그대로 두면 안 되니 정년을 같은 나이로 맞추었던 겁니다.
많은 분들이 제가 약속대로 정말 일찍 은퇴를 할지 반신반의 하셨지만, 저는 한 번도 교회가 정한 규칙을 어긴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목회자가 교회 규칙을 어기고 강단에 서서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이제 돌아보니 조기에 은퇴한 것이 너무 잘한 것 같습니다. 조금이라도 이른 나이에 ‘DNA 미니스트리’를 시작하니 그만큼 동기부여도 되고, 성도들도 기도와 후원으로 사역에 적극 동참해주시기 때문입니다. 만약 늦게 시작했다면 이런 부분이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35년 목회에서 ‘예배’와 ‘다음세대’에 중점
동역자들과 많은 시간 함께 못한 건 아쉬워
-1989년 오륜교회를 개척하시고 은퇴하실 때까지, 약 35년의 목회에서 목사님은 어떤 점에 가장 중점을 두고 사역을 하셨나요?
“첫째는 예배였습니다. 형식적이고 습관적인 예배가 아니라 강력한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는, 그런 현장감 있는 예배를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지금도 우리 교회 교인들에게 ‘등록 이유’를 물으면, 82%가 예배 때문이라고 답합니다. 이처럼 오륜교회는 예배를 통해 성장한 교회입니다.
또 하나 중점을 두었던 것이 바로 다음세대입니다. 어떻게 하면 다음세대를 세울지 늘 기도하고 고민했습니다. 그 열매 중 하나가 기독교 교육을 위한 법인인 ‘꿈이있는미래(꿈미)’입니다. 꿈미가 교과서도 발간했는데, 미션스쿨에서 사용하기도 합니다. 또 교회가 영훈학교를 인수해서 현재 약 2,300명의 학생들과 300명의 교직원들, 그리고 8명의 교목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교회 안에 고등학교 1년까지 다닐 수 있는 대안학교도 만들었습니다. 이런 많은 사역들은 결국 ‘우리 교회만 성장하는 게 아니라 한국교회에 어떤 대안을 제시할 것인가’에 대한 몸부림의 결과입니다. 현재 오륜교회가 생산한 콘텐츠를 사용하고 있는 교회가 6천여 곳에 이릅니다.”
-혹시 지난 목회에서 후회로 남는 게 있으신가요?
“아쉬운 게 참 많습니다. 무엇보다 성도들이 주어진 삶의 현장에서 하나님 나라를 위해 선교적 삶을 살도록 그들을 보다 강력히 훈련시켰어야 했는데, 그런 점에서 많이 아쉽습니다. 또 교회에서 함께 동역했던 목사님들과 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해 미안한 마음도 있습니다. ‘멘토링도 더 해주고 기도도 더 많이 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다니엘기도회, 90 교단·16,700 교회 참여
한국교회 ‘연합’과 ‘나눔 문화’ 확산 기여
-오륜교회 하면 ‘다니엘기도회’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목사님께서는 다니엘기도회가 한국교회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다고 보시나요?
“다니엘기도회가 한국교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실로 크다고 생각합니다. 기도회가 열리는 매년 11월에는 교계에서 목회자 모임이 사라질 정도라고 하니까요. 다니엘기도회가 한국교회에 끼친 가장 중요한 영향이라면 우선 ‘연합’일 것입니다. 90여 개 교단의 16,700여 개 교회가 같은 말씀을 받고, 같은 찬양과 기도를 올려드리니 자연스럽게 연합이 이뤄집니다. 어떤 조직과 시스템이 아닌, 하나님께 예배하는 순전한 마음으로 서로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나눔’입니다. 다니엘기도회에 참여하는 이들은 단지 은혜를 받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받은 은혜를 ‘사랑의 헌금’으로 흘려 보냅니다. 기도회가 열리는 21일 동안 성도들이 드린 헌금은, 우리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과 개척교회 목회자, 선교사 등을 위해 사용됩니다. 한 해 적게는 40억 원, 많게는 55억 원까지 받은 은혜를 흘려 보내고 있습니다. 한국교회에 나눔의 문화가 형성되는 데 있어 다니엘기도회가 일조했다고 생각합니다.”
다니엘기도회는 지난 2012년까지는 오륜교회만의 기도회였다. 그러나 이듬해부터 ‘온라인 생중계’를 통한 초교파 기도회로 드리기 시작했다. 이후 다니엘기도회에 대한 한국교회의 반응은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공개 첫해, 기도회에 동참한 교회의 수는 38개에 불과했지만 다음해 264개, 2015년 1,076개로 해마다 그 수가 급증했다. 지금은 김 목사의 말대로 16,700여 개 교회가 참여하고 있다.
주경훈 목사님께 ‘한 영혼 소중’ 당부하고파
교회 안에서 말씀·기도로 목회만 전념하길
-목사님에 이어 주경훈 목사님께서 오륜교회 제2대 담임이 되셨고 최근 위임식을 가지셨습니다. 주 목사님께 해주실 권면의 말씀이 있으신가요?
“주경훈 목사님께서는 오륜교회의 DNA를 잘 알고 계실 뿐만 아니라, 그 DNA를 갖고 계신 분입니다. 설교와 목회도 잘하고 계십니다. 다만 선배 목회자로서 ‘한 사람의 영혼이 중요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대형교회에는 성도들이 마치 구름떼처럼 모여듭니다. 그러다 보면 한 영혼의 소중함을 잊을 때가 있어요. 그러나 목회자는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도, 주님께서는 단 한 명의 영혼도 소중하게 여기신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그리고 제가 늘 주 목사님을 만날 때마다 강조하는 것이 있습니다. 교회 밖으로 돌지 말고 교회 안에서 말씀과 기도로 오직 목회에만 전념하라는 것입니다. 외부 사역은 나중에 나이가 들어 해도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 지금은 목회에만 집중하라고 조언합니다. 교회가 크면 주변에서 담임목사에게 여러 요청이 많이 들어옵니다. 그때마다 밖으로 다니게 되면, 자칫 정치에 휘말리게 되고 시간도 많이 빼앗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후배 목사들, 조급해 말고 자신만의 비전을
비교의식 버리고 자존감 찾아 행복한 목회
-그 밖에 한국교회 후배 목회자들에게 해주실 조언의 말씀이 있다면요?
“요즘 많은 젊은 목사님들이 조급해 하는 것 같아요. 준비하고 기도한 만큼 열매가 안 보이니 남들과 비교하면서 그런 마음을 갖게 되는 듯합니다. 그것이 지나쳐 우울증을 앓는 목회자도 있다고 해요. 그러나 목회자는 결코 자신을 누구와 비교해선 안 됩니다. 비교하는 순간 불행해지기 때문입니다. 그 대신,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비전을 분명히 가졌으면 좋겠어요. 나를 통해 이루고자 하시는 게 어떤 것인지를 분명히 인식하는 겁니다. 목회자는 그때 가장 행복한 목회를 할 수 있어요. 목회자가 행복해야 교인들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오직 복음만이 죽은 영혼을 살릴 수 있습니다. 이 사실을 믿는 목회자라면, 그 복음을 위한 하나님의 사람으로 자신을 불러주신 것에 대한 자부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 하나만으로도 목회자라는 존재는 얼마나 존귀하고 복된 사람입니까. 그러니 너무 조급해 하거나 비교하지 말고, 내게 주신 비전을 깨달아 그것에 집중하면서 행복한 목회자로 살아가길 바랍니다.”
-목사님께서 교회를 개척하시고 처음 사역하실 때와 지금의 목회 상황을 비교하면 어떤가요?
“교회와 목회자에 대한 시선과 태도가 많이 달라졌음을 느낍니다. 교인들 같은 경우, 예전엔 헌신을 하고 싶어 일부러 개척교회에 다니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분이 잘 없는 것 같아요. 시대가 너무 빨리 변하니 목사님들이 설교하기도 많이 힘들어졌습니다. 어떤 데이터나 누군가의 말을 인용하면, 성도들은 바로 그 자리에서 검색을 해봅니다. 그래서 정말 깊은 영성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그런 영성이 없으면 목회하기가 더욱 힘들어진 요즘입니다.”
거룩한 삶의 패턴으로 깊은 영성 가져야
AI, 목회에 유익하나 과의존하면 영혼 피폐
인간은 영적 존재… ‘진짜 교회’만 남을 것
-어떻게 하면 영성이 깊어질 수 있을까요?
“영성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거룩한 삶의 패턴을 만들어야 합니다. 인터넷 검색과 유튜브 등에만 빠져 있으면 우리의 마음을 그런 것들에 다 빼앗겨 버리고 맙니다. 목회자는 유익이 되는 선에서 그런 것들을 사용하되, 나머지 시간에는 거룩한 삶의 패턴대로 살아야 합니다. 저는 매일 새벽에 일어나 기도와 찬양을 하고 말씀을 묵상·암송합니다. 잠들기 전에는 그날 만난 사람들을 기억하며 축복하고 감사하는 기도를 드립니다. 하루에 적어도 10가지는 감사해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런 패턴을 정하고 지키지 않았다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것입니다. 우리는 많은 유혹 속에 살아갑니다. 이런 가운데 목회자는 깊은 영성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합니다.”
-인공지능(AI)의 발달로 인해 이것이 한국교회에는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도 관심사입니다. 목사님 생각은 어떠신가요?
“오늘날 목회자들이 새로 눈을 떠야 할 게 바로 AI입니다. 과거엔 약 50년 후에나 AI가 인간이 닿을 수 없는 영역에 도달할 거라 예상했는데, 지금은 2년 정도면 그렇게 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AI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그런 시대 말입니다. 교회와 목회자들이 이런 AI의 발달을 인식하고 그것을 목회에 잘 활용한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AI는 양날의 칼이기도 합니다. 자칫 잘못 사용하면 오히려 영혼을 피폐하게 하고, 교회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령 목회자가 설교에 있어 AI에 과하게 의존하면 겉으로는 잘된 설교일지 모르지만 영혼을 변화시키는 영적인 힘은 그 안에 없을 것입니다. 인간은 영적인 존재입니다. AI가 생성한 설교는 그런 인간을 변화시킬 수 없습니다.”
-장기적 관점에서 기독교의 미래는 어떨 것으로 보시나요?
“얼마 전 미래학자인 미국 드루대학교의 레너드 스위트(Leonard Sweet) 석좌교수가 오륜교회에서 강연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는 미래에는 대형교회와 가정교회만 남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마치 오늘날 스마트폰이 보급돼 대부분이 그것으로 TV를 보거나, 그렇지 않으면 극장의 대형 스크린을 찾는 현상과 같다는 겁니다. 이렇게 중간 크기의 TV가 사라지는 것처럼, 미래의 교회도 그렇게 될 것이라는 거죠.
어느 정도 일리가 있지만, 저는 다른 좀 측면에서 교회의 미래를 예측합니다. 오늘날 인간들은 과학의 바벨탑을 쌓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자리를 과학이 대신하고 있는 시대에 우리는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인간들은 더 이상 종교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과학이 답을 주는데 왜 신이 필요하냐는 겁니다.
그러나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인간은 단지 육적인 존재가 아닙니다. 영을 가진 인간은 과학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궁극적인 물음과 필요를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과학이 발달하면 할수록 오히려 인간의 이런 갈급함은 더 커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피묻은 십자가 복음과 성령의 충만을 강조하는 교회들은 지금도 성장하는 반면, 윤리·도덕적 차원에 머물러 세상에 잘 보이려는 교회들은 시간이 갈수록 쇠퇴할 것입니다. 미래에는 하나님께 깊이 뿌리내린 ‘진짜’ 교회만 살아남게 될 것입니다.”
새해도 ‘하나님의 사람’ 정체성으로 당당히
-끝으로 새해를 맞은 한국교회 성도들에게 전해주실 당부의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리겠습니다.
“기독교인은 이 땅에 발을 딛고 살지만 ‘하나님의 사람’으로서 사는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런 하나님의 사람들을 미워하는 이들이 우리 주변에 많아졌습니다. 그렇기에 하나님께 속한 사람들은 ‘내가 누구인가’ 하는 정체성을 더욱 분명히 가져야 합니다. 새해에도 그런 자존감을 갖고 살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굴복하지 말고, ‘내가 하나님의 대사로 보냄을 받았다’고 생각하며 당당하게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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