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무름’이 미덕으로 여겨져 온 한국 사회에서 ‘떠남’은 종종 불효나 배신, 책임 회피로 오해돼 왔다. 관계를 지키는 것이 성숙이라 여겨졌고, 떠나는 선택은 쉽게 정당화되지 못했다. 신간 <떠남의 시간>은 이러한 문화적 인식에 질문을 던지며, 성경이 말하는 ‘떠남’의 의미를 신학적·삶의 언어로 풀어낸다.
이 책은 왜 성경적 떠남이 오늘의 신앙인에게 낯설고 어려운지, 그리고 떠나지 못한 관계가 가정과 교회, 공동체 안에서 어떻게 반복적인 갈등으로 되돌아오는지를 짚는다. 저자는 한국 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유교적 가치가 성경의 떠남 개념을 어떻게 왜곡해 왔는지를 살피면서도, 단순한 문화 비판에 머물지 않는다. 자신의 삶에서 시작된 경험과 간증을 토대로, 떠남은 단절이나 상실이 아니라 하나님이 허락하신 성숙과 성장의 통로임을 강조한다.
<떠남의 시간>은 부모로부터의 독립, 결혼을 통한 새로운 관계의 시작, 자녀를 떠나보내는 과정, 자기 부인의 길, 세상과의 적절한 거리 두기, 그리고 마지막 떠남에 이르기까지 인생의 여러 국면을 하나의 주제로 관통한다. 저자는 오랜 시간 축적된 성경 묵상을 통해, 성경 속 인물과 사건, 역사적 배경 속에서 ‘떠남’이 어떻게 은혜의 방식으로 작동해 왔는지를 조명한다. 출애굽 사건과 모세의 순종, 결혼과 언약의 의미, 교회와 그리스도의 관계 등 성경의 주요 장면들이 떠남이라는 키워드로 재해석된다.
책에는 저자의 개인적 위기 경험도 담겨 있다. 목회 현장에서 갑작스러운 심장 통증으로 쓰러져 응급실로 이송되던 순간은, 삶과 사역을 다시 돌아보게 한 전환점으로 제시된다. 이 경험은 익숙함과 안락함을 내려놓고 하나님이 부르시는 자리로 나아가는 ‘선택으로서의 떠남’을 성찰하는 계기가 된다. 떠남은 두려움을 동반하지만, 동시에 새 생명과 새로운 은혜를 약속한다는 메시지가 책 전반을 이끈다.
문체 또한 이 책의 특징이다. 문학적 감수성과 예술적 이미지가 어우러진 문장은 주제를 진중하게 다루면서도 가독성을 유지한다. 일상의 장면과 신앙의 언어를 자연스럽게 엮어, ‘떠남’이 더 이상 두려움의 언어가 아니라 은혜의 언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떠남의 시간>은 인생의 전환기를 맞이한 성도들뿐 아니라, 관계 앞에서 망설이고 있는 이들, 머물러야 할지 떠나야 할지 결정하지 못한 이들, 신앙과 현실 사이에서 길을 찾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하나의 나침반이 되는 책이다. 또한 떠남을 주제로 성경 공부를 진행하려는 목회자와 리더들에게도 참고서로 활용될 수 있다. 익숙함을 벗어나는 자리 너머에 준비된 더 풍성한 은혜의 세계로 독자를 초대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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