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기독교인
파키스탄 기독교인(사진은 기사와 무관) ©기독일보 DB

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파키스탄에서 지난 17일(이하 현지시각) 실종된 21세 기독교 여성이 법원에 모습을 드러낸 후, 가족들은 깊은 충격과 불안 속에 사건의 진실을 호소하고 있다고 26일 보도했다.

해당 여성인 모니카 제니퍼는 실종 열흘여 만에 법정에서 이슬람으로 개종했고 이웃 무슬림 남성과 자발적으로 결혼했다고 진술했으나, 가족들은 이 모든 과정이 강압과 조작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라왈핀디(펀자브주)에 거주하는 그녀의 오빠 라자 아리프는 ”동생이 강제로 납치됐고, 오랫동안 협박과 조종을 받아 어쩔 수 없이 집을 떠난 것“이라며 “제니퍼는 믿음이 깊은 기독교인이었다. 스스로 가정을 버리고 종교를 바꿀 이유가 전혀 없는 아이였다”고 말했다.

아리프에 따르면, 무슬림 이웃 왈리드 아흐마드가 그녀를 납치한 뒤 압박과 협박을 지속해 결국 개종·결혼을 강요했다고 한다. 제니퍼가 17일 일터에서 돌아오지 않자 즉시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지만, 담당 경찰관은 다음 날 다시 오라고 했고, 공식 실종 접수(FIR)는 인권단체들이 개입한 이후인 지난 23일에서야 이루어졌다. 그 사이 가해자는 제니퍼의 개종과 결혼 절차를 서둘러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가족은 밝혔다.

파키스탄 내 소수종교 인권활동가들은 이러한 비정상적인 신고 지연이 파키스탄 사회 전반의 구조적 차별을 반영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아리프는 동생이 법정에서 "자발적 개종"이라고 말한 것도 철저한 외압 때문이라며, “그 아이는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여전히 위협을 받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아흐마드 측 가족들은 오히려 제니퍼 가족에게 신성모독 고발을 하겠다고 협박하며, 결혼을 문제 삼지 말라고 압박하고 있다. 고령의 부모는 공포에 떨고 있지만, 가족은 끝까지 제니퍼를 되찾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가족은 지역 인권단체들과 함께 파키스탄 대법원이 구성한 소수자 보호위원회 ‘원맨 커미션’에 진정서를 제출해 사건의 실질 수사를 요구했다. 아리프는 제니퍼의 결혼 증서 자체가 조작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신랑의 신분증 번호가 누락돼 있고, 결혼 등록관의 서명이 진짜인지도 조사하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인권 단체들은 제니퍼 사건이 파키스탄 내 기독교·힌두 소녀들이 겪는 전형적 강제 결혼·강제 개종 패턴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지적한다. 종종 가난한 가정의 10대 소녀들이 갑자기 사라진 뒤, 며칠 후 스스로 개종·결혼을 선택했다고 말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진술이 대부분 협박, 폭력, 세뇌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했다.

강제개종 생존자들을 지원하는 캐서린 삽나는 “소수종교 소녀가 한 번 ‘무슬림이 되었다’고 선언되면, 다시 기독교로 돌아가는 것은 곧 배교자로 낙인찍히는 일”이라며, “배교는 파키스탄에서 매우 위험한 꼬리표이기 때문에 많은 소녀들이 평생 벗어날 수 없는 강제 결혼 속에 갇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기독교인 변호사 라자르 알라 라카는 “납치범이 주변에서 감시하거나 심리적 통제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녀가 자유롭게 발언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많은 피해자들이 배교 혐의가 두려워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다”고 했다.

라호르의 사회정의센터(CSJ)가 발표한 ‘2021년 1월~2024년 12월 인권 관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4년간 강제 개종·결혼 사건은 최소 421건으로 확인됐다. 피해자 중 282명이 힌두 소녀, 137명이 기독교 소녀, 2명은 시크교 소녀였으며, 71%가 미성년자였다. 이 중 22%는 14세 미만, 49%는 14~18세였다. 성인은 13%에 불과했으며, 나이를 확인하지 못한 사례도 16%에 달했다. 사건은 신드주에서 69%, 펀자브주에서 30% 발생했다.

아리프는 "우리의 소원은 단 하나다. 아이가 위협 없는 안전한 장소에서 마음껏 말할 수 있도록 만나는 것"이라며 “제니퍼는 가족이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고 있다. 두려움 없이 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파키스탄은 전체 인구의 96% 이상이 무슬림이며, 국제 기독교 박해 감시단체 ‘오픈도어스’가 발표한 ‘2025 세계 감시 목록’에서 기독교인 박해가 심각한 국가 8위로 선정됐다.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 #기독일보 #기독일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