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8일 기자회견을 열고 무소속 예비후보 한덕수와의 후보 단일화 방식을 두고 당 지도부와 공개적으로 충돌했다. 김 후보는 일주일간의 선거운동 후 여론조사를 통해 단일화를 추진하자고 제안하며, 지도부의 ‘강제 단일화’ 시도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지도부와 한 후보 측은 단호히 반발하며, 후보 등록 마감일 전까지 단일화는 반드시 마무리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문수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캠프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강제 후보 단일화라는 미명 하에 정당한 대통령 후보를 끌어내리려는 작업에서 당 지도부는 즉각 손을 떼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그는 지금과 같은 방식의 단일화 추진은 “강제적 후보 교체이며, 이는 김문수를 끌어내리려는 시도”라며 “이 사안은 법적 분쟁으로 비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후보는 이에 따라 국민의힘 당헌 제74조를 근거로 당무우선권을 발동한다고 선언했다. 해당 조항은 대통령 후보가 선출된 이후 선거일까지 당무 전반에 관한 권한을 우선적으로 갖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김 후보는 이를 근거로 당 지도부의 단일화 주도를 거부하고, “이재명의 민주당과의 본선 경쟁에 집중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전날 지도부가 제안한 한 후보와의 양자 TV 토론회에 대해서도 “후보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정한 토론회에는 응하지 않겠다”며 불참 방침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시너지와 검증을 위해 일주일 동안 후보들이 각자 선거운동을 하고, 다음 주 수요일에 방송토론, 목요일과 금요일에는 여론조사를 실시해 단일화를 진행하자”고 새로운 일정을 제안했다.
김 후보는 이어 “앞으로도 한 후보와의 단일화 합의를 위해 진지한 노력을 지속하겠다”며 “미래세대를 위해서라도 이번 대선을 반드시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무소속 후보를 위해 저를 끌어내리려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반문하며, 한 후보와 당 지도부 모두를 동시에 비판했다. 특히 한 후보에 대해서는 “경선이 진행 중일 때 대행직을 사임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한 것이 단일화를 염두에 둔 계획이 아니었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당 지도부는 즉각적인 반응을 내놓았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이틀 안에 반드시 단일화를 성사시켜야 한다”며 “오늘부터 당 주도의 단일화 과정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그는 오후 TV 토론을 제안하고, 토론 성사 여부와 관계없이 예정된 여론조사는 그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결정에 대한 책임은 비대위원장인 내가 지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권 위원장은 김 후보가 기자회견에서 “한 후보를 누가 끌어냈느냐”고 발언한 데 대해, “나는 오히려 김 후보 본인이 그랬다고 본다”며 단일화 추진의 초기 제안자가 김 후보였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이어 그는 “국민의힘은 과거 대통령과 그 주변의 잘못된 결정으로 고통을 겪었다”며 “대통령 후보의 잘못된 결정은 반드시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 또한 김 후보에 대한 비판에 가세했다. 그는 “김 후보의 오늘 회견은 알량한 대통령 후보 자리를 지키기 위한 행동으로 보였다”며, “민주화 운동가이자 중견 정치인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는 한심한 장면이었다”고 평가절하했다. 또, 김 후보가 단일화를 가장 먼저 주장했던 당사자라는 점을 들어 “이제 와서 지도부를 탓하는 건 자기모순”이라고 지적했다.
한덕수 후보 측 역시 김 후보의 단일화 일정 제안을 즉각 비판하고 나섰다. 이정현 캠프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김 후보가 말하는 방식은 단일화를 하지 말자는 이야기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그는 “당원 86%가 후보 등록 전에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그런데 왜 이번 주는 안 되고 다음 주는 되느냐”고 반문했다.
앞서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날 단일화 논의가 사실상 결렬되자, 자체 ‘단일화 로드맵’을 제시한 바 있다. 이날 오후 6시에 양자 토론회를 열고, 오후 7시부터 다음 날 오후 4시까지 당원 투표(50%)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50%)를 병행해 단일 후보를 정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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