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세계복음주의연맹(WEA) 서울총회 준비를 위한 서울 사무국이 사랑의교회 내에 문을 열면서 WEA 서울총회 개최에 반대하는 진영의 대응도 한층 공고해지고 있다. WEA 서울총회 사무국 개소 감사예배에 깊은 우려를 표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던 ’2025 WEA 서울총회개최반대연합회(반대연합)가 이번엔 기자간담회를 열어 현 WEA 지도부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하고 나섰다.

반대연합은 지난 28일 오후 예장 합동 총회회관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왜 한국교회 복음주의 진영이 WEA 서울총회를 반대하는지, WEA 서울 총회가 열려선 안 되는 구체적인 이유와 근거를 조목조목 제시했다.

첫 번째 지적한 게 WEA 지도부의 종교다원주의 또는 종교혼합주의 성향이다. 김호욱 광신대 조직신학 교수는 WEA 핵심 지도자들이 지난 2021년 나흐드랏울 울라마(NU, Nahdlatul Ulama)와 공식 회담을 가진 사실을 구체적인 근거로 들었다. “당시 WEA 부총무 사무엘 창이 (나흐드랏울 울라마와의 공식 회담 자리에서) 무슬림과의 협력을 강조하면서,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는 세계에서 신앙적 포용성과 협력이 중요하다는 발언을 했다”는 것과 또 “지난해 2월 29일 아부다비를 방문해 무슬림장로협의회 사무총장인 모하메드 압델살람 판사와 회동해 종교 간 협력과 공유 가치 증진을 약속한 인물”이라고 했다.

김 교수가 WEA 지도부, 특히 WEA 부총무 사무엘 창의 이슬람 관련 행적을 주시한 이유는 그가 ‘2025 WEA 서울총회’ 준비를 실질적으로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총회 조직위가 지난 11일 사랑의교회 국제제자훈련원 연성홀 2층에 문을 연 사무국이 사무엘 창이 서울에서 총회 준비에 전념하도록 만들어준 공간이란 점에서 그의 활동 범위와 위치를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반대연합 측이 밝힌대로 세계적인 무슬림단체인 나흐드랏울 울라마, 무슬림장로협의회 등과 긴밀히 교류하며 종교 간의 대화와 이해를 촉진하는 등 종교다원주의 성향을 그대로 드러낸 사람이다. 세계복음주의 교회를 대표하는 WEA의 부총무 신분을 가지고 WEA의 신학 정체성과 완전히 상반된 행보를 해온 자에게 서울총회 조직위가 총회 준비를 지휘하라는 임무를 부여했다는 건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거나 다름없다.

종교 간의 대화에 열을 올리는 현 WEA의 지도부의 이중적 행태는 한마디로 기본적인 복음 노선에서 이탈한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개혁신학을 추구하는 교회만이 아니라 일부 복음주의 진영에서도 용납하기 어렵다는 게 반대연합 측 논거의 핵심이다. 그건 즉 무슬림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을 뭘 믿고 총회 준비를 맡기고 사무실 공간을 내주느냐는 거로도 해석된다.

두 번째 지적이 WEA 핵심 지도층 인사의 이단 관련 의혹이다. 이날 반대연합 측은 현 WEA 국제위원회(IC) 의장이자 공석인 WEA 사무총장직을 겸직하고 있는 굿윌 샤나에 대해 비판 의견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오래전부터 그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닌 ‘신사도운동’ 의혹이 사실로 보이는 몇 가지 증거들을 제시했다.

서창원 전 총신대신대원 역사신학 교수는 굿윌 샤나에 대해 일각에서 WEA의 ‘새 교황’으로 호칭하고 그의 부인은 스스로를 ‘사도’로 칭한 사실을 예로 들었다. 서 박사는 이에 대해 “이는 흔히 말하는 여성사역자나 주교의 범주를 넘어 스스로 글로벌 사도로 자처하는 독특한 지위를 내세운 것”이라고 했다. 이런 사실에 비추어 볼 때 그의 ‘신사도운동’ 의혹은 단순 의혹 차원이 아니라 ‘신사도운동’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있다는 명백한 증거라는 것이다.

WEA 지도부 핵심 인사들의 이런 일탈은 한국교회 복음주의권에서 오래 전부터 주시해 왔다. 한기총도 지난해 11월 발표한 성명에서 ‘WEA 최고위 지도자들의 신학적 문제와 종교혼합주의, 종교다원주의, 이에 더해 가정 파괴와 학대, 신사도운동 의혹을 우선적으로 해소해야 한다’며 사냐의 ‘신사도운동’과 사무엘 창의 종교다원주의 문제를 직접 거론한 바 있다.

문제는 이런 지적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는 서울총회 조직위의 태도다. 조금도 복음적이지 않은 WEA 지도부 핵심 인사들을 한국의 초대형교회들이 오는 5월에 ‘2025 세계복음주의연맹과 함께 하는 대한민국 국가 안정과 국민 대통합을 위한 기도회’라는 이름으로 강단에 세운다고 하는데 정말 아무 것도 몰라서 그러는 건지 알면서 모른 체하는 건지 그 속내가 궁금하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반대연합 측은 이들이 왜 한국에서 WEA 총회를 개최하려는가 묻는 기자의 질문에 “재정적인 이유가 가장 크다”라고 했다. 돈도 없고, 개최할 만한 역량도 없으면서 한국교회가 돈이 있다 보니 한국교회, 특히 초대형교회를 이용하려는 것뿐이라는 거다.

그런데 단순히 WEA 본부의 재정 조달 문제 때문이라면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의 궁극적인 목적이 돈이라면 그대로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현재 WEA 정회원인 한교연과 과거 회원이었던 한기총을 패싱하고 한국의 초대형교회들과 은밀히 접촉해 이 일을 성사시켰다는 것부터가 문제다.

절차에 문제가 있다면 이제라도 바로 잡으면 될 것이다. 하지만 WEA 핵심 지도층 인사의 이단 관련성과 종교다원주의 성향은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문제다. 이런 근본 문제 때문에 한국교회 복음주의 진영에선 문제 인사들을 정리한 후 총회를 유치해야 한다는 권고와 지적을 수차례 해왔던 거다.

WEA는 추구하는 복음적 기본 노선의 문제가 아니라 WEA를 완전히 망가뜨리고 있는 핵심 지도부 인사의 신학적 일탈의 문제라는 게 일치된 견해다. 이런 문제에 대해 일절 귀를 닫고 무조건 총회를 강행하려는 이들이 WEA 서울 총회 개최를 통해 얻으려는 게 무엇이든 한국교회엔 또다시 분열과 갈등의 불씨를 지피는 불행한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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