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일방적으로 지지하던 대학가의 분위기가 두드러지게 바뀌고 있다. 서울대와 연세대 등 대학에서 일부 재학생들을 중심으로 탄핵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속속 터져 나오며 여타 대학으로 옮아가는 양상이다.
지난 17일 서울대에서 탄핵 반대 집회가 열렸다. 참석자들은 “비상계엄은 대통령의 헌법적 고유 권한”이라고 주장하며 부정선거 수사를 촉구했다. 또 자신들이 탄핵 반대 집회를 연 이유에 대해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함”이라고 했다.
이에 앞서 지난 10일엔 연세대 학생들이 교내 학생회관 앞에서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시국 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그간 대학가를 주도한 윤 대통령의 탄핵 찬성하는 목소리가 전체 학생들의 일치된 의견이 아니라며 왜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지를 조목조목 밝혔다.
고려대는 21일 오후 4시부터 교내 민주광장에서 ‘고려대학교 탄핵 반대 시국 선언’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역적으로 진보 성향이 강한 광주 조선대에서도 오는 28일에 탄핵에 반대하는 ‘시국선언’이 예정돼 있다. 이처럼 대학가의 탄핵 반대 집회 및 시위가 한 두 대학에 그치지 않고 어느새 꼬리에 꼬리를 물며 더 확산하는 분위기다.
대학가에서 터져 나오기 시작한 탄핵 반대 목소리는 ‘세이브 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 등 전국적인 반탄 집회에 젊은이들이 모여들고 있는 것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누가 등 떠밀어서가 아니라 ‘자유민주주의’를 우리가 지키자는 이심전심이 통한 결과일 것이다.
이처럼 대학가의 탄핵 반대 열기가 갈수록 고조되는 분위기와는 달리 신학대들은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 다만 지난 13일 ‘감리교신학대학교엔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행렬 동참을 촉구하고, 감신대의 좌경화를 비판하는 두 건의 대자보가 게시된 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의미가 있다.
‘감신대 정상화를 위한 복음주의학생연합‘이 게시한 대자보의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대통령의 법적 통치 수단인 비상계엄 선포가 탄핵의 이유가 될 수 없으므로 헌재가 조속히 기각해야 한다는 것과 다른 하나는 감신대 교수들이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한 것에 대해 비판하는 내용이다.
학생연합이 교수 21명이 비상계엄 직후인 지난해 12월 6일 발표한 ’시국 선언‘을 지적한 건 발표 시점이 국회에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를 의결하기 전이고, 왜 계엄을 선포했는지 모두가 어리둥절할 때 누구보다 발 빠르게 무조건적으로 비판의 날을 세웠다는 데 있다. 민주당의 입법 폭거, 고위공직자 29명 줄 탄핵, 비상식적인 예산안 삭감과 일방 통과 등 사태가 벌어지게 된 근본 원인을 외면한 채 정치적 좌 편향에 기울어져 일방적으로 야당의 탄핵소추에 힘을 실어줬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연세대와 서울대 등에서 잇따라 나온 ’시국 선언‘과 교내 탄핵 반대 집회는 12.3 비상계엄이 야당의 거듭된 국정 발목잡기와 탄핵 남발, 부정선거 의혹 등에서 비롯된 것이란 자각이 젊은 세대에 두루 퍼진 결과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감신대 학생들이 탄핵정국에서 신학교 교수들의 정치적 좌 편향을 대자보를 통해 문제 삼은 건 일반 대학가에 번지는 탄핵 반대 열기와는 조금 다른 성격을 지닌다.
이들은 신학 수업 중에 일부 교수들이 대통령을 비방하면서도 동성애 문제 등 신학적으로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할 사안에 대해선 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또 ‘세이브 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 등 교계 인사들이 주도하는 시국 관련 대중집회에 거리를 두고 있는 한국교회 주요 교단과 특히 대형교회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140년 전 미국 감리교 선교사 아펜젤러 목사의 복음 선교로 시작된 한국 감리교는 교단 신학교인 감신대를 통해 나라와 교회에 헌신하는 숱한 지도자를 배출했다. 또 복음에 대한 열정으로 한국의 복음화와 민주화, 근대화를 견인했다.
하지만 과거 ’종교 다원주의‘ 논란으로 출교된 고 변선환 학장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일부 교수진에 의해 점점 복음주의에서 이탈해 자유주의 신학에 기울어졌다는 비판을 듣게 된 것 또한 사실이다. 최근 동성애자를 축복해 교단에서 출교된 이동환 목사 사건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대학가에서 벌어지는 시위는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지난날 대학가에의 시국 관련 집회와 시위는 거의 정치적 이념성향이 강한 학생회 지도부가 주도하다시피 했다. 이런 학생 운동권 세력이 제도권 안에 그대로 유입돼 현실 정치에서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거수기 역할을 하는 게 현실이다.
최근 바뀌기 시작한 대학가 시위 흐름이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게 되지 않을까 기대를 하게 만든다.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반핵 집회에 2030 젊은 세대의 자발적 참여가 증가하는 현상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런 젊은 세대의 변화 흐름에 야당과 진보진영이 ‘극우’ ‘내란 선동’에 이어 “2030을 말라 비틀어지게 만들어야 한다”는 등의 집단 린치를 가한 게 결과적으로 끓는 가마에 물을 부은 꼴이 된 게 아니겠나.
청년세대들이 기존의 짜여진 틀과는 다른 행동과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건 관심이 사회 경제적인 문제에서 정치 이슈로 옮겨졌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새로운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는 게 보다 정확한 진단일 것이다. 그렇다면 낡은 정치로 대학가에 이념 편향의 불을 붙이고 이를 이용하던 시대는 막을 내리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는 곧 386 운동권 정치의 종말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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