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대구 동대구역 박정희광장에서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가 열렸다. 한파가 계속되는 주말 낮에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열린 기도회에 주최 측 추산 15만여 명(경찰 추산 5만2천여 명)이 모였다는 건 탄핵정국의 민심이 어느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이날 기도회 참석자들은 무너져가는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달라고 하나님께 뜨겁게 기도했다. 그리고 전한길 강사 등 연사들의 강연 때마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자유민주주의 수호”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날 기도회에서 특히 주목되는 건 기존의 보수 성향의 집회와 달리 젊은 층과 여성들의 참여율이 눈에 띄게 높아진 점이다. 이는 윤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 이후 공수처의 불법적인 체포와 구속, 정치 편향성을 드러낸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리 과정을 지켜본 2030 세대가 무너진 공정과 정의를 지키기 위해 제 발로 거리에 뛰어나온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12.3 비상계엄 때 만해도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20%를 밑돌았다. 온 국민이 군사독재하에서 통치수단으로 사용되던 비상계엄이 21세기에 다시 등장한 것에 경악하며,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에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직무가 정지된 직후 한남동 관저에서 발표한 대국민 담화 이후 이런 기류가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윤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계속된 야당의 국정 발목잡기로 사실상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식물 대통령’이었다는 점과 세간에 널리 확산된 ‘부정선거’ 의혹을 파헤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진솔하게 밝힌 게 2030 세대의 잠자는 의식을 흔들어 깨운 것으로 볼 수 있다.
2030 세대의 각성은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의 수차례에 걸친 체포 시도와 서울서부지법의 구속영장 발부 과정에서 폭발했다. 짜 맞춘 듯 진행되는 공권력의 불법적 동원에 분노한 젊은이들이 나라의 공정과 정의를 지키기 위해 직접 거리에 뛰어든 것이다.
동대구역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에도 이런 청년들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들어 대구 지역 교회 성도들과 함께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대구 비상기도회는 특히 지난 1일 부산역 광장에서 열렸던 집회 참석자보다 네 배 이상 많은 인원이 참석한 것으로 나타나 대통령 탄핵반대 열기가 갈수록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경찰이 추산한 지난 부산 집회 참가자는 1만 3,000명이었다. 하지만 일주일 뒤 동대구역 비상기도회에 경찰 추산 5만여 명이 참석했다는 건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적 특성으로 설명하기에 부족하다. 대구경찰청 관계자가 “대구에서 이 정도 규모의 단일 집회는 처음”이라고 하고, 동대구역 관계자들도 “이 정도로 많은 사람이 역사에 몰린 것은 처음 본다”라고 했을 정도다.
전국적인 탄핵반대 열기를 확인한 비상기도회는 매주 서울·부산·인천·대구·대전·세종·춘천·김천·구미·울산·전주·포항에서 집회를 여는 가운데 이번 주말인 15일엔 광주에서 비상기도회를 연다. 또 3·1절을 앞두고 서울 광화문 집회 주최 측과 연합해 대규모 집회를 개최하는 방안을 조율하고 있어 앞으로 탄핵반대 전국민적 열기가 더욱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탄핵정국 속에서 무엇보다 빠르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할 방송 미디어가 여전히 편향적 보도 태도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어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8일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개최된 대통령 탄핵 찬반집회를 놓고 어느 한쪽을 극단적인 용어로 지칭해 깎아내리거나 아예 외면하는 등의 노골적인 편파성을 드러냈다.
국민의힘 미디어특위가 지난 9일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동대구역 집회에 대해 MBC ‘뉴스데스크’가 ‘극우 집회’로 매도하는가 하면 SBS는 아예 보도조차 하지 않았다. 또 JTBC ‘뉴스룸’은 동대구역 집회 참석자를 ‘윤 대통령 극렬지지자’로, 탄핵찬성 집회 참석자는 ’시민‘으로 지칭하는 등 보도의 편파성을 그대로 노출했다.
미디어특위는 KBS와 TV조선의 경우 그나마 탄핵 찬성집회와 반대 집회를 비교적 균형감 있게 보도하는 성의를 보인 것으로 평가했다. 다만 KBS의 경우 반대 집회의 인파가 찬성집회 인파에 30배가 넘는 등 누가 봐도 비교가 안 되는 수준인데 마치 비슷한 것처럼 오인하게 만든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최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반대 의견이 51%를 기록한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그런데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국민을 향해 방송이 ‘극우’ 또는 ‘극열분자’로 지칭한 건 국민에 대한 모독이다. 국민의 절반이 ‘극우’라는 말인데 그런 논리라면 나머지 국민은 ‘극좌’라는 말이 아닌가.
수십만 명이 모인 탄핵반대 집회를 사회 공기(公器)를 자처하는 방송 미디어가 아예 외면하거나 ’극우‘ 로 매도했다는 자체만으로도 이들이 공정 보도라는 기본 수칙을 헌신짝처럼 내던지고 정치적 편향을 선택했음을 말해준다. 방송 미디어의 이런 고질적인 편향성이 방송 미디어에 대한 불신을 증대시키게 될 것이다. 이런 방송매체와 대조적으로 진실을 알리는 유튜브와 SNS가 각광 받으며 그 자리를 대체한 것이다.
서슬 퍼런 군사독재 시절 지독한 압제와 통제가 가해졌지만, 민주화를 향한 국민적 멸망을 막을 순 없었다. 그때도 다수의 언론이 권력에 기생했다. ’자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일어난 젊은이들의 순수한 저항정신을 ‘극우’로 매도한 ‘레거시 미디어’(legacy media)의 눈은 ‘보수’를 하등으로, ‘진보’를 일류로 여기는 천박한 계급 의식이 도사리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진실은 눈과 입을 가린다고 가려지고 묻히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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