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보 목사
김희보 목사

“조금 있으면 너희가 나를 보지 못하겠고 또 조금있으면 나를 보리라”(요한복음 16:16)

본절에서 '다시 본다'라는 표현은 예수의 부활과 성령의 오심 두 가지 모두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리고 이 두가지 사건은 앞으로 그리스도의 증인이 될 제자들이 눈으로 목도하고 체험해야 될 가장 중요한 것이므로 제자들이 다시 보게 되는 내용에서 어느 하나도 제외될 수 없다.

예수의 제자 가룟 유다가 은 삼십에 스승을 팔아 넘긴 일은 수수께끼가 아닐 수 없다. 유다의 심리를 파고든 작품이 John Peale Bishop(1891-1944)의 <그리스도가 운명한 날>(1931)이다.

이 작품은 예수가 처형되기 전의 22시간을 1시간 단위로 하여, 다큐멘터리 수법으로 묘사함으로써, 마치 그 사건을 직접 목격하는 것 같은 효과를 주고 있다.

“유다의 경우처럼 믿음이 없는 사람은, 자기의 감정 생활을 풍부하게 하고, 자기자신을 지탱하기 위하여는 무엇인가 필요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입장의 사람은 대부분 자기 자신이 실제적인 사람이라고 긍지(矜持)를 가지게 마련이다.”

“유다는 실질적인 사람이었다. 열두 사도 가운데 한 명이며, 여유 있는 생활을 계속해 나갈 수 있는 한, 예수를 메시아로 인정하는 데 찬성하였다. 이 열렬한 대기업(大企業)의 회계를 담당한 유다의 생활은 좋은 경기(景氣)를 누리고 있었다.”

유다 자신은 대제사장에게 예수를 팔아 넘기면서도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힐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였다고 작자는 설명한다.

예수를 끌고 골고다를 향해 가는 패거리를 보면서, 유다는 비로소 슬픔과 두려움을 느꼈고, 그는 파도처럼 밀려오는 뉘우침으로 자기 자신을 향하여 외치는 것이다.

“이렇게 되리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였다. 예수가 처벌을 받는다고 할지라도 갈릴리라든가 좀더 먼 곳에 추방될 것으로 알았다. 정말 이렇게 되리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였다.”

빌라도가 예수에게 십자가형을 선고하였다는 사실을 확인한 유다는 무척 당황하였다. 예수를 판 값으로 받은 은 삼십을 돌려주면서, 무슨 대책을 세워야 하겠다고 유다는 생각하였다.

“죄 없는 사람을 배신한 것은 제 잘못이었소” 하며, 유다는 대제사장들에게 은 삼십을 돌려주지만, 그들은 유다를 상대하려고 하지 않았다. 유다는 눈물로 호소하였지만 모든 일은 끝난 뒤였다. “우리의 알바가 아니다” 하고 대제사장들은 싸늘하게 말하였다.

대제사장들이 있는 성전에서 밖으로 뛰어나간 유다는 캄캄한 밤의 어둠 속을 정처 없이 달렸다. 그가 도착한 곳은 예루살렘 성 밖의 힌놈 골짜기였다. 거기서 유다는 가지가 무성한 무화과나무 한 그루를 발견하였다.

작품의 끝은 다음과 같다. “……그는 계속하여 울었다. 이윽고 손은 축 늘어졌고, 몸뚱이는 커다란 반원(半圓)의 선을 그리며 흔들렸다. 딱 하는 커다란 소리가 나며 나뭇가지가 꺾어졌다. 가지는 나무 몸통에서 떨어졌고, 유다는 돈주머니와 함께 괴뢰(傀儡)의 人形(인형)처럼 멸망의 힌놈 골짜기에 떨어졌다.”

”조금 있으면” 열흘 후에 오순절 날 성령으로 오셔서 제자들이 예수님을 볼 수 있다. 그들은 예수님과 영원히 함께 할 수 있다. 주 예수가 십자가에 죽으시는 것은 잠간이다. 그러나 부활의 영광은 영원하다. 제자들은 이 세상에서 슬픔이 있고 근심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잠간 동안이라는 것. 제자들은 조금 후에 성령을 통하여 영원한 기쁨을 누릴 수 있다.

김희보 목사는

예장 통합총회 용천노회 은퇴 목사로, 중앙대 국문과와 장신대 신학대학원(M.div.)을 졸업하고, 샌프란시스코 신학교에서 목회학박사(D.Min.)와 명예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월간 「기독교사상」 편집주간, 한국기독공보 편집국장, 서울장신대 명예학장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문학과 기독교(현대사상사)」, 「그림으로 보는 세계사(3권)」, 「지(知)의 세계사(리좀사)」, 「세계사 다이제스트10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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