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 ©뉴시스

중국 당국에 의해 임명된 한 가톨릭 주교가 바티칸이 주최한 행사의 기조 연설자로 참석했다고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가 보도했다.

바티칸은 1924년 중국 가톨릭 교회의 첫 번째 공식 공의회인 콘칠리움 시넨스(Concilium Sinense) 창립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상하이에서 국제 모임을 개최했다.

‘콘칠리움 시넨스 이후 100년: 역사와 현재 사이’라는 제목의 이 행사는 교황청립 도시 대학이 교황청 기관지 ‘피데스’(Agenzia Fides)와 중국 사목 위원회가 함께 주최했다.

지난해 중국 공산당이 통제하는 중국 주교 협의회에 의해 임명된 상하이의 조셉 션 빈(Joseph Shen Bin) 주교가 연설자 중 한 명이었다.

바티칸 뉴스에 따르면, 션 빈 주교는 “역사적으로 교회와 중국 정부 사이의 문제는 부분적으로 일부 선교사들의 유럽 문화적 우월감에 기인했다”면서 “중국 정부가 중국식 현대화를 통해 전면적으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추구하는 가운데 교회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야 하며 오늘날의 중국 사회와 문화 상황에 부합하는 중국화의 길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션 빈 주교는 중국 가톨릭 성직자와 평신도들에게 “자국과 교회를 사랑하고 교회 발전과 인민의 복지를 긴밀히 연결하자”고 권유했다.

CP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의 종교 문제를 관리하기 위해 ‘중국화’ 계획을 추진해 왔으며, 종교 단체가 중국과 사회주의적 특징 가치를 장려하도록 했다.

2019년, 중국에서 국가 승인을 받은 개신교 교회를 이끄는 중국 정부 관리는 기독교에서 서구의 ‘흔적’을 제거하겠다고 다짐했다. 기독교 교회를 ‘중국화’하기 위한 5개년 계획에는 불교 경전과 유교 가르침을 사용하여 신약성서를 다시 쓰는 것이 포함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번 모임에서 영상을 통해 “1924년 공의회가대국인 중국에서 가톨릭 교회의 여정에 있어서 참으로 중요한 단계였다”고 말했다.

그는 “상하이 콘칠리움 시넨스에 모인 교부들은 진정한 공동합의체 경험을 했으며 함께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라며 “성령께서는 그들을 하나로 모으셨고, 그들 가운데 화합을 이루셨으며, 많은 사람들이 상상하지 못했던 길로 그들을 인도하셨고, 심지어 난관과 저항도 극복하셨다”라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톨릭 교회의 역사를 통한 여정은 인내와 시련의 시기를 통해서도 예상치 못한 길을 걸어왔다”며 “하느님 백성의 신앙은 상하이 공의회 전후를 통틀어 이 기간 내내 현재까지 길을 보여주는 나침반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가톨릭 신자들은 로마 주교와 일치를 이루어 현재를 걷고 있다”라며 “그들은 살아가는 환경 속에서 자비와 사랑의 활동을 통해 신앙을 증언하고, 증언을 통해 사회적 공존의 조화와 공동의 집 건설에 실질적으로 이바지한다”라고 말했다.

2018년 바티칸과 중국 공산당은 주교직 후보자를 제출하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최종 결정권을 갖는 협약을 맺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미국에 본부를 둔 NGO인 국제기독연대(ICC)를 포함한 일부 성직자와 종교자유 옹호단체는 이 협약을 비판했다.

ICC는 성명을 통해 “교황청이 권위주의 국가에서 활동을 정상화하려는 시도에도 불구하고 지난 몇 년간 지하 중국 가톨릭 신자들의 종교 자유는 개선되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이어 “사라진 많은 성직자들이 돌아오지 못한 반면, 바티칸에 충성하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위협에 직면하고 때로는 공식 교회에 합류하기 위해 복종했다는 이유로 ‘재교육’을 받기도 한다”고 밝혔다.

바티칸은 2022년 10월 중국과의 협약을 갱신했다. 협약에는 정부가 주교직 후보자를 바티칸에 제출해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지만, 중국은 2023년 4월 션빈을 임명하면서 이 협약을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고 CP는 전했다.

당시 교황청 공보실의 마테오 브루니 국장은 “교황청은 중국 당국의 주교 이적 결정을 며칠 전 통보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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