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퀴어퍼레이드가 다음 달 1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다. 그런데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퀴어조직위)가 올해 축제를 열겠다고 한 장소가 서울 중구 을지로입구역 주변 남대문로와 종로구 종각역 인근 우정국로 일대다. 서울시로부터 서울광장 이용 불가 통보를 받는 바람에 대체 장소로 정했다는 설명인데 이 일대가 서울의 대표적인 교통 혼잡 지역인 데다 주말 나들이 인파와 관광객들이 많이 몰리는 곳이라 걱정이 앞선다.

퀴어조직위는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소재 향린교회에서 가진 기자회견 자리에서 서울 퀴어축제가 이달 27일부터 6월 18일까지 23일간 이어지고, 퀴어 퍼레이드는 6월 1일 서울 남대문로 및 종로 2가 우정국로 일대에서 개최될 예정이라고 했다. 구체적인 경로는 경찰과 협의 중이라고 밝힌 것으로 보아 확정된 내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서울광장 사용이 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불허됐다면서 “6월이 성소수자 자긍심의 달이라는 점을 고려해 6월 첫날로 행사 날짜를 결정했는데, 서울시가 서울광장 사용 신청을 허락하지 않았다. 서울광장뿐 아니라 시민청,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 서울역사박물관까지 4개 부서가 조직위의 행사가 사회적 갈등을 초래한다거나, 첨예한 갈등을 유발한다거나, 운영과 관람을 방해하는 행사라는 이유로 대관을 거절했다”며 화살의 방향을 서울시로 돌렸다.

그런데 퀴어조직위 측이 말한 서울시의 서울광장 사용 불허는 정확히 말하면 서울시가 아닌 서울광장 사용 여부를 심의하는 열린광장운영시민위(시민위)가 내린 결정이다. 시민위는 ‘서울광장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에 따라 사용일이 중복된 경우에는 신고순위에 따라 수리하되, 공익을 목적으로 국가 또는 지자체가 주관하거나 어린이 및 청소년 관련 행사를 우선 수리하도록 한 규정을 따랐을 뿐이다. 올해는 같은 날짜에 서울도서관의 ‘책읽는 서울광장’ 행사가 잡혀 있어 다른 행사를 중복해 허락할 수 없었던 것인데 마치 무슨 의혹이 있는 것처럼 말하는 건 썩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인권 강연회 등 퀴어 관련 행사의 장소 대관이 잇따라 불허된 것도 마찬가지다. 주최 측은 이를 “성소수자 차별”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고 했으나 사회적 갈등이 유발되는 행사를 굳이 시민 다수가 이용하는 서울역사박물관 등 서울 중심가에서 열겠다고 신청한 것부터가 잘못된 게 아닌지 따져 볼 일이다.

올해 퀴어 행사가 다시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열리는 게 기정사실화된 만큼 이에 대응하기 위한 교계의 움직임도 바빠지게 됐다. 우리 사회에 동성애 확산을 막는다는 의미로 ‘거룩한 방파제’로 명명한 통합국민대회 준비위 측은 퀴어퍼레이드가 예정된 6월 1일 서울시의회 앞에서 20만 이상의 성도들과 국민이 참여하는 동성애 반대집회를 예고한 상태다.

그런데 동성애 확산으로부터 우리 사회와 국가를 보호하고 성 윤리를 지키겠다고 나선 이들을 퀴어조직위는 ‘혐오세력’으로 규정했다. 반대 집회 참가자들이 성소수자들을 향해 “고성, 폭언, 소란, 난동, 폭력, 상해”를 가해 사회적 갈등이 아닌 ‘폭력’을 행사했다는 주장도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동성애 확산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회적 갈등’을 ‘폭력’으로, 동성애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혐오세력’으로 규정하는 이들의 타인을 향한 이런 식의 독설은 정당한가 하는 점이다. ‘표현의 자유’는 성소수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성소수자의 인권을 거론하면서 반대하는 이들의 인권을 하찮게 여기는 태도야말로 차별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만약 소수는 무조건 옳고 다수는 다 틀려서 다수가 소수에게 하는 모든 게 ‘차별’이고 ‘혐오’라면 우리 사회와 국가 체계의 근간인 민주주의부터 용도 폐기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런 논란이 벌어지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성소수자들의 축제를 지난 수년 동안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치르면서 갖가지 부작용과 갈등을 야기한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 대낮에 도심 한복판에서 음란한 동작을 연출하는가 하면 음란 성기구를 버젓이 늘어놓고 판매해 어린이와 청소년을 동반해 나들이 나온 시민들이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성소수자들이 서울 도심을 마치 자기들의 축제 성지인 양 여기게 된 건 故 박원순 서울시장 때인 지난 2015년에 서울광장을 퀴어축제 장소로 내어주면서부터다. 그때부터 서울광장이 성소수자들의 전용 놀이터가 된 측면이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집합 금지가 완전히 해제되기 전인 지난 2022년에 서울광장에서 다시 퀴어 행사가 개최된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그런데 성소수자 축제를 개최하는 그 어느 나라도 우리나라처럼 수도 한가운데서 하는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전 세계 퀴어축제의 대표 격인 미국의 경우, 수도 워싱턴이나 뉴욕과 같은 대도시 중심가가 아닌 샌프란시스코 시 외곽에서 열린다는 점에서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 그것도 도심 한복판을 고집하는 서울퀴어축제와 확연한 차이가 있다.

퀴어축제 참가자들은 도심에서 벌이는 퍼레이드를 통해 성소수자들이 억눌린 표현의 자유를 맘껏 분출하려는 데 왜 방해하느냐고 항변한다. 하지만 이는 곧 과도한 신체 노출과 수위 높은 성적 표현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고 행여 어린 자녀들에게 좋지 않은 모습으로 비치게 될까봐 걱정하는 시민들의 감정과 시선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뜻이다.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 전반의 부정적인 인식을 ‘폭력’이라고 한다면 우리들만의 축제이니 뭘 하든 당신들은 상관하지 말라는 태도 또한 시민이 마땅히 누릴 자유에 대한 폭거가 될 수 있다. 누가 뭐라든 내 마음대로, 내 방식대로 하겠다는 이들에게 서울 도심은 적당한 장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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