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하우스 평택 정재우 목사
세인트하우스 평택 정재우 목사 ©세인트하우스 평택

완연한 봄이다. 낮 기온이 15도. 사람들은 봄날을 맞으러 나간다. 산수유 가지마다 노오란 이파리가 움터 올라 호수공원 나들이객 시선을 사로잡는다. 도시의 폐와 같은 생태공원의 주말은 봄으로 충만하다.

지난겨울 한파도 자취를 감추었다. 겨울비가 진눈깨비로 변하더니 봄눈으로 쌓이기도 했는데 이제 봄이다. 이런 계절의 순환을 보며 우린 희망을 품는다. 겨우내 가슴에 남은 삶의 생체기도 곧 사라지리라.

최근 저출산과 내국인 노동자 급감으로 외국인 노동이주자 문제가 심각하게 부상하고 있다. 250만이나 되는 이들은 임금체납과 사업주로 인한 부당한 장시간 노동력 착취와 비인간적 대우를 받고 있다. 그들에게는 이 땅이 아직 봄날이 아니다. 여전히 삭풍이 몰아치는 한겨울을 지나고 있다.

최갑인 변호사는 그의 글에서 이렇게 말한다, “정부는 이주 노동자를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며, 열악한 노동 조건으로 내국인을 구할 수 없는 업종과 인구 소멸로 위기를 맞은 지역에 이주 노동자를 묶어두는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이주 노동자는 사업주 동의 없이 사업장 변경이 어려운데, 최근에는 이에 더하여 사업장 변경을 특정 권역 내로 제한하고 있다. 농축산어업에 종사하는 이주 노동자는 법정 근로 시간의 적용을 받지 않아 장시간 노동 착취를 당하지만, 송출입 과정에 개입된 기관의 이탈 보증금 및 강제 저축 등을 통해 사업장에 묶이게 되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GDP 4만 불만 넘어서면 선진국인가? 더불어 살아가야 할 이주 노동자에 대한 인권 수준과 국민의식 수준이 높아지지 않는 한 우리는 결코 선진국에 진입한 게 아니다. 이웃과 함께 사람답게 살아가야 할 봄날은 오는가. 우리 사회의 그늘과 눈물을 볼 줄 아는 눈을 떠야 한다.

정호승 시인은 이런 봄날을 기대했다.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시인은 그늘이 된 사람을 노래한다. 한 그루 나무의 그늘, 삭막한 세상에 작은 그늘 같은 존재, 누군가에게 쉼이 되고, 기대고 싶은 어깨가 되고, 함께 눈물지어 줄 사람. 기다렸던 봄날로 다가오는 그런 사람의 공동체를 노래한다.

물가는 치솟고, 전세가는 천정부지로 오르고, 청년들은 연애도 결혼도 자녀도 꿈꾸기 어려운 세태. 우리들도 언제 봄볕이 쏟아지고 그늘에 앉아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게 될지 모른다. 모든 게 불확실하고 불투명하다. 그늘도 눈물도 아직 우리 곁에 있다. 하지만 그늘에서라도 함께 희망을 그려보자. 따뜻한 봄날의 햇살을 바라보자. 기어코 봄날은 온다. 시인은 포기하지 않고 노래한다.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도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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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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