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 출애굽 사건에 나타난 하나님의 관심

1. 애굽, 이스라엘, 온 천하가 하나님을 알게 되는 것

안승오 교수
안승오 영남신대 선교신학 교수

앞 장에서 살펴본 대로 하나님의 선교 관점에서 본 하나님의 주된 관심은 주변부 인생들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는 구조악을 타파하고 세상에 샬롬을 이루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주변부 약자들의 해방이 하나님의 주된 관심 사항 중 하나인 것이다. 특별히 하나님의 선교 개념은 출애굽 사건을 해방의 주된 성경적 모델로 여기는 해방신학과 연관성을 지니기에 출애굽 사건에 관심을 갖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출애굽 사건을 다루는 성경 본문은 정작 하나님의 관심을 어떻게 묘사하고 있을까? 정치적인 관점이나 외형적인 결과만 보면 분명 출애굽 사건은 주변부 인생들의 해방 사건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출애굽 사건에서 하나님이 주된 관심이 약자들을 해방시키는 일에 있었는지 고찰할 필요가 있다. 출애굽 사건을 설명하는 본문들을 보면 정작 정치적 해방 사건의 의도는 그리 많이 강조되지 않는 것을 보게 된다. 그렇다면 무엇이 강조되며, 이러한 강조들에 나타나는 하나님의 주된 관심은 무엇인지 함께 살펴보자.

출애굽 기사에 나타난 하나님의 주된 관심사는 가장 먼저 애굽, 이스라엘, 온 천하가 하나님을 알게 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즉 출애굽 사건 기사에서 계속 반복되는 유사한 의미의 구절이 있는데 그것들은 다음과 같은 구절들 즉 “... 애굽 사람이 나를 여호와인줄 알리라. ... 나를 여호와인줄 알리라...”(출 7: 5, 17), “.... 우리 하나님 여호와와 같은 이가 없는 줄을 알게 하리니.”(출 8: 10), “.... 이로 말미암아 이 땅에서 내가 여호와인 줄을 네가 알게 될 것이라.”(출 8: 22) 등의 말씀이다. 이런 본문들에 대하여 덜함(John I. Durham)은 “.... 여기에는 또한 아직 성취되지 못한 목표를 향한 하나의 분명한 움직임이 있다. 그 목표란 여호와께서 살아 계시며 전능하신 분이라는 사실을 바로와 바로의 백성들에게, 그리고 이스라엘에 입증해 보여 주는 것이다.” 라고 설명한다.

계속해서 유사한 의미의 말씀들이 나타나는데, “내가 너를 세웠음은 나의 능력을 네게 보이고 내 이름이 온 천하에 전파되게 하려 하였음이니라.”(출 9:16), “내가 바로와 그의 병거와 마병으로 말미암아 영광을 얻을 때에야 애굽 사람들이 나를 여호와인줄 알리라...”(출 14:18, 참고 14:4,25), “... 온 천하에 나와 같은 자가 없음을 네가 알게 하리라.”(출 9:14) 등의 말씀인데, 덜함은 이 말씀을 다음과 같이 해석한다.

“이스라엘이 기적들을 통해서 여호와께서 살아 계시다는 증거를 얻게 될 뿐만 아니라, 바로와 애굽 사람들이 그것을 통해서 여호와께서는 진정으로 살아 계신 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바로는 여호와로 말미암아 ‘견고하게 서게 되고’(amadod의 사역형), 계속적으로 완고할 것이며, 여호와의 힘을 보여 주게(raah의 사역형)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여호와의 이름(=여호와의 존재)이 온 세상에 선포될(sipal의 사역형)것이다.”

즉 출애굽 사건을 통해서 나타난 하나님의 주된 관심은 이스라엘, 애굽, 그리고 온 천하가 하나님을 제대로 알도록 하는데 있다는 것이다. 즉 여호와 하나님이 단순히 이스라엘의 부족신이 아니라, 온 세상을 통치하시는 최고의 신이심을 보여주는데 있는 것이다. 이러한 목적은 실제로 일정부분 성취가 되었는데, 비록 잠깐이었지만 바로는 여호와를 인정하였고, “바로의 신하 중에 여호와의 말씀을 두려워하는 자들은 그 종들과 가축을 집으로 피하여 들였으나”(출 9: 20)라는 말씀에서와 같이 하나님의 능력을 인정했던 사람들이 나타났다. 즉 출애굽 사건은 단순히 정치적 해방에 목적이 있었기 보다는 온 천하로 하여금 여호와 하나님의 존재와 능력을 알게 하는 선교적 과제에 주요한 목적이 있었으며, 이것이 하나님의 주된 관심 중 하나였던 것이다.

2. 이스라엘이 하나님을 섬기도록 하는 일

출애굽 사건에 관한 기록 중에서 또 많이 반복되어 나타나는 구절은 ‘섬길 것’이라는 말씀이다. 그와 같은 구절들의 예들은 “....나를 왕에게 보내어 이르시되 내 백성을 보내라 그러면 그들이 광야에서 나를 섬길 것이니라...”(출 7:16), “.... 여호와의 말씀에 내 백성을 보내라 그들이 나를 섬길 것이니라”(출 8: 1), “.... 여호와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기를 내 백성을 보내라 그러면 그들이 나를 섬길 것이니라” (출 8: 20), “... 히브리 사람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말씀하시기를 내 백성을 보내라 그들이 나를 섬길 것이니라”(출 9:1), “... 내 백성을 보내라 그들이 나를 섬길 것이니라”(출 9:13) 등의 말씀들이다.

즉 이스라엘 백성들을 출애굽 시키실 때 하나님의 주된 관심은 이스라엘이 하나님을 섬기도록 하는데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 ‘섬긴다’는 단어의 기본 어근인 ‘아바드’(abad)라는 용어의 일차적인 의미는 ‘일하다’(5:18, 창 30:26), ‘봉사하다’(창 29:25, 민 18:23)등의 의미인데, 이것이 사물에 적용될 때는 ‘노동하다’, ‘일하다’ 등의 의미로 쓰인다. 그리고 사람과 연관하여 사용될 때는 ‘섬기다’ ‘봉사하다’ 등의 의미를 지닌다. 그런데 이 단어가 본문에서처럼 하나님과 연관되어 사용될 때는 ‘경배하다’, ‘예배하다’(사 19:21,23) 등의 의미로 사용된다. 그렇다면 ‘그들이 나를 섬길 것이니라’ 라는 말씀에 나타난 출애굽의 주된 목적은 하나님을 예배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스라엘은 단지 애굽으로부터의 정치적 해방을 얻어서 그냥 자유롭고 평화로운 삶만을 위해서 출애굽 된 것이 아니다. 육신적인 편함과 복지의 관점에서만 보면 오히려 광야보다 애굽에서의 삶이 더 나았다고 생각한 무리들도 많았던 것으로 보이는데, 그들은 “... 우리가 애굽 땅에서 고기 가마 곁에 앉아 있던 때와 떡을 배불리 먹던 때에 여호와의 손에 죽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너희가 이 광야로 우리를 인도해 내어 이 온 회중이 주려 죽게 하는도다.”(출 16:3). 라고 말했다. 또 가나안 입성이 어렵다고 생각하면서 다시 애굽으로 돌아가자고 주장한 이들도 많았다. 출애굽 한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의 선교 관점에서 보는 해방은 가난한 자들의 경제적 해방도 중요한 해방의 요소 중 하나인데 출애굽은 경제적 해방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출애굽 시키셨을까? 출애굽을 시키실 때 하나님의 주된 관심은 단지 이스라엘을 편안히 잘 먹고 잘 사는 자유민으로 살게 하기 위함이었다라고 보기보다는, 위의 구절들에서 살펴보았듯이 하나님을 예배하는 백성을 형성하는데 주된 관심이 있으셨던 것이다. 이러 점에서 볼 때 이스라엘 백성들의 출애굽은 외형적으로 보면 정치적 해방으로 보이지만, 그것은 하나의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 하나님의 최종적인 관심과 목적은 하나님을 예배하는 백성의 형성이었으며, 이것이 출애굽에 나타난 하나님의 주된 관심중 하나였던 것이다.

3. 하나님의 언약 백성 형성

출애굽 사건은 출애굽기 19장 1-9절에 나오는 시내산 언약의 관점에서 그 목적을 찾아보는 것이 적적할 것으로 보인다. 아브라함을 부르신 하나님께서 “.... 땅의 모든 족속이 너로 말미암아 복을 얻을 것이라”(창 12:3 하)고 하신 후 아브라함과 언약을 맺으신 것처럼 (창 15:18-21), 아브라함의 후손인 이스라엘과 하나님은 시내산에서 언약을 맺으시고 이스라엘을 통하여 세계 모든 민족을 하나님께로 돌아오게 하려는 목적으로 이스라엘을 애굽에서 이끌어내신 것이다. 즉 출애굽 사건은 ‘애굽’이라는 풍족한 땅에서 이스라엘 선민을 키우신 하나님께서 이제 이스라엘을 애굽으로부터 이끌어내셔서 본격적으로 선교하는 백성으로 만드시려 한 계획 가운데 일어난 사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출애굽을 하나님의 선교 관점이 중시하는 샬롬이나 해방이 하나님의 관심이었다면, 이스라엘은 애굽에서 나올 것이 아니라 애굽 안에서 바로와 싸워 자유를 쟁취하거나, 바로와 싸우지 않고 서로 화해를 이루어 샬롬을 이루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해방이나 화해가 아닌 하나님의 언약 백성 형성이라는 목적을 따라 이스라엘이 출애굽을 한 후 시내산에 이르렀을 때 하나님과 세계에 대하여 “제사장 나라 거룩한 백성”이 될 것을 다짐하게 하는 언약을 체결하셨다(출 19: 6). 출애굽은 언약을 통한 선교백성을 형성하기 위한 첫 걸음 또는 서론이었던 것이다. 즉 해방과 같은 정치 사회적 목적은 이스라엘을 선교백성으로 만들어 하나님을 온 천하에 알리는 일과 같은 주된 목적을 실행하는 가운데 일어난 하나의 과정이라고 보는 것이 전체 문맥에 맞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언약을 통해 이스라엘에게 주어진 정체성은 ‘제사장 나라’와 ‘거룩한 백성’이었다. 이에 대하여 크리스토퍼 라이트(Christopher Wright)는 그 의미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우리는 10장에서 하나님의 제사장으로서 이스라엘의 역할이 의미하는 바를 탐구했다. 거기에서 우리는 국가적 제사장이라는 이 개념이 본질적으로 선교적 차원을 지니고 있음을 보았다. 그것은 이스라엘을 하나님 및 열방과 관련하여 이중의 역할을 하도록 하며, 그들에게 축복의 대행자가 되는 제사장적 기능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 전체에게 열방 가운데서 그분의 제사장이 되는 역할을 부여하신다.

하지만 이 제사장적 역할을 담당하려면 이스라엘은 거룩함을 지니고 있어야 했다. 그들 자신의 제사장들이 이스라엘의 평범한 사람들 가운데서 거룩함을 지니고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다. ... [거룩하다는] 그 말의 의미 중 기본적인 부분은 ‘다르거나 독특한’이라는 것이다. 어떤 사물이나 사람은 독특한 목적을 위해 구별되고, 그 목적을 위해 분리된 상태로 있을 때 거룩하다. ... 야웨께서 다른 신들과 다른 것처럼, 이스라엘은 다른 민족들과 달라야 했다.”

결국 출애굽 사건은 하나님의 선교 백성 양육이라는 원대한 목적의 과정에서 일어난 하나의 사건이었다고 보는 것이 적적할 것이다. (계속)

안승오(영남신학대학교 교수, 선교신학)

※ 자세한 각주 등은 안승오. 『로잔 운동의 좌표와 전망』. 서울: CLC, 2023. 참조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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